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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는 않으신가요?

인간관계 극복하기

by 보이저

우리는 쉽게 다른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 사람의 외모를 보고 지레 짐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은연중에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


독일에는 많은 이주민 노동자들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수는 튀르키예 출신 노동자들이라고 한다. 독일인들은 종교가 다르고 생활 방식이 다른 티르키에인들을 배척하고 싫어했다. 튀르키예인들을 데려올 때는 언제고, 점차 그들을 싫어하고 차별하는 문화가 만연하게 된 것이다.


한 번은 한 독일인 기자가 튀르키예인처럼 콧수염을 기르고 허름한 작업복 차림으로 식당에 들어갔다. 10분이 지나도 종업원은 오지 않았다. 그가 주방 앞에까지 가서 주문을 하려고 하자 식당 주인은 화부터 냈다.


"우린 튀르키예 사람에게는 음식 안 파니 당장 나가세요"


다음 날 그 기자가 독일인 옷을 입고 그 식당에 가자 종업원은 웃는 표정으로 바로 다가가더니 친절하게 응대했다고 한다. 옷차림을 보고 곧바로 그 사람의 국적을 짐작하고 다르게 대우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쉽게 선입견을 가지고 타인에 대해 지레 짐작하며 차별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사례들



1. 옷차림에 따른 점원의 반응


우리는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는 한다. 한 실험에서는 똑같은 사람에게 다르게 옷을 입혀 한 번은 면티셔츠에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옷가게를 가도록 했다. 다음 날에는 정장을 입고 같은 옷가게에 들여보냈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옷가게에 가자 점원은 손님 가까이에 가지도 않았다. 판매 권유를 하는 둥 마는 둥 멀리서 단답형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다음 날 정장 차림으로 그 손님이 들어가자 그 점원은 그 손님에게 재빨리 다가가 친절하게 옷을 직접 꺼내서 보여주며 응대했다. 이렇듯이 옷차림에 따라서 그 사람의 구매력을 지레 짐작하고 다르게 대하는 경우가 많다.



2. 사우나탕에서의 시비


한 번은 사우나탕에서 두 손님 간에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샤워를 할 때 물이 다른 손님에게 자꾸 튀면서 말다툼을 벌인 것이다. 덩치가 컸던 사람은 마르고 키도 작은 사람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마구 화를 냈다.


그 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마르고 키가 작은 사람은 양복에 비싼 가방을 들고 있었고, 덩치가 큰 사람은 작업복 차림이었다고 한다. 갑자기 작업복 차림의 사람이 쭈뼛거리더니 기세등등했던 모습은 싹 사라지고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 버렸다고 한다.



3. 일본 여행 중의 착각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일본을 여행하고 있었다. 오락실에 들어가서 야구 게임을 하는데 반대쪽 게임기에 앉아 그 한국인들과 대결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 사람은 고수라 도무지 이길 수가 없었다. 화가 난 그 사람들은 한국어로 중얼거렸다.


"저 인간 생긴 것도 완전 전형적인 토종 일본인이네. 백수같이 게임만 하니 저렇게 잘하는 거지 뭐"


게임이 끝나자 상대편에 앉아 있던 사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아주 능숙한 한국어로 말했다.


"한국에서 오셨나 보네요"


전형적인 토종 일본인처럼 생긴 그 사람은 같은 한국인이었던 것이다.



왜 쉽게 판단하게 되는가?



1. 확증편향 (Confirmation vias)


사람은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로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vias)을 들 수 있다. 이는 한정된 정보 때문에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갖고 손쉽게 판단해 버리려고 하는 경향 때문이다. 사람은 한번 머릿속에 정보가 들어오면 그 정보에 좌우된다. 그리고 판단하게 된다. 이 판단은 처음 정보를 뒤집을 정도의 큰 반전이 있지 않은 이상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다.


소개팅에 나갔을 때 상대방에 대한 호감 여부는 5초 만에 결정된다고 한다. 그 뒤에는 웬만한 다른 정보가 들어와도 처음 형성된 상대방에 대한 느낌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은 충분한 정보를 얻은 후 판단을 하기보다는 처음 주어진 정보에 이끌려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2. 자기중심적 사고


내가 가진 특성이 옳다는 생각 하에 다른 사람이 가진 성격이나 행동은 일단 잘못된 것으로 판단한다.


나는 일단 일이 주어지면 무조건 빨리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동료는 그때그때 일정에 맞춰 처리한다. 내 기준에 따르면 동료의 일처리 방식은 나태하고 느리게만 보인다. 일에 대한 열정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나를 지배하게 되면 세상 모든 것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된다.



쉽게 타인을 판단하지 않는 방법 (그런 생각을 나면 떨쳐내 버리기)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것은 자칫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은 모두 다 잘못되었다는 흑백 논리에 빠지기 쉽다. 이는 건강한 인간관계 형성을 방해한다. 그리고 나를 오만하고 외골수인 사람으로 만들게 된다. 그렇다면 타인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않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성향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때 그런 생각이 든다고 계속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금물이다.


팀 동료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사무실에 출근한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땀 좀 닦고 오지 지저분하게 저게 뭐야? 저러니 여직원들이 다 싫어하지'


그런데 그 동료는 나를 보고 속으로 생각한다.


'옷에 치약이나 묻히고 다니고, 매 번 저러네'


결국 둘은 자기 기준에서 서로를 까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에는 똘레랑스(Tolerance)라는 가치가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관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존중받고자 하면, 먼저 존중하라는 뜻인 것이다. 내가 타인을 비판하고 깎아내리는 만큼 나도 그렇게 비판받게 된다. 인간관계란 상호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지나가는 사람이나 연예인에 대한 평가부터 하지 말자. 사람이란 어떤 것을 아예 안 할 수는 있어도 조금만 하기란 어렵다. 담배를 생각해 보자. 담배를 아예 안 피우는 것은 가능해도, 조금만 피는 것은 어렵다. 본인은 피는 개수를 줄였다고 안심하지만 사실 더 깊이 빨아들이기에 몸에 해로운 정도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담배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덜한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아예 하지 말자. 그런 생각이 들면 빨리 정신 차리자.


'앗.. 내가 또 이러네. 이러지 말아야지'


물건을 훔치고 싶다고 생각이 들 때 그 생각이 계속 떠오르도록 방치한다면 그건 잘못된 일이다. 마찬가지이다. 타인에 대해 쉽게 지레짐작하고 판단하려고 할 때 그 생각을 빨리 끊어내도록 하자.




마무리하며


"나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판단해 본 적이 없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로우 수는 없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마태복음 7장 12절 말씀으로 황금률로 불린다. 누가 나를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처럼 기분 나쁜 일이 없다. 대학생 시절, 철없던 나는 친구들과 같이 매일 도서관에 출입하는 사람들 중 특이한 사람들이 있으면 별명을 부르며 놀리고는 했다.


그 별명이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을 리 없었다. 드래곤볼의 피콜로, 예전 시트콤에 나오던 타조알 등 외모를 희화화하는 것들이었다. 훗날 알게 된 내용인데 그중 한 명이 자기가 어떤 별명으로 불리는지 건너 건너 전해 들었다고 한다. 화가 난 그는 그날로 다른 도서관으로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미로 하건 선입견이건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것은 절대 좋은 모습이 아니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하는 만큼 나도 똑같이 당하게 된다. 이건 인간의 본성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런 생각이 불쑥 떠오르게 되면 '내가 이러지 말아야지' 정신 차리고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내 의지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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