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극복하기
대학생 때 일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를 종종 찾아뵈러 가곤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모댁에서 사시던 할머니는 손자가 오면 그렇게나 반가워하셨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혹시 내가 치킨 사줄까? 너 치킨 좋아하지?"
"아니요. 저 점심 먹고와서 배 불러요. 괜찮아요"
"한참 배고플 나이인데, 먹지 그래"
나는 극구 괜찮다고 할머니를 말렸다. 시간이 흐르고 그 때 일을 떠올려보면 내가 왜 이렇게 눈치가 없었을까 싶다. 할머니는 치킨이 드시고 싶으셨던 것이다. 혼자 드시기는 한 마리의 양이 많기도 하고, 고모에게 차마 먹고 싶다고 말을 꺼내기 뭐하니, 손자에게 준다고 하고 같이 드시고 싶으셨던 것이다.
그 때 내가 눈치만 있었어도..가끔씩 그 때 일을 떠올리며 후회하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누구일까? 상대방이 어떤 의도로 그 말을 하는지 잘 알아채는 사람이다. 척하면 딱인 사람인 것이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 집을 방문했을 때, 집 안이 무더웠다. 이 사람은 돌려서 말한다.
"요즘 날씨가 참 덥죠? 올해는 여름이 빨리 시작되나봐요"
이걸 듣고, "네! 요즘 지구온난화가 심하죠" 이렇게 대답하고 끝내면 상대방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더우시죠? 문을 열어 드릴까요?" 또는 "에어컨을 틀어 드릴까요?" 이런 반응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직설화법보다는 간접화법이 많다. 즉 내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시하기 보다는 돌려서 전달하는 것이다. 이걸 간파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말을 그것만 딱 캐치하면 반만 이해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자기 생각을 다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 행간의 의미를 꼭 찾아내야 한다.
청나라가 멸망하던 1910년대, 당시 원세개라고 하는 실권자가 있었다. 이 자는 청나라를 멸망시키고 자기가 황제가 되는 것을 꿈꾸는 인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늘 원세개의 속마음을 알지 못해 그가 진짜 원하는게 무엇인지 잘 몰랐다. 대통령, 총통직을 제안해도 나는 아무런 욕심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가 욕심 없이 나라를 위해 싸우는 장군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눈치 빠른 심복이 하나 있었다. 단기서(돤치루이)라고 하는 자로, 원세개가 황제가 되고자 한다는 것을 알고 그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준다. 원세개의 환심을 산 단기서는 고속으로 승진하게 되었고, 결국 원세개의 뒤를 이어 중국의 최고 실권자가 될 수 있었다.
아는 목사님께서 설교 때 하신 말씀이다.
40년 전, 이 목사님이 젊으셨을 때 성경 공부 모임을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오씨 성을 가진 어떤 젊은 여자 집사님이 자기는 눈이 침침해서 성경책을 잘 읽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상하네..30대 젊은 여자가 벌써 눈이 침침하다고?"
고민하다보니 갑자기 확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 한글을 모르나보다. 내가 도와줘야겠네'
눈이 침침해서 성경책을 읽기 힘들테니 목사님이 대신 읽어주겠다고 하자 그렇게 좋아하더랜다. 40년 전만 해도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렇게 한 사람의 신앙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앞의 사례와 같이 사람은 자기 속마음에 대해 100퍼센트 다 털어놓기 힘들다. 그걸 꾹꾹 마음 속에 담아놓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빨리 간파하는 사람은 당연히 더 그 사람에게 다가설 수 있다.
평소 무뚝뚝했던 남편이 오랫만에 큰 마음을 먹고 결혼기념일에 꽃을 사서 집에 들어가려고 한다. 꽃집 앞에서 남편은 헛기침만 하고 쉽사라 들어가지 못한다. 이걸 본 눈치 빠른 점원은 결혼기념일에 어울리는 흐드러지게 핀 빨간 장미 50송이를 내민다. 무뚝툭해 보이는 남자가 꽃집 앞을 서성거리는 행동에서 이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의도를 알아차린 것이다.
상대방 의도를 알아차리면 이처럼 이익을 볼 수 있다. 영업을 하는 사람은 고객의 마음을 캐치할 수 있고, 사무실 근무자 역시 업무를 지시한 상사의 마음을 알고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이 차마 자기 입으로 말하지 못하는 사정을 알고 배려해 줌으로써 상대방은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앞서 소개드렸던, 한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눈이 침침하다고 말하는 오 집사님 사례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 상대방과 자주 대화하면서 현재 관심사는 무엇이고, 처해있는 상황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아까 그 오 집사님의 경우,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데 본인이 문맹이라는 것이 탄로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고 한 발 물러나 있다. 대화를 통해 이런 사정을 파악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순간순간 나오는 표현들이 있다. 그 표현들은 사실 그 사람의 속마음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 표현들을 잘 곱씹어보면 상대방의 심리상태에 대해 알 수 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오 집사님의 경우, 글씨를 읽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자꾸 다른 소리를 한다.
"아이고, 내가 집에 두고 온 게 있네"
"경희 엄마! 그거 기억나? 시장에서 돼지고기 싸게 팔던데"
그 상황을 어떻게든 회피하려 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주의깊게 관찰한다면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
주변 상황을 관찰해보자. 상대방에게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 그리고 상대방이 상황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캐치해보자.
글을 못 읽는 오 집사님을 제외하고는 다들 성경책을 막힘 없이 읽어 내려간다. 어떤 집사님은 1년에 무려 3독을 한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하나도 안 읽는다고(사실은 못 읽는다고) 말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침묵을 지키거나 자리를 피하거나 거짓말로 나도 읽는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이 집사님에게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주변 상황이다.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다만 이건 신중하게 하자. 직설적으로 말하기 싫어서 또는 부끄러워 하는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글을 모르는 집사님에게 "오 집사님 사실 한글 못 읽는거 아니예요?" 이렇게 물어본다면 대단한 실례이다. 직접 물어보되, 돌직구를 날리는 것이 아니라 완곡하게 돌려서 말하는 것이다.
"오 집사님 눈이 침침해서 성경 읽는거 혼자서 힘들텐데 내가 도와줄까? 언제든 말해"
이러면 자존심도 건들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해결해 줄 수 있다.
상대방의 의도를 아는 것은 대단한 스킬이고 역량이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성공한 사람 상당수는 상대방 의도를 알고 그에 맞게 처신함으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게 잘 안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이 사람들은 자기 감정도 잘 모르는데 무슨 남의 감정까지 알아차리겠는가? 하루 아침에 만들 수는 없다. 연습을 해보자. 당장 가족들 대상으로 한 번 해보자. 부모님께서 자꾸 요즘 환율이 내려가서 해외여행가는 사람이 많다던데~ 이런 말씀을 하시면 해외여행 한 번 보내드리자.
아내 또는 남편이 흑백요리사에 나온 어떤 식당이 유명하던데 마침 우리집 근처에 있더라~ 이런 말을 하면 주말에 한 번 같이 가자. 가까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도 파악하기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스킬을 키워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