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테스의 아즈텍 정복 이야기 (2화)

역사에서 배우는 일 잘하는 방법

by 보이저

몬테주마 2세의 감금


아즈텍 제국의 몬테주마 2세는 불안했다. 생전 처음보는 동물을 타고 단단한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계속 듣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그는 코르테스를 직접 만나기로 결심한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기에 나라 전체가 들썩 거리는지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코르테스는 주변 부족장들과 말린체를 통해 아즈텍 제국에 대해 속속들이 다 파악하고 있었다. 주변 부족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납치해서 인신공양 제물로 바치는 바람에 원성이 자자하다는 소식, 리더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이 집중된 사회구조라 밑에 사람들이 그저 충성하기 바쁘다는 것 등 실상을 꿰뚫고 있었다. 코르테스는 결심한다. 천 명도 안 되는 병력으로 아즈텍 제국군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다. 황제만 사로잡으면 그들의 힘은 크게 떨어질 것이었다.


더욱이 코르테스와 손을 잡은 틀락스칼텍 부족은 지속적으로 코르테스를 부추겼다. 아즈텍은 믿을 수 없고 배신을 잘하니 반드시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틀락스칼텍은 아즈텍에 원한이 사무친 부족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신공양 제물로 끌려갔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페인에 잘 협조하여 아즈텍을 멸망시키면 콩고물이 자기들에게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 때 좋은 구실이 생기게 되었다. 아즈텍 귀족 중 한 사람이었던 쿠알포포카라는 사람이 독단적으로 휘하 군사들을 이끌고 스페인 군을 급습하여, 여러 사람들을 납치해 간 것이었다. 코르테스는 쿠알포포카를 공격하는 한 편, 아즈텍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며 환영나온 몬테주마 2세까지 체포하여 감금해버렸다. 황제가 체포되어 버리자 수많은 귀족들과 군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치만 보게 되었다.

포로가 된 몬테주마 2세


예상치 못한 위기


이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터지게 된다. 그것은 바로 쿠바 총독 벨라스케스가 토벌군을 이끌고 코르테스를 잡으러 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코르테스는 애초에 정식 명령을 받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 총독에게 항명하고 독단적으로 병력을 움직인 것이었다. 당시 법으로 이는 참수형에 해당하는 심각한 군법 위반이었다. 총독은 이를 갈며 코르테스를 잡으려고 800명의 병력을 보낸 것이었다. 이는 코르테스군 병력의 2배가 넘는 규모였다.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코르테스 부대는 처음의 절반인 400여명으로 줄어 있었다. 게다가 총독의 부대는 무기가 더 잘 갖추어져 있었다. 병력 수도 부족한데 무장 수준까지 차이가 컸다. 이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어쩔 수 없었다.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는 토벌군과의 전투를 결심한다. 문제는 병력이 너무나 적었다. 당장 테노치티틀란을 비우고 떠날 수도 없었다. 가뜩이나 적은 병력을 둘로 쪼개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고민 끝에 그는 400명 중 100명은 부관인 데알바라도에게 맡겨 테노치티틀란을 지키게 하고, 나머지 300명을 인솔하여 토벌군과의 전투를 위해 산악으로 이동하였다.


아즈텍 귀족들은 복수의 때가 왔다고 기뻐했다. 아무리 강력한 스페인 군이라도 고작 100명으로는 아즈텍 대규모 군을 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마침 그들의 인신공양 의식인 톡스카틀 의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을 벌어야만 했던 코르테스 군은 인신공양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축제를 허용했다.




톡스카틀 의식의 비극


이 축제는 꽃의 축제라고도 불리는데,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사람들 대규모로 희생제물로 그들의 신에게 바치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축제였다. 이번 축제는 틀락스칼텍에서 끌고 온 수많은 포로들이 바쳐질 예정이었다. 틀락스칼텍 부족은 당장 뛰어들어가 복수하고 싶었다. 그들은 코르테스의 부관인 데알바라도에게 당장 뛰어들어 아즈텍 부족을 도륙하자고 부추겼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00명의 스페인 군으로는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자살행위였다. 그들은 분노를 참아야만 했다.


