내 인생엔 몇 년 전부터 선택은 해놓고 마무리를 하지 못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글에서도 고백했듯 단편소설 쓰기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마무리가 되지 않고 있다. 원인은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그럼 뭘 했느냐가 중요할 텐데, 난 핸드폰으로 영상이나 봤고 의미 없는 주제들로 떠들기나 했다. 그냥 외면하고 싶은 것이었다.
솔직히 이렇게 지내도 얼마 간은 괜찮은 듯했다. 사람이 늘 의지대로 움직일 수만은 없다면서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나둘씩 내려놓다 보니 2025년의 2월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 오히려 생각이 정말 많아졌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 건 아닐까?'
'비현실적인 목표는 아닐까?'
너무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생각하는 동안 시간도 함께 지나갔다. 그런데 웃긴 점은 다음 날이 되면 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는 뜻이다. 달라지는 것도 없고 시간만 보냈으니 답답하고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향해갔다.
언제까지 답을 내려보겠다는 계획도 없고, 어디서 정보를 찾겠다는 의지도 없으며, 지나간 시간과 어제와 다를 것 없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내게 짜증만 쌓여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간이 지속되니 내가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해결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갑자기 영화처럼 어디선가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줄 극적인 일이 생기길 바라고 있었다.
참 한심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힘이 나지 않았다. 글을 쓰든, 공부를 하든, 책을 보든 뭐라도 하나씩 다시 하면 되는 것인데 몸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고 집중도 안 됐다. 내려놓다 보니 다시 하나씩 궤도로 올리는 데 더 많은 힘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외면해 놓고는 스트레스받는다며 내려놨더니 다시 시작하는 건 몇 배나 힘들었다. 아예 못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이라고 해도 일단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하면서 고민해야 하는데 고민하겠다고 해놓고 손을 놔버리니 시작할 힘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들 중 가장 쉬운 '독서'부터 다시 하는 중이다. 그마저도 쉽지 않음을 느끼는 중이다. 내려놓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도 동력을 잃으면 시작조차 버거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