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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귀 잘 못 알아듣는 사람 특징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일 잘하는 일잘러 스킬의 기본은

바로 '상대방 말 잘 알아듣기' 이다.


갑자기 와이프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집에는 아이들을 돌봐 주시는 육아 도우미 분이 계신데 이 분이 사고를 치셨다는 것이었다.

둘째 아이 학습지 선생님이 오늘 오후 4시에 온다고 집에 있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육아 도우미 분은 이걸 오후 4시에 유치원 끝난다는 말로 알아들었다고 한다.


오후 3시쯤 아이는 유치원 버스에서 내렸는데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안전을 위해 아이는 버스를 타고 유치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확인해 본즉 그 시간에 육아 도우미 분은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셨다고 한다. 유치원이 오후 4시에 끝난다고 생각했기에 여유있게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셨던 것이다.


와이프는 육아 도우미 분이 이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없으면 항상 운동 가시거나 장을 보시는 등 개인 활동을 하신다고 불만이 많았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도 그럴 때가 많았는데?'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회사에서 상사나 동료들이 하는 말을 잘못 이해하고 엉뚱하게 일하거나 틀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니 신뢰를 잃고 직장생활이 힘들어졌던 경험이 있었다.



나와 육아 도우미 분의 공통점은?


둘 다 자기 루틴이 강하다는 것이다.


나는 생활방식이 굉장히 뚜렷하다. 아침 5시 50분에 일어나면 20분간 새벽기도를 하고 지하철역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서 37분간 시속 12km 속도로 러닝을 한다. 그 뒤 7시 39분 지하철 10-2칸에 탑승하여 회사로 간다. 회사에서도 출근하자마자 시간 단위 계획을 세우고 이 일정에 따라 일한다.


육아 도우미 분도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가고 혼자 계신 시간에는 본인 일과에 따라 지내신다. 먼저 청소를 하신 뒤 첫째 아이가 돌아오기 1시간 30분 전에 피트니스 센터에 가시고 오후에는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1시간 전에 마트에 가서 장을 보신다(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확실하다..)




상대방 말을 못 알아듣는 원인 1 : 자기 생각, 루틴이 너무 강함


이렇게 자기 루틴이 강한 사람들은 상대방 말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자기 방식이 뚜렷하기에 이걸 휘져어 놓는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고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보니 그 루틴에 변화를 주는 것을 싫어하고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가 작동하게 된다.

상대방이 뭔가를 부탁하는 경우 그걸 잘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비유를 들면 이미 블럭으로 가득찬 상자가 있다. 큰 블럭은 아래에, 작은 블럭은 위에 정리되어 있다. 이 배열을 갑자기 바꾸어야 할 경우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이미 정리가 다 된 블럭을 바꾸는 것은 남들보다 훨신 더 어려운 난이도의 작업이 된다.


그냥 상대방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이걸 자기 방식에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내가 뭘 양보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상대방 말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자기 생각, 루틴에서 벗어나는 방법


그렇다면 자기 생각이나 루틴을 버려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 세상에 자기만의 생각이나 루틴 없는 사람도 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걸 안하면 불안해 하는 강박적인 내 모습에 있는 것이다.


아래 방법들은 강박적인 자기 삶 방식에서 벗어나는 네가지 팁이다.


1. 계획을 세울 때, 빡빡하게 세우지 말고 느슨하게 세우자.

2. 일부러 그 계획대로 하지 말고 놔둬보자. 아무 일도 안생긴다.

3. 상대방이 이야기 할 때는 자기 언어로 중요사항 3가지만 다시 물어보자.

4. 이메일이나 카카오톡은 한 번 더 읽어보자



1. 빡빡하게 계획을 세우면 당연히 다른 일들이 치고 들어올 틈이 생기지 않는다. 계획은 느슨하게 세우자. 느슨하게 세운다고 당신이 결코 생각없이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 잘하는 일잘러들도 분, 초 단위로 계획 세워서 일하지는 않는다. 국가나 회사에서 예산을 수립할 때도 급작스런 일에 대비한 예비비를 편성한다. 당신의 계획에도 예비비를 허락하자.


혹시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은가?



[오전 업무 계획]

09:00~09:05 모닝커피

09:05~09:30 전날 대리점 판매 수수료 현황 자료 정리

09:30~09:50 수수료정책팀 회의

09:50~10:10 전날 키오스크, 서빙로봇 판매현황 팀장 보고

10:10~10:25 오후 회의 보고자료 최종 리뷰

10:25~10:45 신규업무(강북지역 대리점 관리) OJT

10:45~11:15 고객 불만사항 자료 정리



잘 나가는 연예인들 스케줄도 아니고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는 업무 계획에 숨이 막힐 것 같지 않은가? 이런 계획에 생각지도 않은 일정이 비집고 들어올 경우 그 날 일정은 다 어그러지게 된다. 당장 내 머리 속에는 일정들을 어떻게 조정하지? 왜 생각하지도 않은 일정이 튀어나온건지 짜증부터 나게 된다. 당연히 그 일정이 밉게만 보이고 귀에 들어올리 없다.



2. 일부러 계획을 어겨보자. 자우림 노래처럼 소개팅 하루 전날 후딱 삭발도 해보고,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도 해보는 거다 (실제로 하는 분 없으시길 바란다) 여행 가서도 갑자기 다른 곳을 훌쩍 가보거나 하루는 운동 가지말고 이불 속에서 편안함을 누려보자.


그런다고 문제 생기는거 단 한 개도 없다!



3. 상대방이 이야기 할 때는 자기 언어로 중요사항 3가지만 다시 물어보자.

자기가 이해한 말로 핵심 3가지만 다시 물어보자.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정도만 하면 왠만해서 잘못 이해하는 경우는 없다. 위의 사례에서는 아이가 "오후 4시""유치원 버스에서 내린다"는 말씀이시죠? 이렇게 확인하는 것이다.



4. 급한 상황에서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잘못 읽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한번만 더 읽어보자. 그것조차 어렵다면 노트에 "다시 읽어보기" 멘트를 남기고 시간이 생기면 꼭 다시 읽어보자.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 말을 잘못 이해하는 것은 신뢰 하락의 지름길이고 일못러로 인식되는 대표적인 행동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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