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벗어나기
정마루 사원은 올해 입사 2년차 직원이다. 아직은 회사 일이 손에 익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단계이다.
그가 교육팀에서 하는 일은 교육장 세팅, 출석 확인, 강사 보조 등의 업무가 많다. 이번에 지시받은 교재 제작 업무도 그 연장선에 있다.
사실 최근에 그는 주눅이 들어 있다. 교육생 아닌 사람들에게 교육 안내 문자를 잘못 보냈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이게 무슨 교육이냐고 문의가 빗발쳤고, 팀장까지 나서서 사과를 해야했다. 팀장에게 불려가 비 오는 날 먼지나도록 엄청나게 털린 그였다.
어떻게든 만회해보고 싶다.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아! 이번 교재 제작 업무를 활용해보자. 그는 아침 7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해서 미리 교재를 출력하고제본기에 스프링을 끼워 교재를 만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일찍 오자 정마루 사원이 아침부터 열심히 일한다는 소문이 팀에 퍼지기 시작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쇼잉(Showing)' 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보여주기가 과연 필요할까? 어떤 분들은 꼰대들 세대 때나 통하는 악습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통한다. 속 보이고 얍삽해 보이기도 하지만 쇼잉이 분명히 통한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양로원에 가서 어르신들에게 밥도 먹여주고, 모내기도 거들어주고, 하얀 가운을 입고 방역활동도 펼친다. 다들 안다. 저게 다 표 받으려고 쇼잉하는거라고..속 보이는 짓임에도 정치인들이 꾸준히 보여주기성 이벤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사람들이 욕을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 정치인의 친서민적 행보에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순간만큼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따뜻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표에 플러스가 되기에 정치인들은 시간을 쪼개 가며 그런 보여주기 이벤트에 참여한다.
직장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을 잘하는 직원이야 굳이 쇼잉 이런 번거로운 짓 안해도 된다. 어짜피 주변에서 다 인정하는데 그런일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리고 이런 직원은 일이 많이 주어지다보니 항상 바쁘다. 보여주기가 아니라 실제로 일에 파묻혀 엄청 바쁘다.
그러나 일을 잘 못하는 직원은 경우가 다르다. 보여주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내가 근면성실하게 이 일에 애착을 갖고 임한다는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달라질거라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보여주기를 통해 열심히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한 번 각인된 이미지는 왠만하면 바뀌기 참 어렵다. 그만큼 첫인상의 효과는 강렬한 것이다. 예전 대학교 때 소개팅 자리를 샛각해보자. 상대 이성이 마음에 든다, 안든다가 만나자마자 결정되었던 경험..다들 있으실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첫인상이 형성되는데 드는 시간이 6초라고 한다.
첫인상이 무서운 것은 한 번 형성된 첫인상은 좀처럼 바뀌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쇼잉같은 방법시 효과적인 것이다. 사람은 자꾸 노출시킴으로서 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찍 와서 늦게 퇴근하는 직원이 성실하고 회사에 충성한다는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냥 일찍 와서 늦게 가라. 이게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당신이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유용할 것이다. 꼭 일을 안해도 된다. 글을 써도 된다. 영어회화 공부를 해도 되고 QT를 해도 된다. 보여주기인데 뭘.. 영원히 이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한시적으로 그렇게 해보라는 것이다.
생각 외로 이 행동의 효과는 상당히 크다. "얘가 달라졌네!" 이 소리가 조금씩 들릴 것이다. 오래 할 것도 없다. 2주 정도만 해도 소문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게 생각 외로 효과가 크다는 것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딴짓하는걸 티내지는 말자. 적어도 일하는 모습은 보이자. 이 아침에 이 미친 짓을 하는 것은 내 이미지를 바꾸기 위함임을 명심하자. 오래 일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 동안 효율성 있게 일하는게 중요하다고 해도 결국 눈에 보이는 것은 일찍 와서 늦게 일하는 사람의 실루엣일 뿐이다. 일단 열심히 하는 이미지부터 만들자. 그게 안되면 회사 생활 힘들어진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연극과도 같다. 결국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상사가 일을 잘 모르는 사람일 경우, 보여주기의 효과는 훨신 더 강한 효과를 낸다.
데일 카네기 책에서 본 이야기이다. 카네기가 어렸을 때, 정년까지 공장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할머니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할머니는 어떻게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나요?"
"나는 일이 없어도 바쁜척 했단다. 천천히 일하는 한이 있어도 절대 놀고 있다는 느낌은 안 주려고 했지"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쇼잉이 중요하다. 단 보여주기의 효과는 영원하지 않다. 이미지 변화용으로 쓸 수는 있지만, 결국은 내가 일을 잘하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를 명심하자. 어쨌든 보여주기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