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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화내는 방법

일못러에서 탈출하는 방법

by 보이저

(사례 1)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은 항상 싱글벙글 웃으셨다. 당시 한참 말 안 듣던 사춘기 시기의 아이들은 화낼 줄 모르고 늘 웃기만 하는 수학 선생님이 만만하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수업 시간에 절반은 자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딴짓하기 바빴다.


문제는 이 선생님이 참다참다 뜬금없는 순간에 분노를 폭발하실 때가 있었다. 그때는 책이나 분필을 집어 던지고 얼굴이 시뻘개지셔서 저러다가 쓰러지시는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화를 폭발시키셨다.


정작 화를 내야 할 순간에는 화를 안내고, 별 것 아닌 순간에는 참아왔던 화를 폭발시키던 수학 선생님은 이해하기 힘든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사례 2) 역시 중학교 때 이야기이다. 내 뒷자리에 앉는 아이였는데 중간, 기말고사 때 시험 종료 후 시험지를 회수할 때마다 한 두개씩 나에게 정답을 물어보고는 했었다. 학창시절에 나름 우등생이었기에 나에게 정답을 물어봤던 것이다.


솔직히 걸릴까봐 두렵기도 했고, 이게 옳지 않은 일이라 거절을 해야 했는데 거절했을 때 괜히 해코지라도 할까봐 그러지 못했다. 그 아이가 나름 반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아이라 더 쉽게 거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




화를 내는 것이 힘든 이유


출근 시간에 지하철역 출구로 나오면 어김없이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시는 아주머니들이 계신다. 거절하고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수북하게 전단지 여러개를 들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적절할 때 화를 내고, 단칼에 잘 거절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처럼 그러지 못한 사람들도 많은게 현실이다. 화를 내거나 거절을 하게 되면 그게 미안해서 식사 때 밥도 잘 안 넘어가고 어떨 때는 잠이 안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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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제 때 표현하지 못하거나 거절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내가 그런 분노의 표적이 되거나 거절을 당할 때 상처를 받기에 상대방도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마태복음 7:12)" 는 황금률 법칙에 따라 남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깊어서 분노 표현이나 거절이 어렵다기 보다는 내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화를 낸 뒤에 있을 나쁜 결과에 대해 걱정하기도 한다. 내가 거절하거나 분노했을 때 상대방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게 되면 어쩌는지에 대한 걱정이다. 특히 그 상대가 직장상사나 나이 많은 어른일 경우 내가 보복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오게 된다.



제대로 화 내지 못했을 때의 문제점



1. 화를 잘 내지 못하는 경우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지극히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이라는데 있다.

사람들은 힘은 드는데 성과로 내세우기 힘든 업무는 안하려고 한다. 들인 노력에 비해 눈에 보이는 효과가 잘 나타나는 속칭 '광 팔기 좋은' 업무를 하고 싶어한다.


힘들고 눈에 안 띄는 업무는 결국 만만한 사람에게 흘러가게 된다. 직장에서 만만한 사람이 누구겠는가? 자기 선이 분명하지 않고 거절 잘 못하고 착하고 순진한 사람만큼 만만한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들은 속으로는 싫어해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기에 그 사람에게 몰리게 된다.


이전에 각 부서 원가절감 현황을 정리하는 업무가 있었는데, 각 부서 실적을 일일이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확인하고 자료를 받아 취합하여 시스템에 입력하는 업무였다. 자료도 제 때 안오고, 오는 자료도 틀린 부분이 많아서 손이 많이 가는 업무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업무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업무는 돌고 돌아 만만한 나에게 오게 되었다. 나는 당시 다른 업무들도 많이 있었는데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맡게 되었다. 그 결과는 뻔했다. 매일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자료를 요청하고 받고 수정했지만 성과로는 어필하기 힘들었고,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늘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


또한 만만한 사람에게는 업무 외적으로 은근슬쩍 망신주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


"OO씨는 지저분하게 책상 정리도 제대로 못하시나요?"
"너무 수시로 자리 비우시는 것 아니예요?"
"패션 감각이 꽝이시네. 그렇게 입고 다니니 아저씨 소리 듣는거예요"


위의 말들이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내가 만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저런 말을 남들도 다 있는 곳에서 쉽게 할 수 있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한번 만만하게 인식되면 그 이미지를 벗어버리기는 어렵다. 그 강도는 점점 더 세질 것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유명한 영화 대사가 딱 맞다. 한 두번 힘든 업무 받아주고,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말들을 그냥 웃어 넘기게 되면 이 사람은 이게 아무렇지 않은가 보다 생각하고 다음부터 더한 것들을 하게 되는게 인간의 심리이다.



2.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


반대로 상대방이 하는 말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같이 일하는 직장동료에 대해 다른 팀 직원이 물어보길래 그 동료가 서울 어느 지역에 살고 전 직장은 어디였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며칠 뒤에 동료가 나에게 화를 내었다.


