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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penciler Aug 20. 2020

열심히 일하면 연봉이 높아 지나요?

내 연봉이 갑자기 두 배가 된 이유

2018년, 아니 당장 작년인 2019년만 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면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때까지도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생각하지 못하고 미련하게만 살아왔던 건지, 나 자신에게 조금 화가 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열심히 일하면 연봉이 높아질까요?'라는 말은 '좋은 제품 만들면 잘 팔리겠죠?'라는 말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제품이지만 잘 안 팔리는 것들도 있듯이, 열심히 일하지만 원하는 만큼 연봉이 높지 않은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왜 그런 친구 있잖아요. 진짜 열심히 공부하는데 성적은 그냥 그랬던 친구.


제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도 많고, 제가 해보고 싶어서 벌인 일도 많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야근도 많았고요. 가끔은 일이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오는 성취감이 좋았거든요. 이런저런 이유로 일을 정말 열심히 했고, 잘한다는 이야기도 꽤 들었습니다. 덕분에 주변 동료들에 비해 조금 더 높은 월급을 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절대적인 벌이는 좋지 않았죠. 8년을 다녔는데 연봉은 4천만 원대, 월급은 3백만 원대 였으니 어찌 보면 좋은 직장 갔던 다른 친구들의 초봉만도 못 벌던 비운의 아이콘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회사를 다니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는 친구 소식을 접했습니다. 최근 급성장한 곳이라 복지도 좋고, 뭔가 멋져 보였습니다. 부러운 마음에 안부 인사 겸 오랜만에 연락해 보았더니, 눈치 빠른 친구 녀석은 선뜻 지원해 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고마운 녀석.


덕분에 저는 그 '멋진 스타트업'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충격적 이게도 제가 8년 동안 다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매출도 이익도 훨씬 크던 수 천명 규모의 전 직장보다 이 작고 '멋진 스타트업'이 저에게 더 높은 연봉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직장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회의감도 들었고요. 그리고 저는, 비싸진 밥값을 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냈고, 멋진 스타트업의 유능한 동료들 덕분에 짧은 시간 동안 업무적으로 많은 성장도 할 수 있었습니다. 연봉은 기대만큼 오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이미 전 직장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고 있었고, 그 이상은 저에게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막연히 제가 더 열심히 하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 저의 이 미련한 '열심히'를 조용히 지켜보던 지인이 한 분 있었는데요. 오랜만에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시더니 덜컥,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 왔습니다.


"계약 연봉 1.2억. 성과 좋으면 인센티브도 줄 수 있어. 우리 회사 오지 않을래?"


그 때는 돈 꼴레오네보다 그 분이 더 멋있어 보였어요. (출처 : 영화 대부)


그렇게 갑자기, 저는 억대 연봉자가 되었습니다.

충격적으로 높은 연봉을 주던 그 '멋진 스타트업'이 저에게 6천만 원을 주던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어떻게 하면 연봉이 높아지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열심히' 일한 덕분도 있을 겁니다. 덕분에 일을 더 잘하게 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열심히'가 답이었다면 가장 열심히 일 한 첫 회사에서 제일 잘 되었어야 하는데, 8년 동안 2백만 원도 오르지 않았으니 그게 답이 아니라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운'입니다.

현재의 결과는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적인 결과겠지만, 제가 '멋진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된 것도, 높은 연봉을 제안한 돈 꼴레오네 형님을 만난 것도 결국 우연의 연쇄 작용 덕분이었거든요. 그리고 다행히 지금은, 당시의 경험들을 복기한 덕분에 그런 '운'들을 어느 정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은 운이 발생할 '확률'을 높이고, '횟수'를 늘려서요.



그래서 다음 글부터는 '확률'을 높여 '운'을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막상 들어보면 너무 단순해서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또 아닙니다. 확률을 100%로 만들 수는 없기에, 결국은 진정한 '운'의 영역이 남아있긴 하거든요. 실행하는 것 또한 쉽지 않고요. 하지만 이 방법들을 통해 높은 연봉을 받을 '확률' 자체가 높아진다면, 그 높아진 확률로 계속해서 시도한다면 결국은 언젠가 원하는 연봉을 받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0년간 비운의 아이콘이었던 저도 결국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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