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방법 알아보기
최근 큰 이슈가 된 단어가 하나 있다. '서울병'이라는 단어이다.
서울병은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아니다. 중국인들이 서울 여행을 다녀온 뒤 본국에 돌아가게 되면 서울앓이를 하게 된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중국 MZ세대들이 서울에서 느꼈던 자유로움, 친절함, 세련됨 이런 감정을 떠올리며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되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고 그들은 말한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의사표현이 자유롭지 않고 통제가 심하기에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러나는 단적인 예이다.
그런데 중국인뿐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래 거주하면 느끼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편리함'이다. 우리는 당연하게 느끼는 많은 것들이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편리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는 종종 단군 할아버지가 분양 사기를 당해서 한반도에 정착했다고 농담을 하고는 한다. 그러나 한반도 땅은 비록 지하자원은 부족하지만 그 대신 깨끗한 물을 보유하고 있다. 화강암이 많고 지각 변동이 거의 없으며 산이 많기에 물이 깨끗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나 유럽은 물에 석회석 등 이물질이 많다. 특히 유럽은 물로 인한 분쟁이 많다. 강이 여러 나라를 지나가다 보니 마음대로 수질 관리를 하기 어렵고, 이는 강물을 정수해서 쓰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국가들은 물 회사들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마치 미국에서 총기 회사들이 로비를 하는 것처럼, 유럽에서는 볼빅이나 에비앙 같은 물 회사들이 힘을 행사하면서 정수기 설치를 막고 있다. 그러니 식당에서도 물을 돈 주고 사야 하고, 공공장소에서 정수기를 찾기는 매우 어렵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물이 많고 수질 자체가 깨끗하기에 물 인심이 좋다. 식당에 가면 일단 물통부터 건네주고 어디를 가나 쉽게 정수기에서 물을 마실 수 있다. 외국 사람들은 이 점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이게 왜지? 외국은 이렇게 안 주나?" 싶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대부분 약을 소분해서 주지 않고 여러 개의 약통을 건네준다고 한다. 해열제, 진통제, 거담제, 감기약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약통을 수북하게 건네받은 후, 일일이 한 알씩 꺼내서 먹어야 한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한 봉지만 뜯으면 된다.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짐도 줄일 수 있고 복용하기 너무나도 편해서 외국인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요즘은 키오스크가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심지어 큰 식당인 경우, 키오스크에 대기자로 등록해 놓으면 내 대기 번호 차례가 되면 카카오톡에 자동으로 메시지가 온다. 굳이 식당 앞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카페에 가거나 쇼핑을 하다가 자기 차례 메시지가 오면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다리 아프게 밖에 서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외국인들이 너무나 좋아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된다. 식당에서 주문을 하면 5분 내에 음식이 나온다. 은행이나 우체국에 가서 번호표를 뽑고 잠시만 앉아 있으면 곧바로 내 차례가 온다. 실시간으로 번호가 스크린에 뜨기 때문에 얼마나 더 기다리면 되는지 예측이 된다. 세월아 네월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다가, 한국에서 빠른 일처리를 경험하게 되니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기차나 지하철, 버스도 연착되는 일이 드물다. 어디쯤 오고 있는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고속버스는 손님이 다 타지 않더라도 정시가 되면 바로 출발한다. 이런 정확성이 참 편리하다고 한다.
한국은 범죄율이 낮은 편이다. 특히 휴대폰이나 지갑 등의 물건을 카페 자리에 두고 가도 분실하는 일은 매우 적다. 외국인들이 특히 놀라는 것은 밤 시간에도 혼자 안전하게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기분을 느껴보고자 일부러 혼자 밤길을 걷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특히 편의점 밖에 물건을 비치해 놓고 파는 것을 신기해한다. 치안이 나쁜 국가인 경우, 편의점 창문을 쇠창살로 다 막아놓고 밖에서 손님이 물건을 부르면 안에 있는 점원이 건네주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루어진다. 워낙에 절도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밖에 물건을 둬도 괜찮다는 사실에 놀라는 것이다.
이처럼 내가 원할 때 마음대로 외출할 수 있고, 원하는 때에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며 대중교통으로 정확한 시간에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다. 외국인들은 이걸 체험해 보고는 한국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다.
이건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필요할 때 원하는 자료를 정확히 찾을 수 있고, 보고서에는 상사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가 담겨 있고 팀원들의 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면 일하기가 매우 편리해진다. 자료 찾아 삼만리를 할 필요도 없고 보고서를 몇 번이고 수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매뉴얼만 잘 갖추어져 있으면 전임자에게 업무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근무시간을 단축시킨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아 그 틀어진 부분을 맞추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 번에 착착 손발이 맞으면 갈등도 줄어들고 일하는 것도 덜 피곤해진다. 다른 동료가 언제 일을 마치는지 알고 내가 얼마나 이 일을 하는데 시간이 필요한지 알면 계산이 서게 된다. 예측 가능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눈치껏 다른 사람이 지금 무슨 일로 바쁜지, 지금 기분 상태가 어떤지 아는 센스가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랬다면 일못러 소리를 애당초 들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눈치가 어디 씨를 꼭꼭 뿌리고 물을 잘 주면 저절로 쑥쑥 자라니는 식물도 아니다. 이건 타고나는 부분도 많고, 내 오랜 생활방식에 따른 결과물이기에 노력으로 극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한 우물을 오랫동안 깊게 파는 수밖에 없다. 업무습득이 느린 만큼 자꾸 이 업무, 저 업무를 맡게 되면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그러니 다양한 업무를 다룰 줄 아는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보다는 한 분야를 깊이 파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전략이 일못러들에게는 더 적합하다.
그렇게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으면서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자. 이 업무는 이 사람이 최고라는 명성을 쌓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일을 하기 전 어떤 것부터 하면 좋은지 알게 되고, 누가 같이 일해야 되는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알게 되는 것이다. 이는 물 흐르듯이 일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는 특별히 많은 관광자원을 보유한 것은 아니다. 알프스 산맥 같은 웅장한 경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라미드나 콜로세움 같은 크고 아름다운 유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는 이유는 편리함과 안전함, 예측 가능성에 있다. 내가 어떤 물건이 필요할 때 언제든 쉽게 살 수 있고, 어디든 가고 싶을 때 안전함이 보장된 상태로 정확한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즉 예측 가능성이 보장된다는 점에 만족하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업무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물 흐르듯이 원활하게 흘러가야 한다. 내가 자료가 필요하면 바로 찾을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할 때 어느 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면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즉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 업무를 오랫동안 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낯선 업무가 주어지면 업무 파악이 늦고 쉽게 당황하는 당신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업무를 하고 싶다면 익숙한 업무를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인 물이 싫다고 자꾸 새로운 물은 끌어오면서 수질관리는 못하고 있다면 그건 안 바꾸니만 못한 것이다.
한국병에 대해 듣다가 이 부분이 문득 생각이 나서 글을 쓰게 되었다. 국가도 개인도 예측 가능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원활하게 물 흐르듯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은 큰 안정감을 준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안정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