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싸워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새해가 시작된 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애쓰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도 그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이라는 우스운 말이 있듯,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새해를 맞아 저는 여러 약속을 했습니다. 글을 쓰자는 것, 책을 전년도 보다 좀 더 많이 읽자는 것, 쉬고 있던 운동을 다시 하자는 것, 그리고 다른 분야 공부를 하자는 것 등이 있었습니다. 여러 약속을 한 만큼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 늘었고, 그때마다 저는 제 자신과의 싸움에 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22년 1월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 홀로 커피나 빨대로 빨아대며 가만히 유튜브나 보던 중,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그 답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진정 원하는 목표는 아니지 않았을까?'
'해서 뭐해라는 마음이 들어서일까?'
'일이 바쁘기 때문일까?'
처음엔 위와 같은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30년 이상의 살아온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 이런 이유들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좀 더 깊이 마음을 파고들어가 보니 저는 상당히 지쳐있었습니다. 이유는 '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평생을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지쳤던 것입니다. 나 자신을 극복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극복하기 위해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겠다는 생각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도 그 싸움의 궁극적 목표가 '나를 이기겠다'는 건 아닐 것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보람찬 삶을 살겠다, 행복하게 살겠다는 것이 최종 목표일 것입니다. 그런데 목표한 것이 늘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얻어야만 한다면 어딘가 잘못된 것입니다. 싸움의 상대가 나 자신이기에, 이 싸움이 끝나려면 결국 내가 죽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신과의 싸움은 피해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지 못한 습관을 갖고 있고 스스로도 시간 낭비하는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을 땐 과감히 제동을 걸 필요가 있습니다. 이땐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한 때입니다. 어린 시절 생각해보면 갈등이 전혀 없는 인간관계보다 갈등도 있었지만 이를 극복한 인간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계속 갈등이 발생하는 관계라면 더 돈독해지기 보다 얼마 못가 서로를 보지 않는 사이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과 계속해서 싸우려고만 하는 사람은, 세상 그 누구보다 중요한 자신과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자주 자신에게 '싸움'을 걸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우린 싸움을 걸기 위해 목표를 설정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