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마음이 힘들 때 1
회사에서 일을 못하는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그러나 그 속을 깊이 파내려가면 그 밑바닥에는 정신적, 심리적인 요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일을 못하는 이유들..대충대충 심리가 강하거나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거짓말, 변명이 많은것 이 모든 것들의 근본에는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 이걸 제대로 알아야 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나 혼자의 힘으로 이 문제들을 파내려가기는 힘들다. 정신분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일못러 탈출은 나의 노력 & 정신분석 이 두 개가 같이 이루어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나는 일못러 탈출을 위해 심리치료, 정신과 진료를 모두 받아보았다. 그 효과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1편에서는 심리치료에 대해 소개드리고, 다음 2편에서 정신의학과 치료에 대해 소개드리고자 한다)
사실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이 참 많았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심리치료, 정신과 치료라는 말을 꺼내면 거부반응부터 보인다. 내가 마치 큰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가 감기 걸리면 내과에 가고 약국에 가는 것처럼 심리치료기관, 정신의학과도 그런 곳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면 된다. 가보면 알겠지만 방문객들이 많아 늘 북적북적 거린다. 그만큼 마음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정작 심리치료 받으러 안 온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내 아픔을 보듬고 싶은 정상인들이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다.
난 일을 못하는 원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고, 결국 심리치료와 정신과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 원인을 알고 접근하고 싶었다.
당시 나는 불안감 때문에 직장에서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밤에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도 새벽 4시면 잠에서 깨고는 했다.
내가 자꾸 직장에서 실수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그 원인을 찾아 심리치료센터를 방문하였다.
신경정신과가 아니라 심리치료부터 받은 이유는 약물이 아닌 임상의 방법으로 회복하고 싶은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심리치료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 간 1대1 대화가 이루어진다. 보통 주 1회 1시간 씩 총 8회 진행된다. 사전에 작성한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 진단지를 기반으로 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다.
나의 경우 직장에서 불안해하고 주의 집중력이 부족한 원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상담이 이루어졌다.
특히 어렸을 때 양육환경, 부모님 중에 비슷한 특성으로 힘들어하신 분은 없으신지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내 성격의 상당 부분은 유전적인 요인이 있거나 어렸을 때 양육 방식, 가정환경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강박증이 있었다. 책은 줄에 맞춰서 순서대로 책상에 올려두었고 인형도 앞을 본 상태로 항상 놓여져야만 했다. 그리고 주의집중력이 부족해서 늘 공상에 빠져 살거나 수업시간이나 회의시간에 딴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길가에 공유 킥보드나 자전거가 널부러져 있으면 하나하나 다 구석에 정리해 놓는다. 물론 아무데나 세워둔 사람에 대한 욕도 덤으로 선사한다.
강박증 외에도 주의집중력이 유난히 부족했다. 늘 공상이 많고 수업시간이나 회의시간에는 5분만 지나면 금세 딴 생각에 빠져들고는 했다. 아무리 집중해보려고 해도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말을 하는 것도 제어가 잘 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은 머릿속에서 할지 말지 한번 걸러서 말해야 하는데 그런것 없이 그냥 입 밖으로 내뱉고는 했다. 말실수가 많다보니 사람들과 만나는걸 피하게 되었다. 자연히 인간관계도 좁아지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상담사 분은 CAT 검사를 권하셨다. 고양이가 아니라 종합 주의력 검사의 약자이다.
내가 얼마나 집중하는지, 외부 자극에 쉽게 주의력이 흐뜨러지는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이다.
CAT 검사에 대해 말씀드리면 총 6가지의 검사를 약 40분~50분에 걸쳐 받게 된다 (검사비용은 10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화면에 원 모양이 나올 때마다 버튼을 누르면 된다. 연속해서 원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별,네모,세모만 주구장창 나오다가 갑자기 원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5분이 넘어가니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주의를 분산시키는 시각자극에 집중력을 얼마나 유지하는지를 보는 테스트이다.
종소리가 들리는 경우에 버튼을 누르면 된다. 다른 소리가 나올 때는 클릭하면 안된다. 새소리, 초인종 소리 등 온갖 소리가 있으며, 연속해서 종소리가 울리기도 하고 좀처럼 종소리가 안들리다가 뜬금 없을 때 들리기도 한다.