내가 어디 살고 전 직장이 어디었는지는 내 프라이버시인데 그걸 왜 다른 사람에게 말하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었고, 그게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일 개인정보였을까? 지금도 의문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 상대방은 그 사람과 또 충돌할까봐 거리를 두게 되고 결국 원만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어렵게 된다.

어쩌면 이전에 상처받은 기억이 있기에 다시 또 상처 받기 전에 먼저 울타리를 치려는 심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났는지 명확하게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이 좋다. 화만 내고 끝내버리면 상대방은 이유도 모른 채 당황하게 된다.




제대로 화 내는 방법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수위로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걸 잘 모르기에 화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


적절하게 화 내는 방법은 이 다섯 가지를 꼭 명심하자


1. 화낼 것을 대비해 미리 대본을 작성하자
2. 다른 사람 신경쓰지 말고 내 기분에 충실하자
3. 자꾸 화내지 말고 한번만 화내자
4.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자
5. 지금 현재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



1. 화낼 것을 대비해 미리 대본을 작성하자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정문정 작가는 화를 잘 내는 방법으로 미리 대본을 작성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화를 제대로 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한번 화를 내게 되면 수위 조절을 못하고 할 말, 안 할 말 구분 없이 그동안 속에 쌓여 있는 분노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경우가 많다.


화가 나는 상황은 두 세가지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


회사에서 늘 나를 놀리고 면박주는 과장, 늘 말 안 듣고 머리 위로 기어오르려 드는 자녀들, 밤 늦게까지 뛰면서도 사과 한 번 안하는 윗 집 사람들


나를 화나게 하는 유형 몇 가지에 대해 화낼 때 어떤 말을 할지 미리 대본을 작성하자. 길게 쓸 필요 없다. 아래와 같이 핵심 문장 몇 개만 쓰면 된다. 이 때 핵심은 아이 메시지(I-Message) 즉, 상대방 때문에 내 기분이 어떤지를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제가 퇴근 시간만 되면 정신없이 나간다고, 회사에 별 관심없어 보인다고 자주 말씀하셨죠?
저도 오늘 할 일 다 마무리하고 정시에 가는건데, 그걸 문제 삼으시니 솔직히 불쾌합니다.
물론 과장님께서 일이 많으신 것 잘 알고 있고, 야근이 많으시니 제가 불편하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그렇게 말씀하시지는 말아주세요.



1) 내가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한 상대방의 행위
2) 그 상황에서 느낀 내 감정
3) 상대방 상황을 인정하는 멘트
4) 앞으로 상대방이 개선했으면 하는 것


이 4개를 고려해서 미리 대본을 작성하면 좋다.



2. 다른 사람 신경쓰지 말고 내 기분에 충실하자


화를 잘 내지 못하고 거절 잘 못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다른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본다.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상처 받으면 어쩌지?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지?


그러나 자기 기분에 충실하지 못하면 절대 화를 낼 수 없다. 화내는 순간에는 솔직하게 내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자. 내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나도 화내고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이 말은 결코 상대방에게 막말을 하거나 무례하게 굴라는 뜻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100%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회의 시간에 10분이나 늦게 오신 것 솔직히 화가 납니다. 물론 바쁘셔서 그러신 것이겠지만 저도 다음 일정이 있고 바쁜데 다음에는 시간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3. 자꾸 화내지 말고 한번만 화내자


한번만 짧고 굵게 화내자. 그리고 두 번 다시 동일한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 법에도 일사부재리 원칙이라고 있지 않은가? 하나의 죄에 대해 두 번 이상 벌할 수 없다는 원칙인데 화내거나 거절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4.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자


화가 나는 그 상황에만 집중하자.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상대방 자존심을 건드리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니까 당신이 여태껏 과장이지."
"당신 집에서도 이러지?"
"이전 회사에서도 이래서 적응 못하고 이직한거지?"
"대학교는 좋은데 나왔더만 일 처리를 왜 이렇게 미숙해?"
"일부러 나 엿 먹이려고 그러는거지?"


상대방 자존심을 후벼파는 말들이다. 이런 말을 듣게 되면 미안했던 감정도 한꺼번에 다 사라지게 된다. 오로지 복수하겠다는 신념만 머릿 속에 가득차게 된다. 화낼 때 수위를 조절하자. 부부싸움도 수위조절을 못해서 시댁, 처가 식구들까지 끌어들이게 되면 이혼까지도 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지 않는가?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음을 명심하자.



5. 지금 현재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


꼭 옛날 이야기까지 다 끄집어와서 화내고 화내고 또 화내는 사람들이 있다. 메들리처럼 반복되다 보니 이제 이 사람이 화를 내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줄거리까지 꿸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화도 한 번 내는 것이 효과가 있는거지, 자꾸 들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역치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옳은 소리라도 그걸 두 번, 세 번 반복하게 되면 상대방은 반발심을 느끼게 되고 오히려 반대로 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된다.


화 잘 내는 것은 나를 지키는 기술이다. 적절하게 화내면 나도 지킬 수 있고 상대방도 나에 대해 더 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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