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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허둥지둥 대는 편이신가요?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얼마 전의 일이다. 지방 출장을 위해 새벽녘에 헐레벌떡 정신없이 일어나 KTX를 타기 위해 광명역으로 갈 준비를 했다. 그날따라 기상 알람 소리를 잘 듣지 못했다. 예정 시각보다 10분이나 늦게 일어나고 말았다. 기차 출발 시각은 새벽 6시 5분인데 벌써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 헐레벌떡 옷을 걸쳐 입고 대문을 나선다.


하필 그날 따라 택시도 잘 오지 않는다. 간신히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광명역으로 갔다. 역에 도착하니 정확히 새벽 6시 정각이다. 급한 마음에 카드를 지갑에서 꺼내려는데 그날 따라 지갑에서 카드가 잘 꺼내지지를 않는다. '이거 왜 이러지?'


간신히 카드를 빼서 결제한 뒤, 플랫폼으로 뛰어간다. 마침 멀리서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아!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뭐지? 이 느낌은?' 목에 건 카드 지갑이 열려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갑자기 세한 느낌이 엄습해 왔다.


지갑을 보니 아뿔싸, 회사 법인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 갔지? 없으면 안 되는데.. 기억을 더듬어본다. 조금 전에 택시비를 그 카드로 결제했는데.. 그렇다면? 택시에 그 카드를 두고 내린 것이다. 이미 기차는 출발했는데 이걸 어쩌나.. 이미 후회해도 때는 늦고 말았다.



심하게 허둥지둥 대는 편이신가요?


일에 과부하가 걸리면 심하게 허둥대는 사람이 있다. 똑같이 바쁜 환경 속에 있더라도 어떤 사람은 평정심을 유지해 가며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는 반면,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허둥지둥 대는 사람들은 과연 왜 그런 것일까?



1. 높은 불안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불안감이 커지면 마음이 조급해져서 허둥지둥한다.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생각이 많아지고 행동이 꼬이게 되는 것이다.


1번 업무를 하다가 2번 업무 지시가 들어오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때 아직 끝내지 못한 3번, 4번 업무가 생각나면서 이 사람은 불안감에 허둥지둥하게 된다.



2. 심리적 특질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사람들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해 더 서두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작은 실수에 크게 당황하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특히 성격이 예민한 경우 이런 성향을 자주 보이는 경우가 많다.


ADHD가 있는 경우, 쉽게 허둥지둥 댄다. 이들은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에 특히 취약하다.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고 불안함과 긴장도가 항상 높기 때문이다. ADHD인 사람들은 과도한 업무와는 상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낮은 자존감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거나 실패가 두려운 경우, 자신감이 부족해지게 된다. 이때 일을 차분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4. 시간의 압박

마감 시간이 촉박하거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할 때, 마음이 급해져서 허둥지둥하게 된다. 특히 멀티태스킹이 어려운 사람들에게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5. 예기치 못한 상황의 발생

갑작스러운 문제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면서 허둥지둥할 수 있다. 길을 잃어버렸거나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진행 중인 업무에서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을 때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6. 과도한 책임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책임이 너무 크다고 느낄 때, 부담감에 압도되어 평소의 침착함을 잃고 허둥댈 수 있다. 잘해야 한다는 큰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다.



7. 준비 부족 또는 지식의 부족

평소에 미리 계획을 세우거나 준비하는 습관이 없는 경우, 이 일을 해본 경험이 적은 경우에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 허둥댈 가능성이 높다.




허둥지둥 대는 경우 겪게 되는 문제점


1. 직장에서 겪는 일들


당연히 허둥지둥 대는 사람이 하는 일의 퀄리티가 높게 나올 수는 없다. 하는 일마다 실수 연발이고 일의 마무리나 디테일은 떨어지게 된다.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쳐내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 번에 끝나는 일이 없다. 계속 지적받으며 수정에 수정을 반복하게 되고 시간은 계속 지체된다. 이는 과부하를 더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만다.


결국 믿고 일을 맡길 수 없는 직원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챙겨야 할 일도 많아지고 난이도도 올라가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니 직장에서는 점점 밀려나는 테크트리를 타게 된다.




2.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들


늘 물건을 수시로 잃어버린다. 수시로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집에서 가족들에게 전화 좀 걸어달라고 부탁하기 일쑤이다. 지갑을 두고 출근했다가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비로소 지갑을 두고 온 것을 깨닫기도 한다. 미적거리다가 약속 시간에는 항상 늦고 심지어 샤워할 때 방금 머리를 감아 놓고도 내가 머리를 감았는지 헷갈려서 다시 감고는 한다.


안정되지 못하고 항상 부산스럽고 튀는 럭비공 마냥 오늘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상태이다. 나도 내가 오늘 어떤 실수를 할지 항상 불안하기만 하다.



허둥지둥 대는 것에서 벗어나는 방법


이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만 한다. 이걸 고치지 못하면 직장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늘 불안에 휩싸여 허둥지둥 대는 사람은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없다. 퍼포먼스 역시 형편없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 설명했던 원인 중 시간이 부족하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심리적인 측면에 있다. 유난히 긴장과 불안의 정도가 심한 사람들이 있다. ADHD로 인해 다음 처방은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포커싱 해서 알려 드리고자 한다.




