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조직문화 만들기
내 첫 직장은 거제도에 있는 조선소였다. 나를 비롯해서 수도권에서 온 직원들은 주말에만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당연히 수도권에서 온 직원들의 가장 큰 소원은 첫째도 서울 근무, 둘째도 서울 근무였다.
당시 서울 사무소가 있었다. 소규모 인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누구나 거길 가고 싶어했다. 재무팀에 있을 때 매일같이 서울 근무를 외치는 한 과장님이 있었다.
한번은 상무님과 그 과장님이 서울 이동 관련 면담을 했다. 그 과장님은 본인 소원대로 되지 않았는지 씩씩 거리면서 탕비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싱크대를 발로 차며 고함을 질렀다.
"에이 XX, 내가 당장 이 거지같은 회사 때려치고 말지"
그 한 맺힌 절규는 사무실에 쩌렁쩌렁 울렸고, 순간 사무실은 정적에 휩싸였다.
그 과장님은 결국 6개월 뒤에 서울로 이동했다. 그걸 보면서 나도 탕비실에서 깽판 한 번 쳐볼까 생각이 들었다.
그 일 이후 나를 비롯한 수도권 출신 직원들의 소원은 더 간절해졌다. 당연히 회사가 싫어졌고 모이면 매일같이 내가 왜 여기서 고생하냐 이걸로 푸념하기 일쑤였다. 결국 2년이 지났을 때 나를 포함한 수도권 출신 직원들은 모두 수도권 기업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이만큼 한 사람이 뿌려놓은 부정적인 생각은 빠른 속도로 전염된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그 감정에 휩쓸리고 마는 것이다. 이를 감정의 전염효과(Emotional contagious effect)라고 한다.
불평불만은 이상하리만큼 잘 퍼져 나간다. 팀장에 대해 누군가 불평하는 소리를 계속 듣다보면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나도 조금씩 세뇌가 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젖어들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걷어차인 고양이 효과'가 있다. 직장상사가 부하에게 분노를 표출하면, 그 부하는 집에 돌아와서 부인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부인은 자기 아이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그 아이는 고양이를 걷어차게 된다. 분노가 계속 흐르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가 끊임 없이 불평, 불만, 분노의 말을 쏟아내게 되면 영향을 받게 된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긍정적인 말보다는 부정적인 말에 끌린다. 누군가 부정적인 말을 하게 되면 내 심금을 울리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불만이 있기에 쉽게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 상 많은 독재자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켜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정권을 잡았다.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리비아의 카다피 모두 그런 과정으로 권력을 손에 쥐었다. 이 나라들의 역사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 독일과 이탈리아는 제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되었고, 리비아는 지금까지도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 나라가 망해버린 것이다.
팀에서 일어나는 불평, 불만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팀원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되고 그 팀은 절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망하는 팀이 되는 것이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는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불평, 불만이 팀에 미치는 악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닉(Nick)이라는 가명을 가진 직원을 회의에 참석시켰다. 다른 사람들은 무작위로 회의에 초정된 사람들이었다.
총 세 번의 실험에서 닉은 아래의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였다.
1) 공격적인 말투로 상대방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역할
2) 아무런 노력 없이 졸거나 엎드려 있는 축 쳐진 역할
3) 대충대충 빨리 끝내자고 보채는 역할
실험 결과는 예상한대로 다른 회의 참석자들에게 바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사람들은 불만을 쏟아내거나 대충 끝내고 돌아가거나 같이 딴짓을 하는 등 회의가 엉망진창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적인 상황이 있었다.
조나단이라는 참석자가 있었다. 그는 닉이 엎드리거나 딴짓을 하면 그를 다독이며 회의에 참석하게 했다. 닉이 공격적인 말로 상대방을 자극하면 중재자가 되어 닉을 변호하면서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 회의에서 닉은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당신도 조나단처럼 그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누군가 부정적인 말을 하면 굳이 거기에 동조할 필요도 부정할 필요도 없다. 조용히 듣고 있으면 된다. 그러다가 살짝 자리를 뜨면 그만이다.
"경진씨 이기적인거 아니냐? 허구한 날 아이 핑계 대면서 조퇴하고"
"경진씨도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요"
긍정도 부정도 하지 말고 무덤덤하게 대응하면 된다. 그러면 상대방도 흥미를 잃고 더는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게 된다.
앞에 나서서 "으샤으샤"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가가서 옆에서 들어주고 커피라도 사주면서 조그만 힘이 되어주라는 것이다.
"하루 이틀 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시켜놓고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너무 힘들어"
"네가 진짜 고생이 많은 것 알아. 내가 커피 사줄테니까 이거 마시고 힘내"
그저 옆에서 다독여주고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그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된다.
조직 내에는 확인되지 않은 온갖 소문이 떠돌기 마련이다. 그런 소문에 레이더를 세우고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굳이 그런 정보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자칫 남들은 다 아는 정보를 나만 모르는 깜깜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소식에 너무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에는 좋은 지식들이 참 많다. 그런 것 학습하기도 벅찬데 굳이 부정적인 가십거리에 신경을 뺏길 필요가 있겠는가...
이전에 한 기관에서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적이 있다. 1위로는 불평불만이 많은 직원이 뽑혔다(53.7%). 2위인 태만한 직원을 누르고 1위가 된 것이다.
불평, 불만이 많은 직원을 싫어하는 것은 그 감정이 전염되기 때문이다. 썩은 사과가 상자 속에 들어 있으면 금방 다른 사과가 썩는 것처럼 그 부정적인 감정은 금세 확산된다.
누구나 회사에 불만이 있다. 좋아서 다니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고, 다들 불만을 참으면서 다니는 것이다. 그럼에도 속사포처럼 터져 나오는 불만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일하기 싫은 직장에 다니면서 만족하는 직원은 없다. 결국 내 머릿 속은 언제 이 곳을 탈출할까 고민으로 가득차게 된다. 당연히 업무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회사에 대한 만족, 불만족은 당신이 결정하자. 다른 사람이 퍼뜨리는 감정에 쉽게 동요하지 말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쉽게 영향을 받으면 결국 당신 손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