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불안의 게으른 완벽주의자

그게 나야

by 나엘

오늘도 맥북을 켰다. 수도 없이 들어갔던 브런치 페이지를 띄워놓고는 멍하니 화면을 응시중이다. 실은 두 달전, 브런치에 작가 등록을 했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첫 문장을 타이핑하고 있다. 말문을 여는데는 오늘 3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 전에는 썼다 지웠다의 반복을 하다 화면을 덮어버리기 일쑤였는데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첫 문장을 완성했다.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다.


첫 글의 제목을 우울과 불안의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지은 이유는 일종의 자기소개이기도 하지만, 이런 나를 제대로 마주해보고자 나의 한심한 모습을 먼저 까고(?) 시작하는 것이다.


'게으르다' 와 '완벽주의자'

뭔가 어울리지 않는 두 조합인데 생각보다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게으른 완벽주의자'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마감 기한이 다가오기까지 일을 미뤄본 경험이 있는가? 혹은 해야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지만 다양한 핑계거리를 대면서 그저 모든 상황을 회피해본 경험이 있는가?


이런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우리를 한심하게 보거나 게으르다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일을 망치고 싶다거나 영영 하지 않을거라서 액션을 취하지 않는게 아니다.


여기서 '완벽주의'가 툭 튀어나오게 되는데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싶고 실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시작조차 망설이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자기 비판과 함께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일어나지도 않을 일까지 다 끄집어와서 도저히 아무 것도 할 수 없게끔 무기력한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실수나 사고 없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고자 하는 욕심과 혹여나 문제가 생겼을 때의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파도가 되어 물 밀듯 머릿 속을 집어 삼켜버린다.


그로 인해 어떤 리스크도 감당하지 않는 엉뚱한 일에 몰두하거나, 그저 가만히 누워있거나 하는 게으른 모습으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나를 예시로 어떻게 우울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완벽주의자가 되었으며 그걸 깨닫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곳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들을 나눠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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