이 때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단순한 성격으로 유명했던 데알바라도가 큰 사고를 친 것이다. 틀락스칼텍 부족은 불확실한 정보를 그에게 계속 제공하였다. 아즈텍 부족이 지금 기습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뜸한 것이다. 가뜩이나 사람들이 산 채로 죽어나가는 것을 보며, 공포와 분노를 느끼고 있던 스페인 병사들은 흥분해 있었다. 언제든 피에 굶주린 저들이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데알바라도는 명령을 내렸다.


"저들을 한 명도 살려두지 말고 다 없애버려라!"


순식간에 축제의 현장은 살육의 장으로 바뀌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살육의 대상이 반대로 바뀌었다. 가해자였던 아즈텍인들이 피해자가 된 것이다) 인신공양 희생자들을 죽이던 사제들, 근처의 구경꾼들, 아즈텍 병사들, 음악을 연주하던 자 등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죽음을 면치 못했다. 스페인 병사들은 닥치는 대로 찌르고 베었다.


간신히 도망친 사람들은 곧바로 아즈텍 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몬테주마 2세의 사촌동생 콰우테목은 아즈텍 병사들을 총동원하였다.

"저 악마의 무리들과 싸워라!"


이제 테노치티틀란에 있는 100여명의 스페인 병사들은 독 안의 쥐가 되었다. 아즈텍 병사 수 만명은 테노치티틀란을 포위한 채 점점 포위망을 죄여 오고 있었다. 그들은 곧바로 쳐들어가 스페인 병사 100여명을 없애버릴수도 있었지만, 더 좋은 때를 기다렸다. 그들은 첩자들을 통해 코르테스가 토벌군과 싸우러 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들이 져서 못 돌아오게 되면 그 때 테노치티틀란을 공격해서 남은 100명을 없애 버리고, 이겨서 다시 돌아오게 되면 그 때 공격해서 싹 다 없애버리기로 하고 매복하게 된다.


그렇다면 데알바라즈는 왜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그는 코르테스와는 달리 행정 경험이 전무했고, 정치적인 역량도 없는 사람이었다. 옆에서 아즈텍인들이 기습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자 딱 거기에만 꽂혀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다. 사람은 당황하면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당장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토벌군과의 운명의 전투


한편 코르테스는 300명을 이끌고 토벌군이 주둔한 곳 인근에 매복하게 된다. 정면 승부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야간 기습을 준비하게 된다. 마침 그 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당시 대포는 비가 오는 날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이 점을 이용하여 기습 후 대포부터 접수하였다. 이 때 코르테스의 정치력이 빛을 발한다.

"우리는 같은 스페인 사람들입니다. 우리끼리 싸우지 맙시다!
나를 도와준다면 황금을 나눠 갖겠습니다"



토벌군 역시 독불장군이었던 쿠바 총독 벨라스케스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그리고 그 당시 신대륙 탐험은 먼저 가진 사람이 임자였다. 총독 말을 듣지 않았더라도 충분한 보상만 스페인 국왕에게 바치면 충분히 용서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돈에 눈이 먼 시대였다. 이들은 코르테스에게 합류하기로 한다. 이제 코르테스의 병력은 1,200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 때 코르테스는 부관 데알바레즈가 벌인 살육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시간이 없었다. 위기가 닥쳐오고 있음을 직감하고 그들은 전속력으로 테노치티틀란으로 진군하게 되었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코르테스


코르테스는 치밀한 사람이다. 냉철한 그는 정에 이끌리지 않았으며 빠른 상황판단 능력은 그의 최대 장점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의 성공에 도취되어 있었다. 사실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아즈텍 제국의 수도까지 들어갔고, 스페인 토벌군까지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만하는 순간 위기가 찾아온다. 코르테스가 딱 그런 상황이었다. 그는 이 일이 단순 소요사태였다고 생각했다. 스페인 병력이 확 늘어났으니 쉽게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고 안심했던 것이다.


