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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편안하게 지낼 장소가 있으신가요?

직장에서 나를 지키기

by 보이저

내게는 혼자 생각하고 싶을 때 자주 가는 장소가 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백운호수가 있다. 과천, 의왕에 있는 제법 큰 인공호수인데 몇 년 전에 호수 둘레에 나무데크로 산책로를 만들었다.

한 바퀴를 돌면 50분 정도 걸린다. 평일에는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해서 혼자 생각하기 딱 좋은 곳이다. 답답할 때, 화가 날 때,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생각정리가 필요할 때 오후 휴가를 쓰고 여기를 자주 걷고는 한다.




혼자 편하게 지낼 장소, 꼭 필요합니다.


사실 집만큼 편한 공간은 없다. 그러나 집에는 아이들이 있다. 게임한다고 티비 볼륨 있는대로 키우는 첫째, 늘 놀아달라고 달라붙는 둘째가 있는 한 내가 쉴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이다.


가족들은 소중하지만 때로는 나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도 있고, 이것저것 잡생각에 빠지고 싶을 때도 있다. 종교가 있는 나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도가 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골방이 필요하기도 했고, 큰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다.


예전에는 찜질방을 좋아했다. 폰도 꺼놓고 토굴같은 곳에 누워 있으면 그것만큼 좋은게 없었다. 코로나를 겪고 찜질방 사용이 힘들어지면서 내 취향도 바뀌었다. 그 사이에 걷기를 취미로 갖게 되면서 정적인 활동보다는 동적인 활동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은 조용한 곳에서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한다. 가까운 곳으로는 백운호수, 회사 근처로는 한강대교 주변 한강 산책길, 멀리 갈때는 남이섬으로 간다. 세 장소의 공통점은 옆으로 물이 흐르고 아는 사람이 없어 혼자 걷기 딱 좋다는 것이다.





혼자 편안하게 지낼 곳, 왜 중요할까요?


사람은 누구나 편안하게 지낼 곳이 필요하다. 1950년대 할로우(Hollow)라는 심리학자는 새끼 원숭이를 대상으로 애착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새끼 원숭이를 어미 원숭이와 분리한 다음, 헝겊 원숭이와 철사 원숭이를 배치하였다. 철사 원숭이에게는 바나나가 있었고 헝겊 원숭이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새끼 원숭이는 어떤 원숭이에게 안겼을까? 바나나가 있는 철사 원숭이에게 가서 바나나만 낚아 챈 후 곧바로 헝겊 원숭이에게 가서 안겼다.


무서운 소리가 들릴 때, 낯선 물체가 나타났을 때도 새끼 원숭이는 곧바로 헝겊 원숭이에게 달려갔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편안하게 안겨 있었다.


이건 새끼 원숭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 역시도 아이건 어른이건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편안한 느낌을 찾게 된다. 그 곳에서는 행복을 느끼게 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장소가 그래서 중요하다.




자기만의 편안한 곳이 필요합니다.


행성에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는 것이 있다.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후, 물, 생태계 등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런 조건을 갖춘 지역을 골디락스 존이라고 한다.


지구는 기가 막히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기가 막힌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골디락스 존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고, 자유롭게 눈치보지 않고 다닐 수 있으며,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곳을 마련해보자.


특히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이런 공간은 필수적이다. 조용한 카페가 될 수도 있고 도서관이 될 수도 있다. 미술관이 될 수도 있다. 의외일 수도 있지만 휘황찬란한 거리일 수도 있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작성할 때 하루 종일 집 앞 카페에서 글을 썼다. 그런 곳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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