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트라우마(2)
매일 저녁마다 욕조에 앉아서 입욕을 해서일까 물을 좋아했다.
바다소금을 풀고 물 속에 들어가 있으면 그때만큼은 피부가 하나도 가렵지 않았고 보통의 아이들과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물 속에 들어가 있었다.
부모님은 딸이 다른 아이들과 겉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집 안에서만 있게 하진 않으셨다. 피부병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숙제였기에 사람들과 많이 부딪히면서 극복하길 바라셨던 것 같다.
큰 용기를 내 동네에 있는 수영센터를 찾았다. 한 여름에도 환부가 보이지 않기 위해 꽁꽁 숨기고 다니는데 몸이 다 드러나는 수영복을 입었을 때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수업 첫 날, 수영복과 수영모를 착용하고 입장했을 때. 순간 그곳에 있던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죽고 싶었다.
수영 선생님께 제발 제발 제 소개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 간절한 부탁을 무시한 채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에게 당당히 내 소개를 했고 박수까지 받아냈다. 왜 그러셨는지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내 몰골을 보고도 굳이 그래야만 했을까?
짝짝..짝..
박수 소리가 수영장을 크게 울렸다. 당시의 비참한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린 나는 소리도 못내고 흐르는 눈물만 벅벅 닦았다.
수업은 그대로 진행되었고 물속에 있어서 운 티가 덜 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수업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에 들어왔다. 탈의실 문 밖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본능적으로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숨죽여 그들의 대화를 몰래 듣게 됐다.
"선생님 오늘 수업에 들어온 얘, 왜 받으셨어요?"
"네? 어머님 무슨 문제라도..."
"무슨 피부병 같은거 있어보이던데 저희 얘랑 같은 물에 들어갔다가 옮으면 어쩌려구요?"
"아.. 어머님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옮는게 아니라고 아이 부모님이 설명하셨고..."
"찝찝하잖아요! 보기에도 혐오스럽고. 걔 때문에 찝찝해서 수영장 못 들어가겠다고 난리예요 다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새삼스럽게도 충격적이었다. 내 피부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은 건 처음이었다.
충격에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나는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나와 엄마에게 수영을 다신 배우지 않겠다고 했다.
"왜? 무슨 일 있었어?"
"그냥... 수영장 물때문에 간지러워서 혼났어."
...슬퍼하실까봐 대충 둘러댔다.
그만 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나는 그곳에 있던 모두에게 같은 물 속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옮길 수 있다는 두려움과 혐오를 주었다.
지금은 그때가 후회된다. 탈의실을 박차고 나와서 똑부러지게 한 마디 할걸
근데 저 진짜 억울해요 제 병은 옮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