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벗어나기
어느날 낯선 전화가 왔다.
"응? 누구지?"
전화를 받았더니 예전에 같은 동네에 살았던 친구였다.
마지막으로 연락한지 5년도 더 됐는데 전화가 온 것이었다.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지?"
"응..뭐 그럭저럭. 근데 부탁할게 하나 있는데"
"어떤 일인데?"
"내가 다니던 직장 퇴직하고 가게 하나 차리려고 하는데 1,000만원이 필요해서. 혹시 빌려줄 수 있을까?"
순간 고민이 되었다. 나한테도 돈 빌려달라는 전화가 오는구나 싶었다.
"혹시 은행에는 대출 알아봤어?"
"은행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아서 안된다고 하더라고. 제2금융권은 이자가 너무 비싸고. 금방 돌려줄 수 있는데 어떻게 안될까?"
순간 고민이 되었다. 3,000만원이 수중에 있지도 않을뿐더러 이걸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나도 주택대출 갚느라 여유가 없어서 안되겠다고 말하고 끊었는데 영 뒷맛이 개운치 못하고 미안한 마음이 같이 몰아쳤다.
살다보면 제대로 거절하지 못해 손해보는 경우가 참 많다. 친한 친구가 간곡히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인정 때문에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친구관계도 깨지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도 다른 팀 업무 가져왔다가 일은 많아지고 다른 팀원들의 원성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이라는 문화가 있어서 거절하는 것을 금기시 하는 것도 영향을 많이 미친다.
그러나 제대로 거절하지 않으면 결국 내가 손해본다. 상대방은 내가 거절했다고 해서 생각만큼 많이 상처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들어줬다고 해서 생각만큼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나를 지키자.
아래 세 가지 원칙에 따라 거절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1. Yes But Yes 순서로 거절하라
2. 분명하게 전달하라
3. 거절 타이밍을 조절하라
거절하는 방법. 일못러 일잘러 되기
일단 긍정적인(Yes) 말을 먼저 한다. 그 뒤에 지금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를 말한다(But). 그 뒤 여건이 된다면 할 수 있다는 말은 한다(Yes)
(Yes) 오후에 대강당에서 교육이 있어서 자리 세팅이 필요하고 제 도움이 필요한 것 충분히 이해합니다.
(But) 그런데 당장 11시에 상무님 보고가 있어서 지금 보고서 마무리 작업을 해야해서 지금은 곤란해요.
(Yes) 11시 보고 끝나면 점심 시간 이용해서 제가 도움 드릴 수 있도록 할께요.
만일 도움을 끝내 주기 어려운 경우라면 마지막 Yes는 약속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같이 나쁜 짓을 하자는 권유에는 단호하게 거절하라. 이 때는 Yes But 이런 원칙 필요없다. 이런거 못했다가 승부조작으로 선수 생명 끝난 경우 참 많지 않은가?
거절하기가 미안한 나머지 주저주저하며 말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하게 두괄식으로 안된다고 전달하라.
(O) 오늘 11시에 상무님 보고가 있어서 지금 대강당 세팅 도와줄 수 없어.
(X) 도움이 필요하긴 할텐데 내가 잠깐이라도 시간이 되려나? 보고 때문에 바쁘기는 한데...
부탁하자마자 20초 만에 "안돼" 답을 보내면 상대방도 불쾌할 것이다. 반면에 10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답이 오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조급해지고 내가 무시받은건 아닌지 생각이 들 것이다.
2~3분 정도 텀을 두고 답을 보내자. 상대방도 내가 충분히 고민하고 답을 보냈다고 생각할 것이다.
거절할 때도 화낼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 상대방 기분에 초점을 맞추지 말자. 내가 들어주기 싫은데 억지로 "나도 들어주고 싶지만..." 이런 멘트 할 필요 없다. 괜히 상대방에게 헛된 기대 심어주게 된다.
상대방이랑 무조건 좋은 관계 유지해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보자. 이 정도 예를 갖춰 거절했는데도 관계가 틀어진다면 그건 상대방 탓이고, 그런 상대방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느니 지금 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
(덴마크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