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극복하기
십 년도 더 된, 직장생활 초년 시절의 일이다. 당시 팀장은 엄청나게 회식을 좋아했다. 그리고 모든 팀원들은 일체의 열외 없이 다 참석해야만 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너무나도 힘들었다.
당시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여직원이 있었다. 23살 정도의 젊은 친구였는데 나 못지 않게 회식자리를 싫어했다. 술 마시러 회사 다니는거냐고 자주 푸념하고는 했다.
한 번은 회식 때 그 여직원이 오지 않았다. 팀장은 나보고 전화해서 당장 오게 하라고 시켰다.
'젠장, 이런 일은 꼭 만만한 나만 시켜'
나는 그 여직원이 불편해할까봐 실제 전화를 걸지 않고, 전화를 건척 연기를 했다.
"여보세요! 현정씨, 오늘 집에 급한 일이 있으시다고요? 회식은 못 오시겠네요. 알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팀장은 그 여직원이 오자마자 말을 건다.
"어제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회식에 못 왔다면서?"
"네? 제가요?"
"어제 OO씨랑 통화했잖아"
"저 OO씨랑 통화한 적 없는데요"
"응? 무슨 소리야? 현정씨랑 어제 통화하지 않았어? 집에 일 있어서 못 온다고 나한테 이야기했잖아"
나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거짓말을 한게 들통난 것이다. 그 여직원이 임기응변이 좋았다면 눈치껏 잘 대응했을 것이다. 그러나 23살 사회 초년생 여직원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아..그게..현정씨가 회식 오는거 힘들어해서 어제 제가 그렇게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어제 나에게 거짓말을 한거네? 그렇지?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나 놀리는거야?"
한 사람을 위해서 했던 거짓말이 내 신뢰를 수직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도 이 사건을 다시 글로 쓰니 가슴이 쿵쾅거린다. 그만큼 나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기억이었다.
그 사건 이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남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 그게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까? 당사자는 과연 고마워나할까?
전래 동화를 보면, 나뭇꾼은 사냥꾼에게 토끼가 숨은 위치를 거짓말로 알려준다. 토끼는 그 은혜를 갚는다. 실제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그건 어렵다. 사람은 자기 이익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이전에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더라도 당장 내 입장이 곤란해지면 나부터 살고자 한다.
이스라엘의 왕 다윗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왕이 되기 전, 그는 이스라엘에서 인기스타였다. 당시 왕 사울은 그를 끊임없이 죽이려고 했고, 10년이 넘게 그는 이리저리 도망 다녀야만 했다.
그러던 중, 다윗은 이스라엘 국경에 있는 '그일라' 라는 마을이 블레셋으로부터 약탈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일라를 구출하였고 블레셋을 물리쳤다.
이 소식은 사울왕에게 전해졌다. 사울왕은 그일라 성에 있는 다윗을 재빨리 덮치려고 했다. 다윗은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 그일라 주민들이 배은망덕하게 그를 사울왕에게 넘길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재빨리 그일라를 빠져 나갔다. 사울왕은 과거에도 다윗을 지켜준 사람들을 학살했던 일이 있기에, 그일라 주민들은 살고자 배은망덕의 길을 선택하려 했던 것이다.
과거의 도움은 도움이고, 당장 내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사람은 배신하기 쉽상이다. 아무리 내가 호의를 베풀어도 베푼만큼 되돌려 받는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 특히 내가 부정한 행동이나 거짓말로 상대방을 도와준 것이라면 더더욱 불리한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빚 내서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가수 김장훈씨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도와주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내 능력 밖의 범위에서 도와주는 것은 절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뽀빠이 이상용씨가 생전에 회고했던 내용이 있다. 이상용씨는 수 십년 간 수 백명의 심장병을 가진 아이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큰 비용을 들여야 했기에 생활고에 시달릴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큰 도움을 받았으면 감사 표시를 해야할텐데 수 백명 중 직접 찾아와서 감사 표시를 한 사람들은 열 명 남짓이었다고 한다. 막상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은 것이다.
물론 고맙다는 소리 들으려고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만 손해 본다면 그건 큰 손해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도와주자. 도와준다고 말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바람에 도움 주고도 욕 먹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자.
맨 처음 예시처럼, 거짓말로 남을 도와주거나 부정한 방법을 쓴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내가 곤경에 빠지게 된다. 이 때 나를 구해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오래전에 기사로 접했던 사례이다. 친한 친구가 사업이 기울어 급하게 돈을 구하고 있었다. 친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 어떻게든 돈을 주고 싶었다. 그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이번에 거래처에서 받은 대금 일부만 친구에게 빌려주자. 석 달 뒤에 정기예금 만기 돌아오는게 있으니 그걸로 충당하면 되지'
그러나 그 사이에 본사 감사팀에서 불시 감사를 진행하였다. 장부상 금액과 실제 보유 금액이 다른 것을 적발하게 되었다. 그는 횡령죄로 형사고발되었다.
형법 상 횡령죄는 불법영득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나중에 돌려줄 생각이 있더라도 그 당시에 불법적으로 돈을 가져갈 의사가 있었다면 횡령죄는 성립한다. 그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한 행동이었다며 선처를 구했지만 교도소 행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절대 부정한 방법으로 도와줘서는 안된다. 내가 곤경에 빠지게 된다.
도와주고도 욕 먹는다는 말이 있다. 지나치게 생색을 낼 때 상대방은 거부감을 갖게 된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게 자칫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을 배은망덕하다고 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먼저 조심하자.
"이거 진짜 안되는건데, 나니까 도와준거야. 이거 평생 나한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돼!"
"솔직히 나 아니였음 너 이 세상 사람 아니었어. 나 같은 사람 어디서 본 적 있어?"
"너 혼자서는 이거 죽었다 깨도 못 해"
이렇게 말하면 거부감을 갖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한 소리가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렇다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인어공주는 물에 빠진 왕자님을 구해주고도 말을 하지 못해 쓸쓸이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그 흔한 감사 표시 하나 받지 못하고, 공은 엉뚱한 사람이 챙겨가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내가 도와줬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알리자. 단, 필요 이상으로 내가 한 일인 것을 동네방네 소문내고 계속 말하지는 말자. 적당한 선을 지키자.
성경에서 예수님은 나병 환자 열 명을 고쳐주셨다. 그 중에서 예수님을 직접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한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제대로 된 감사 표시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생각 외로 적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 는 영화 속 대사처럼 도움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괜히 도와주려다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참 많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본인이 희생 당하는 사람, 고 이수현씨처럼 도쿄 신오쿠보역 지하철 승강장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다 희생당한 사례도 있다. 너무나도 숭고하고 고귀한 희생이지만 우리가 그 주인공이 되지는 말자.
1)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2) 불법이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하자. 3) 너무 생색을 내서 공로를 다 깎아먹는 실수를 하지 말자.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당신의 도움은 큰 가치를 발할 것이다. 그리고 나도 지켜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