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트라우마
어떤 친구와도 인사하지 않고 고개만 푹 숙인 채로 쥐 죽은 듯이 일분 일초를 견뎠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나 싶었지만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으아앙..!!!"
책상을 분단별로 옮기고 있을 때였다. 일사분란하게 책상을 들고 다같이 자리를 옮기고 있는데 친구와 장난을 치고있던 한 여자 아이가 뒤에 있던 나를 보지 못하고 그 아이의 손이 내 등을 팡! 하고 쳤다.
그러자 더러운 것을 만진것처럼 자기 손을 막 털더니 내 얼굴을 보곤 울음을 터뜨렸다. 교실에 있던 모두가 굳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담임 선생님은 울고 있는 친구를 달래주었다.
나는 용기를 내 그 아이와 선생님께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 미안... 근데 이거 안옮는건데..."
내 말에 안심했는지 그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분단이었던 친구들이 내 책상과 멀찍이 거리를 둬서 앉았다. 어떤 친구는 선생님께 나는 따로 떨어져서 앉히면 안되냐고 물어봤다.
선생님은 반 친구들에게 피부병은 옮는게 아니고 같은 반 친구가 아프면 보살펴주고 더 챙겨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수치스러웠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머리가 복잡했다. 정말 이 피부병은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을까? 나한테도 갑자기 생겼는데 나로 인해 다른 친구들한테도 번지면 어떡하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품에 뛰어들었다. 나때문에 친구들이 아플까봐 무섭다고 서럽게 울면서 또 한 번 좌절했다.
한참을 울고난 뒤, 진물 범벅이 된 옷을 벗고 소독 효과가 있는 바다소금를 욕조에 풀었다. 나는 매일 엄마와 함께 같은 욕조에 들어가 목욕을 했다.
"엄마, 엄마는 나랑 같은 욕조에 들어와있는 거 안 더러워?"
"하나도 안 더럽지~ 엄마는 우리 딸 덕분에 피부가 매일 건강해지는 기분인걸?"
"다행이다. 이런 건 나 하나로 충분해."
엄마는 어린 내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거 같아 마음 아파하셨다.
이 사건 이후, 아빠는 매일 반까지 나를 데려다주셨다. 그 시절의 젊은 우리 아빠는 웬만한 여자보다 흰 피부에 키가 크고 훤칠하셨다. 아빠와 함께 학교에 도착하면 반 친구들이 우르르 나와 아빠와 나를 빙 둘러싸곤 이런 저런 말을 하고는 했다.
그러면서 점차 나에 대한 거부감이 걷어졌고 오히려 불쌍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따돌림 당하는 신세는 면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기억나는 친구의 한 마디가 있다.
"피부병만 아니었으면 아저씨 닮아서 피부도 하얗고 이뻤을거 같아. 얼른 나았으면 좋겠어."
내 외모에 대해 혐오나 부정적인 말이 아니어서 그 때 그 친구의 말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왕따는 아니지만 딱히 친구도 없는 학교생활을 지속했다.
반 친구들은 나와 간간히 말은 나눴어도 여전히 내 옷이나 피부에 살짝이라도 스칠까 거리를 뒀고 나도 매순간 친구들과의 접촉을 피하기위해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