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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강요하는 회식문화에서 벗어나는 방법

직장생활 잘하는 방법

by 보이저

첫번째 직장은 경상남도 거제시에 있는 대형 조선소였다. 배 만드는 회사이다 보니 직원들 대부분은 남자였고, 엄청난 회식 문화로 유명했다.


특히 당시 재무팀에 있었던 나는 팀 자체 회식뿐 아니라 회계사, 타 부서 등 온갖 회식 자리에 최소 주 2~3회는 불려다녀야 했다. 술을 적게 마시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기본이 소주 1병 이상이었고 당시 중국술을 좋아하던 상무는 연태고량주 같은 독한 술을 가져와서 술잔을 채우곤 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던 나에게는 큰 고통이었다.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술은 더더욱 잘 마시지 않기도 했다. 술자리가 싫어서 핑계를 대고 몇 번 빠지기도 했다. 그랬더니 이기적이네, 개인주의네, 팀에 잘 적응을 못하네 온갖 뒷담화가 쏟아졌다.


결국 술에 찌든 재무팀을 떠나 인사팀으로 옮기게 되었다. 옮긴 원인 중 큰 원인은 바로 회식문화였다.





술 때문에 고통받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회식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를 거치면서 회식은 최소화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허구한 날 술 마시는 부서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문화와 함께 해가 진 다음에는 술집에서 직장생활 2라운드가 시작된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회식 문화는 엄청난 고통이다. 술 안 마시는 사람을 아웃사이더로 부적응자로 몰아가는 분위기까지 있다면 더더욱 버텨내기 힘들다.

술에 장사 없다고 매일같이 진행되는 회식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 아는 상무님은 술 상무로 유명했는데 나이 55세에 돌연사하셨다. 술이 사람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회식 문화,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고 현명한 대처방법을 분명히 찾아야만 한다.




왜 허구한 날 술을 마시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술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날 회식에서 과음하고 술 냄새 폴폴 풍기면서 머리는 까치집을 하고 출근해도 지적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술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몸에도 해로운 술, 도대체 왜 그렇게들 마시려고 하는 것일까?



1. 직장 상사들의 강요

직장 상사들은 예전 직장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이다. 일 때문에 신혼여행도 미루고, 아이 태어나는 것도 못 봤다고 그걸 또 자랑이라고 늘어놓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회식은 충성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후배들을 끌고 다니며 술을 먹이면서 지배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후배들은 술자리에서 나에게 충성하거나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2. 술로 정보를 캐려는 필요성

술을 마시면 사람들이 평소 감춰두었던 생각이나 정보를 쉽게 말하게 된다. 경계심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기획부서나 인사팀, 재무팀은 다른 부서 동향을 끊임없이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 부서들은 늘 타 부서와 술자리가 많다.


꼭 그런 부서가 아니더라도 누가 승진하고 어떤 사람이 임원이 되고 등 인사 이동이나 구조조정 등 민감한 정보가 술자리에서 많이 오가게 된다. 이런 고급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술자리를 많이 활용하게 된다.




3.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서

친해지는데 술만한 것이 없는게 사실이다. 특히 한국사회는 친해지려멷 술 없이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2차, 3차를 같이 가면서 추억을 공유하는 것을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4.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영업 등 판매실적이 중요한 부서는 술자리가 많은 경향이 있다. 술을 좋아하는 고객인 경우 접대가 필수 의례가 된다. 매출 올리는데 사활을 건 회사 입장에서는 술 잘 마시는게 곧 돈으로 이어지고 그게 업무능력으로 인정된다. 결국 술 마시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것이다.





술, 꼭 마셔야 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대 아니다"


술을 좋아해서 마시는거라면 사실 문제될게 없다. 술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자기 돈 안내고 실컷 술 마실 수 있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을 수 있는데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술을 싫어하는 사람이 절대 억지로 술을 마실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당신이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술은 마실 필요가 없다.


당신이 허구한 날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신다고 해서 직장 내에서 당신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술 마실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마시지 마라. 그 대신 일못러에서 어떻게 하면 탈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라. 그게 더 현실적이다.


평가 때문에 술을 억지로 마시는거라면 그보다 평가에 더 중요한 일 잘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라는 뜻이다.

아예 처음부터 단호하게 선포해라. 나는 술을 못 마신다고,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하자. 어느 때는 마시다가 어느 때는 안 마시고 일관성이 없으면 욕 먹게 된다. 일관성 있게 나가자.


만약에 술을 강요하는 부서라면 팀을 옮기거나 회사를 옮기자. 내 가치관을 부정하는 것은 무례한 것이다. 그런 무례한 곳에서는 오래 참고 견딜 수 없다.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마무리하며


최근 119 캠페인(술은 1가지 종류로, 1차만, 밤 9시까지) 등 회사 차원에서 회식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 술을 강요하는 상사들도 확연하게 감소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는 문화가 강해 술을 강요하는 부서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일을 잘 할 수 없다. 술자리에 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데 어떻게 일을 잘 할 수 있겠는가?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술로 스트레스 받기 이전에 일을 잘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점에 신경쓰자. 만일 전근대적인 회식 문화를 가진 부서라면 과감하게 이직을 하거나 팀을 옮기자. 거기서 좋은 성과를 낼 수는 없다. 당연히 잘 적응할 수도 없다.

팀의 회식 문화가 바뀌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쉽겠는가? 결국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수 밖에 없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회식은 술 마시는 자리일 뿐 업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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