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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문제를 넘기려는 생각

by 하상인

정말 부끄럽지만 나는 최근까지도 나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기대감만 상당했다면 '부끄럽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기대감을 갖는 것 자체는 좋지만, 지금 당장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난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며 정신승리만 했기에 부끄럽다고 표현했다.


지금의 현실이 과거의 내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 점을 생각해 보면,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이 꿈꾸는 미래는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기대감과 별개로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살다가 더 이상 정신승리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면 아마도 자의든 타의든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그 자체로도 문제였지만, 개선점이 보여도 '어차피 벗어날 건데 뭐'라는 식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근거로 삼아 더욱 문제였다. 모든 일은 일정한 시간 이상 그것도 충실한 노력이 있어야 성장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회피만 하니 기대한 성장은 없었고, 그저 언젠간 바뀌겠지라며 '쉽게' 넘어가려 했던 것이다.


어떤 문제는 쉽게 넘겨도 괜찮지만, 어떤 일은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기도 하다. 고민한다고 가장 좋은 답을 내린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문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생각이 결국 고민해야 할 일을 '쉽게' 넘기려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정받고 싶은데 지금의 현실은 인정받을 게 없으니 정신승리로 나는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했고, 누가 뭐라고 하든 '괜찮은 척'하며 문제를 가볍게 넘기려만 했던 것이다.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된 것이 아니다. 언제고 다시 그 문제는 더 큰 문제가 되어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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