주의를 분산시키는 청각자극에 집중력을 얼마나 유지하는지를 보는 테스트이다.
화면에 X를 제외한 다른 그림이 나올 때마다 버튼을 누르면 된다. 나도 모르게 X가 나올 때에도 버튼을 누를 때가 있는데 그런 충동성을 잘 억제하는지 보는 테스트이다.
5개의 상자가 화면에 나오게 된다. 그 중 가운데 네모상자의 왼쪽 면이 비어있으면 왼쪽 마우스 버튼을, 오른쪽 면이 비어있으면 오른쪽 마우스 버튼을 누리면 된다.
방해하는 주위의 자극을 무시하고 필요한 자극에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게 된다.
특정 소리 또는 특정 그림이 나타날 경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예를 들어 종소리 또는 동그라미가 나올 경우 버튼을 누르면 된다.
두가지 이상의 자극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보는 테스트이다.
화면에 박스들이 화면 여기저기에서 순서대로 나타나면 기억하고 있다가 어떤 순서대로 나타났는지 표시하면 되는 검사이다. 외부에서 자극이 주어지는 경우 순서를 기억해서 처리할 수 있는 순발력과 기억력을 보는 테스트이다.
검사 결과 등급은 총 3개가 있다.
정상, 경계, 저하이다.
경계는 이상이 있는지 의심이 있는 정도
저하는 눈에 띄게 문제가 보이는 정도이다.
나는 '오경보 오류'가 6개 검사에서 대부분 문제가 있다고 나타났다. 특히 저하가 4개나 나타났다.
오경보 오류란 비목표자극 즉, 반응하면 안되는 상황에 자꾸 반응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동그라미가 나타날 때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다른 도형이 나타날 때도 자꾸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오경보 오류가 많다는 것은 충동을 잘 억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일단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내뱉어야 하고, 빨리 일을 해치우고 싶은 욕구를 잘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이 오경보 오류 저하 때문이었다.
경계도 아니고 저하가 4개가 나온 것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조용한 ADHD가 의심되며 가까운 정신의학과에 가서 진단과 함께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답을 듣게 되었다.
내가 ADHD일 줄은 몰랐다. 학창시절 나는 공부를 잘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중력을 자주 잃고 자꾸 실수하고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사실 전형적인 ADHD 증상이었다.
특히 ADHD의 경우 다른 심리상의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쉽게 긴장하고 불안을 느끼며 강박증이 있는 것은 ADHD와 관계가 있는 것이었다.
(직장인이 ADHD 증상이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별도의 글로 다루고자 한다)
심리치료 시 CAT검사와 함께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긴장하게 되면 이런 충동 억제 증상이 더 심해지므로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심호흡 방법, 운동을 통한 힐링 등을 추천 받았다.
약물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생활 속에서 메모를 생활화하고 늘 경청하려고 하는 등 행동개선을 꾸준히 할 것을 알려주셨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 말하는 ADHD 자가진단법이 있다.
△부주의로 인해 잦은 실수 발생
△정리 정돈을 잘 못함
△계획을 잘 세우지 못함
△물건을 잘 잃어버림
△프로젝트 완수 못함
△시간 분배를 어려워함
△충동적인 결정을 자주 내림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함
이 8가지 항목 대부분에 해당한다면 성인 ADHD 검사 받기를 권장한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심호흡, 운동 이런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단지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을뿐. 그러나 내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심리 상담을 통해 하나씩 추적해가며 CAT검사까지 받을 수 있었던건 큰 수확이었다.
누군가가 내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내가 누구에게도 쉽게 하지 못했던 속 깊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어떤 경우는 내가 말을 하다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사이가 좋으셨는지, 나를 어떻게 키우셨는지 등 내 과거를 떠올리면서 내가 직장에서 겪는 많은 문제들이 사실 어렸을 때 이미 조짐이 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못러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내 심리상태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내가 겪고 있는 심리의 문제를 모른 채 무작정 노력만 하는 것은 적군이 있는 위치도 모르고 마구 총을 난사하는 것과 같다.
반드시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자. 일주일에 한 번 1시간이니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요즘은 많은 기관들이 저녁 늦은시간까지 운영하고 토요일에도 운영한다.
가서 상담자와 대화하다 보면 머릿속에 잡힐듯 말듯 보이지 않는 내 문제점들이 형태를 갖추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