1. 시간 여유를 두고 하자


일단 이들은 쫓기는 기분이 드는 순간 심히 당황하게 된다. 과거의 내가 비슷한 상황에서 실수했던 기억, 이번에도 또 안될 것이라는 좌절감과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일을 할 때 마감기한을 충분히 받도록 하자. 만일 그게 어렵다면 우선순위를 정해서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중요한 일을 미리 처리하도록 하자.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혹시 너무 타이트하게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나가려고 하는가? 10분 정도는 여유를 두고 미리 준비하자.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릴 때도 최소 한 정거장 전부터는 내릴 준비를 하고 차분하게 짐을 다 챙겨서 내리자. 일상에서부터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2. 챙길 것을 미리 적어놓자


준비가 부족할 때 이들은 더 당황해하고 불안해한다. 낯설거나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융통성이나 임기응변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더 큰 실수를 하게 된다. 애초에 그런 능력이 없는데 당황한 상태에서 무슨 융통성이 발휘되겠는가?


자주 경험하는 일이라면 미리 기록하고 순서에 따라 관리하자. 예를 들어 회사 행사 주관을 많이 하는 팀이라면 아예 순서를 만드는 것이다.



[회사 행사 주관 시 챙길 것]


- 강당 예약 (지하 대강당 총무 시스템을 통해 예약, D-30까지)

- X배너 준비 (OO사에 디자인 의뢰 후, 디자인 선택하여 발주, D-7까지, 물품은 캐비닛에 보관)

- 음료 준비 (커피와 아이스티, 종이컵 큰 것도 같이 주문 D-3까지, 부서 창고에 보관)

- 예산 확보 (기안지 결재하고, 이때 전무님까지 결재자로 지정할 것, D-7까지 상신 완료하기)


이렇게 할 일을 미리 정리해서 그 순서에 맞게 하면 빠뜨리지 않고 일을 진행할 수 있다. 당황하면 절대 못 한다. 당황하게 되는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아야 한다.




3. 돌발상황이 많고 변화가 심한 업무는 피하자


이런 업무는 나와 상극이다. 쉽게 당황하고 긴장하늣 사람들은 이런 업무를 잘하지 못한다. 돌발상황을 만나면 일단 얼어붙어 버리는데 어떻게 잘할 수 있겠는가?


회사에서 핵심 업무는 기획하고 추진하는 쪽 일이다. 이 쪽 업무들은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고 생각할 것도 많고 여러 가지 외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상부의 의사결정도 휙휙 바뀌고는 한다. 긴장 잘하고 허둥대는 사람이 이 쪽 업무를 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내 한계를 인정하자.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 대신 당신이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다. 차분하게 글을 잘 쓴다거나 아이디어가 풍부하거나, 혼자서 뭔가 몰입하는 일에 강점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승진이나 진급에서 밀리더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 쉬운 업무를 하면서 내 강점을 발전시켜 가며 결국에는 내가 가진 강점을 가지고 내 길을 개척해 나가자.




4. 정신의학과를 방문하자


내가 느끼는 불안과 긴장, 걱정이 유난히 심한 경우, 이건 내 노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의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신의학과를 방문하여 내가 왜 이렇게 쉽게 긴장하고 당황하는 건지 원인을 알아보고 처방을 받자.


긴장을 완화하는 많은 신경안정제, 의사가 권하는 생활 속 처방들 이런 것들은 실제 큰 효과가 있다. 주저하지 말고 얼른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마무리하며


역사적으로도 불안과 조급함 때문에 허둥지둥 대다가 일을 그르쳤던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사람이 임진왜란 때 원균이다. 그는 선조의 명을 거역하고 군사를 동원하여 왜군을 치지 않은 이순신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두 눈으로 목격하였다. 선조가 빨리 왜군을 공격하라고 다그치자 불안함에 빠진 그는 허둥지둥 제대로 대책도 세우지 않고 무작정 왜군을 공격했다. 그 전투가 바로 칠천량 해전이다. 그때 그는 거북선 세 척을 모조리 다 잃었고, 조선 수군 3만 명 이상을 다 잃고 말았다. 그 역시 그 전투에서 죽고 말았다.


유난히 쉽게 당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선천적인 기질, 성장 경험으로부터 생긴 특징으로 이 기질을 바꾸기는 어렵다. 내가 가진 특징을 인정하면서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일단 긴장을 요하는 일, 꼼꼼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일, 수시로 상황이 급변하는 업무는 피하자. 당연히 이런 업무를 피하게 되면 회사에서 성장하기 힘들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인재들은 전선에 나가 늘 변하는 외부 상황에 맞서 싸우는 역량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은 이런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러니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일은 피하자. 진급은 어렵더라도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 길을 택하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미리 매뉴얼을 세워서 침착하게 대응하자. 그 자리에서 허둥대지 말고 사전에 내가 무엇을 할지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릴 때는 적어도 한 정거장 전부터는 짐을 다 챙기고 내릴 준비를 하자.


그리고 정신의학과를 방문하여 내 심리적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원인을 알면 해결책도 보이게 된다. 약이 필요하다면 약을 복용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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