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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못하는 원인, 꼭 분석해야만 합니다!

일못러에서 탈출하기

by 보이저 Jun 6. 2025

일을 못하는 일못러에서 탈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 무엇일까?


바로 나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올바른 대책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내가 일을 못하는 원인을 분석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내가 저질렀던 수많은 실수들과 과오들을 들춰내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싫었다. 사실 내 기억에서 사라지기를 바랬던 것들이다. 이제 겨우 아문 상처의 틈을 다시 벌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에 대한 분석은 꼭 필요하다. 설령 그게 상처를 다시 벌리는 고통이 있더라도 더 큰 질병을 막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야 한다. 나에 대한 분석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내 경험을 기초로 설명드리고자 한다.




자기 성찰 노트, 어떻게 작성하는가?

어떤 순서로 자기 성찰 노트를 작성하는지 순서대로 설명드리고자 한다.



1. 직장 생활 중 있었던 모든 어려웠던 일들 다 기록하기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방법을 통해 모든 것을 머리 속에서 다 끄집어내는 것이다. 큰 일이던 작은 일이던 일을 하면서 저질렀던 실수, 잘못, 갈등을 모두 다 적어보자.


나 역시 직장생활 15년의 히스토리를 하나하나 다 적어나갔다.



- 경주에 있는 연수원에 가기 위해 교육생들을 버스로 인솔할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육생 한 명을 깜박하고 두고 온 일

- 외부업체 압류계좌에 260만원을 잘못 송금해서 그 돈 회수 못하고 회사돈 날린 일

- 같은 부서 차장 욕하는 메시지를 그 차장에게 보낸 일

- 회의가 길어지니까 화가 나서 혼잣말로 "에이씨~" 욕을 했는데 그걸 다 들어버린 일

- 야근하기 싫어서 집에 급한 일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혼자 일찍 퇴근했던 일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기록해나갔다. 다 쓰고보니 100개가 넘었다. 부끄러운 일들이라도 괜찮다. 오히려 그런 것일수록 더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올 수 있다.





2. 어려웠던 일들 중 대표적인 사례 다섯 가지 고르기


수많은 어려웠던 일들 중에서도 임팩트가 큰 것들이 있다. 그 일들을 고르자. 나의 경우는 대표적인 것들이 위에 기록한 다섯 가지 일들이다.

그 일로 인해 내가 겪었던 고통이나 어려움, 다른 동료들에게 미친 영향이 컸던 것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면 좋다.




3. '5-Why 기법'으로 근본 원인 찾아 내려가기


그 다섯 가지 일들에 대해 5-Why 기법을 활용하여 근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동안 내 삶을 되돌아보며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집에서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실수했던 것들, 무리하게 행동했던 것들은 없었는지 하나씩 다 적어보고, 내 부주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실수했던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던 업무들에 대해 하나하나 다 종이에 작성해 나갔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Q1) 고속도로 휴게소에 교육생 한 명을 놔두고 버스를 출발시켰는가?

원인 1. 교육생 숫자를 잘못 파악했기 때문이다.


Q2) 왜 숫자를 잘못 파악했는가?

원인 2.이번 교육에 따라 온 옆 부서 보조 진행자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Q3) 왜 생각하지 못했는가?

원인 3.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를 간과하고 단순히 교육생 명단만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Q4) 왜 간과하였는가?

원인 4. 시간에 쫓겨 급하게 명단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Q5) 왜 시간에 쫓겼는가?

원인 5. 교육 전날 늦게까지 근무했으면 되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Q6) 왜 늦게까지 근무하지 않았는가?

원인 6. 집에 제 시간에 들어가서 내 라이프를 즐기고 싶었다.


Q7) 왜 라이프를 즐기고 싶었는가?

원인 7. 일보다는 내 일상이 더 중요하고 거기에서 더 큰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인을 계속 파고들다 보니 근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나는 내 성격과 맞지 않는 경쟁 중심, 관계 중심의 조직 생활보다는 내 뜻대로, 내 멋대로 해도 평가받거나 지적받지 않는 집이 더 편했던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한 회사보다는 집이 더 좋았던 것이고, 되도록 많은 일을 맡아서 매달리기보다 비록 평가는 좋지 않더라도 빨리 해 치우고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을 더 선호했던 것이다.


내가 가진 다른 문제들도 하나하나 다 기록해 가며 5-Why 기법으로 근본 원인을 찾아내 나갔는데, 놀랍게도 모든 근본 원인들이 2개 내지 3개로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회사에 있으면 불편해서 빨리 벗어나고 싶음

- 회사에서 내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신념이 강함

- 수직적 문화와 내 가치관과 맞지 않음





4. 기록한 모든 문제점들을 범주화하기


나열한 문제점들을 공통 분모로 묶는 것이다. 수많은 문제들을 공통 분모로 묶다 보면 몇 개가 나오게 된다.


1) 팀장이 지시한 것을 자주 놓치고 제대로 수행하지 않음

2) 팀장이 원하는 방식이 아닌 과거 내 방식대로 답습하는 경향이 있었음

3) 팀장이 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 대충 이해함

4) 실수했을 때 숨기거나 은폐하려고 함

5) 팀장의 스타일을 빠르게 파악하지 못함


→ 팀장과의 소통 부족



나의 경우, 문제점들의 공통 분모가 아래처럼 나타나게 되었다.


-팀장과의 소통 부족
-정리 정돈을 잘 못함
-대충 일하려는 습성
-내 의견을 조리있게 표현하지 못함
-불리할 때 습관적으로 변명이 나옴




5. 문제점들 원인 분석하기


문제점이 나왔다면 그 원인을 하나씩 분석하는 것이다. 그 때 내가 왜 그랬는지, 당시 내 심리는 어땠고, 주변 상황이 어땠는지 기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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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해결방안 작성하기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방안도 같이 고민하자. 해결방안은 두리뭉실하면 안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 상황이 다시 벌어진다면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기록하자





마무리하며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문제점들을 들추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떠올리기 참 싫었다. 그냥 다 묻어버린 일인데 그걸 다시 들춰내야 하다니... 그러나 이 과정이 없으면 나를 변화시킬 수 없다.


굉장히 수치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꼭 해야 한다.


이 일을 하면서 '역사 바로 세우기'가 떠올랐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시 들춰내고 그 때 왜 우리가 당할 수 밖에 없었는지 하나하나 따지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때로는 갈등을 부추기고 논쟁을 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명확한 분석 없이는 밝은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지만 한 번 해보자. 난 이 작업을 할 때 하루 연차를 쓰고 백운호수가 보이는 조용한 카페에 가서 작성했다. 생각이 안 떠오르면 백운호수 산책길을 한 바퀴 돌며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는 했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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