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에게 찾아온 첫번째 아픔
"엄마... 잠깐 일어나보세요. 제 얼굴이 이상해요."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다. 오래 전 일이라 여름인지 겨울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날 아침, 거울 속의 얼굴은 아직도 생생하고 끔찍한 몰골이었다.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누군가 내 눈에 본드칠이라도 한 건지 깜박임이 거북했다.
팔을 뻗어 바닥을 더듬거리며 현관문 앞에 있는 전신 거울로 정신없이 기어갔다.
거울을 마주한 나는 리얼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그랬던 얼굴은 턱 부위에 끈적한 진물이 엉겨붙어 오이처럼 길어졌고 눈커풀은 딱지가 겹겹이 얹어져 눈을 반밖에 뜰 수가 없었다. 여린 귓볼 살은 찢어져 피가 나고 있었고 온 몸이 간지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피부병은 나도 나지만 부모님에게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깨끗하고 뽀얗던 딸의 피부가 하루 아침에 이목구비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문드러져 있는데 두 분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우리 가족은 그 즉시 피부과를 찾아갔고 의사는 내 병명이 정확하지 않지만 '아토피피부염'에 가깝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심한 경우는 처음본다며 자료로 남기고 싶다고 벙찐 우리에게 촬영을 요청했다.
꿈이 아니었다.
내가 마주한 현실은 철저히 가혹했다. 부모님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24시간 피범벅이 되도록 몸을 긁어대는 어린 딸과 오랜 세월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이 두 사람을 동시에 케어하기 위해서 두 분은 온전한 직장을 다닐 수가 없었다.
나 또한 또래 친구들과 같이 평범한 학교 생활을 누릴 수가 없었다. 어딜 가던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폭염으로 들끓는 한 여름날에도 마스크에 늘 어두운 컬러의 긴 팔, 긴 바지,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철저히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을 지우며 살았다.
피부병이 발병했을 시기는 방학이었고 개학날이 오지 않기를 매일 기도했다.
하지만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 등교날이 다가 왔고 부모님은 딸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담임 선생님을 따로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은 온 몸을 꽁꽁 가리고 있는 나를 탐탁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셨다. 나이 지긋한 여자 선생님으로 기억하는데 자신이 맡은 반에 특별히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요주의 인물이 등장했으니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걱정을 가득한고 교실을 들어서자 역시나 반 친구들의 시선이 온통 내게로 집중되었다. 애써 모른척하며 맨 뒷 자리에 앉았다. (놀란 눈동자들은 매번 겪어도 익숙하지가 않았다.)
어떤 친구와도 인사하지 않고 고개만 푹 숙인 채로 쥐 죽은 듯이 일분 일초를 견뎠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나 싶었지만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