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인 사람, 회사에서 살아남기 (1부)

ADHD 직장인 생존방법

by 보이저

ADHD 직장인 생존방법

"다음 주 수요일에 영업 대리점 점장 회의 있는거 알죠?
안내메일 보내는거 꼭 챙겨주세요!"


팀장의 부탁에 부랴부랴 이메일을 쓴다.

한참 쓰고 있는데 창 밖에서 다비치 노래가 들린다.


"안녕이라고 내게 말하지 마~!"

"저 노래 대학생 때 참 많이 들었었는데, 제목이 뭐였더라?"


이메일을 쓰다 말고 자꾸만 상상의 나래를 펼쳐간다.

갑자기 팀장님이 물어본다.


"점장들에게 이메일은 보냈나요?"


아차, 내가 지금 뭘하고 있지? 빨리 보내야겠다.

다시 정신없이 이메일을 작성해서 휘리릭 보냈다.


조금 뒤 내 등 뒤에너 팀장님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다음주 수요일이라고 했는데 왜 날짜가 이번주 수요일로 되어 있는거야?
그리고 장소 안내 첨부파일은 엉뚱한걸 첨부했네?
이러면 내가 믿고 맡길 수가 없잖아!"





ADHD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장애)는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며 충동성을 보이는 증세를 통칭한다.


최근 ADHD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다. 아이가 산만한 모습을 보이면 혹시 우리 아이가 ADHD는 아닌지 검사를 시키곤 한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최근 20세 이상 성인 중 ADHD 판정을 받은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22년 한 해 동안 ADHD로 판정받은 사람 수는 35,042명이다. 이는 17년 7,748명보다 약 4.5배 증가한 수치이다.


그만큼 ADHD 검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뜻이다. 인구의 약 3%는 ADHD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당연히 직장인들 중에서도 ADHD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들은 직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충동성으로 인해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집중력 부족과 잦은 실수로 인해 업무 성과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안되는지 스스로 자책하며 힘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ADHD 직장인들의 주요 특징 15가지


나 역시 성인 ADHD 판정을 받은 사람으로서, 내 특징과 다른 사람들 특징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직장상사의 지시를 듣고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분명히 들었지만 이해하지 못한다. 순간순간 주의집중을 못하다 보니 이해한 내용이 A-B-C-D-E가 아니라 A-B-D-E로 군데군데 퍼즐이 빠져 있다. 머리 속에서 들은 내용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2. 외부 자극에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진다.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으면 한 가지 일에 집중을 잘 못한다. 다른 일에 쉽게 마음을 뺏기게 된다. 일하다가 전화가 오거나 누군가 말을 걸면 이전에 했던 일을 다 잊어버리고 여기서 실수가 자주 발생한다.

이 업무 했다가 지루하면 저 업무하고 여기저기 널뛰기를 한다. 그러다보니 단 하나도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3. 뭐가 더 급한 업무인지 잘 판단하지 못한다.


한번 시작한 업무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중간에 중요한 업무가 치고 들어오면 혼란스러워 하며 이전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 어떤 업무가 더 급한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자기 주관이나 기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전 수능 모의고사 때 한 문제에 꽂히면 계속 그 문제에 매달렸다. 결국 시간이 부족해서 그 문제 하나 건지고 남은 문제들은 못 푸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는 했다.




4. 시간 관리를 잘하지 못한다.


이 업무, 저 업무 건너뛰다보니 시간 안에 잘 끝내지 못한다. 실수가 많다보니 수습하느라 기대했던 소요 시간의 몇 배가 더 걸리는 일이 흔하다.




5.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고 엉뚱한 소리나 엉뚱한 행동을 잘한다.


상대방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분위기를 잘 읽지 못하다보니 눈치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상황에 대해 빠르게 이해하는 상황판단 능력이 부족하기에 돌발상황이 벌어지는 경우 쉽게 당황하게 된다.




6. 뭔가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


ADHD는 많은 경우에 행동의 문제를 가져온다. 혼잣말을 많이 하거나 수시로 머리를 긁거나 고개를 흔드는 등 남들이 보기에 특이한 행동이 많다.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빨리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7. 잔실수가 많다.