그는 테노치티틀란으로 들어갔다. 이상하리만큼 도시는 조용했다. 그는 궁전으로 들어간 뒤, 부관 데알바레즈부터 불러 문책하려 했다. 그 때 전령이 다급하게 외쳤다.


"긴급사태입니다. 수 만명의 아즈텍 병사들이 이 궁전으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코르테스는 독 안의 쥐가 되고 말았다. 그는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 때 그는 인질로 잡고 있는 몬테주마 2세를 활용하기로 결심한다.




몬테주마 2세의 죽음


그는 몬테주마 2세에게 직접 아즈텍 사람들을 달래보라고 강요한다. 어쩔 수 없이 몬테주마 2세는 궁궐 베란다에서 군중들에게 소리친다.


"아즈텍 사람들이여!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들 제 자리로 돌아가거라! 명령이다!"



그러나 이 말이 이미 흥분할 대로 흥분한 아즈텍 사람들에게 먹혀들리 없었다. 사실 평소부터 아즈텍 사람들은 유약한 성격이었던 왕을 불신했다. 게다가 왕은 이미 배신자, 매국노로 낙인찍혀 있었다. 군중들은 그에게 마구 돌을 집어 던졌다. 화살을 쏘는 이들도 있었다. 그 중 돌 하나가 그의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 왕은 쓰러졌고, 이 상처가 치명상이 되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만다.

몬테주마 2세의 죽음


탈출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즈텍인들은 사절단을 보냈다. 지금이라도 당장 이 도시를 떠나면 퇴로를 열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걸 곧이 믿을 수는 없었다. 언제든 뒤에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르테스가 그 때까지도 자만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신전만 점령하고 그 신전을 파괴하겠다고 하면, 아즈텍인들이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시 한 가운데에는 피코 신전이라는 곳이 있었다. 이 신전은 아즈텍 신을 모신 신성한 곳으로, 당연히 수많은 아즈텍 병사들이 중무장한채 이 곳을 겹겹이 지키고 있었다. 스페인 군을 대포, 총, 말을 총동원하여 죽음을 각오하고 총 공격했다. 코르테스는 맨 앞에서 칼을 휘두르며 신전의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게단은 100개가 넘었으며 갑옷으로 중무장한 그가 뛰어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넘어져 손가락이 부러지면서도 끝끝내 계단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요피코 신전은 스페인 군이 차지하게 되었다. 스페인 군도 피해가 엄청났다. 상당수의 병사들이 죽거나 부상당했고 남은 병사들도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요피코 신전 전투


코르테스는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여전히 아즈텍인들은 기세등등하였다. 부하들은 코르테스를 설득했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으니 이 도시를 빨리 빠져나가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어떻게 점령한 이 도시인가? 이 도시는 인구 10만명이 넘는 대도시이다. 값비싼 보물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는 계속 고집을 부렸다. 그러는 동안 아즈텍 증원군은 이 도시를 향해 속속 집결하고 있었다. 상황은 점점 코르테스에게 불리하게 흘러하고 있었다. 이제는 수 십만으로 아즈텍 병력은 늘어나게 되었다.


계속 고집을 부리던 코르테스도 할 수 없이 고집을 꺾고 후퇴를 결심했다. 그는 붙잡은 아즈텍 귀족들을 모두 풀어주는 대가로 퇴로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이 조건을 아즈텍에 의해 받아들여졌고, 그는 신전을 떠나 남은 스페인 병사들과 함께 도시를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건 함정이었다. 아즈텍인들은 결코 코르테스 일행을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다 잡은 물고기를 풀어줄 바보는 세상에 없는 법이다.




과연 코르테스의 스페인 부대는 무사히 테노치티틀란을 탈출할 수 있었을까요? 그의 운명을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음 3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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