간단한 계산조차 틀리고 맞춤법 오류, 날짜 잘못 입력하기, 이메일 수신자 잘못 입력하기 등 실수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팀장과 동료들은 점차 ADHD 증상자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8. 늘 공상에 빠져 있다.


회의 시간이나 긴 대화를 하는 경우 자기에게 관심있는 단어가 튀어나오게 되면 곧바로 그 생각으로 빠져 든다. 회의 중 AI라는 단어가 나오면 오늘 뉴스에서 본 딥시크와 제미니 기사가 떠오르면서 그 세계로 금세 빠져든다. 그 시간동안 회의 내용은 두둥실 허공으로 사라지고 만다.


잡념이 많다 보니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도 실제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9.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자꾸 돌아다닌다.


ADHD인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한 곳에 잘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나 역시 사무실에 계속 앉아 있기 답답해서 회사 건물 계단을 수시로 오르내리곤 했다.

반복되다보면 왜 저렇게 업무에 집중 안하고 사무실을 비우는지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다.




10. 긴장되거나 압박이 들어오면 어쩔 줄 몰라한다.


긴장을 하게 되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어쩔 줄 모른다. 회의 시간에 갑자기 질문이 들어오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우물쭈물 하게된다. 회의가 끝나면 그 때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 후회하게 된다.




11.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내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선뜻 일을 맡았다가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임의대로 일을 처리했다가 팀 전체에 피해를 끼치기도 한다. 일단 지르고 보는 성격 때문에 큰 실수를 자주 범하기도 한다. 한번만 더 꼼꼼하게 검토하면 될 일을 성급하게 진행하면서 문제를 발생시킨다.


중요자료를 확인도 안하고 파쇄하기도 하고 엉뚱한 자료를 다른 부서에 건네줘서 비밀이 유출되기도 한다. 중요자료를 저장하지 않아서 작업한게 다 수포로 돌아가기도 한다.

공용물건인데 자기 물건 마냥 다루다 잃어버리거나 파손되는 경우도 생긴다.


말을 할 때도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낄끼빠빠가 잘 안된다. 일단 말부터 뱉어놓고 뒷수습하느라 진땀을 빼는 경우가 많다.




12. 정리정돈을 못해 컴퓨터 폴더나 파일 관리가 안되고 책상이 어지럽다.


책상이나 서랍 속에는 업무용 서류와 개인용 서류가 뒤섞여 있다. 필요할 때 바로 찾을 수 없게 된다. 파일을 잘못된 폴더에 저장하여 위치를 찾지 못해 고생하기도 한다. 모니터 화면에 수많은 파일을 띄어 놓아 내가 어디에 작업을 해야 하는지 헷갈려 엉뚱한 파일에 작업을 하기도 한다.




13.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ADHD인 사람들은 여러가지 신호들을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타인이 눈치를 주거나 제스처, 표정으로 보내는 신호들을 무시하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한참 말하고 있는데 순간순간 집중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은 자기 말을 제대로 안듣고 나를 무시한다고 오해하게 된다. 분명히 말을 했고 알아들었다고 했는데 막상 내 말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그 사람은 팀에서 소외되고 왕따가 된다.




14. 일을 제대로 시작하거나 끝내지 못할 때가 많다.


일이 어렵거나 양이 많을 경우, 중압감을 느끼고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한 번 일을 벌여놓고는 제대로 완수하지 못해 다른 동료들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큰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15. 주변 소음 때문에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ADHD인 사람들은 주변 소음에 취약하다.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 밖에서 차들이 빵빵 경적을 울리는 소리 모두 귀에 쏙쏙 들어온다. 사람들 말은 귀에 안 들어오는데 정작 안 들려도 되는 소음들은 기가 막히게 잘 들린다.


그 중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다른 사람들 대화나 전화통화 소리이다. 나도 모르게 그 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ADHD 진단지(직장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는?)


앞의 15가지 특징을 보면서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마치 자기 얘기인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ADHD인 사람들은 일못러의 특징들을 거의 다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직장에서 도저히 살아남기 힘든 사람인 것이다.


아래 진단지를 보면서 내 ADHD 지수가 어느 정도인지 체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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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ADHD인 사람이 직장 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ADHD, 충분히 개선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다면 반드시 개선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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