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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의 시대는 갔다!

슈퍼맨의 시대에서 아바타의 시대로

by HASMIN

시대를 가만 돌아보면, 슈퍼맨을 요구하던 시대가 있었다.


산업혁명을 지나 대량생산과 소비가 전 세계를 움직이던 시대에는 대규모 자본과 대규모 생산, 그리고 대규모 소비가 있어야 유지되던 시대였다. 세계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자본들은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국경을 초월한 생산처와 소비처 필요했고, 70년대 말과 80년대는 이러한 양적 확장의 절정을 이룬 시기였다. 레이건과 대처 등에 의해 주도된 자본을 등에 업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는 지구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했을 뿐만 아니라 90년대와 2,000년대 국경 없이 전횡하던 금융자본의 놀이터를 만들었다.


바로 슈퍼맨의 시대였다.


영화 속 슈퍼맨은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서 곤경에 처한 약자를 구한다. 슈퍼맨과 같은 영웅만 있다면, 경찰이나 군과 같은 조직도 무색하고, 지역도 무색해진다. 영화가 현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금융자본과 같이 막강한 슈퍼파워들이 곤경에 처한 약자들을 구하기보다 더욱 곤경에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1978년 첫 개봉한 수퍼맨은 1987년까지 4차례에 걸처 만들어진 영화다. 재미있는 사실은 시기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팽배하던 시기와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당 시대는 언제 다녀갔는지도 모르게 실체도 알 수 없는 막강한 힘 앞에 국가조차 무릎을 꿇어야 했으니 대부분의 지구촌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싶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다는 소극적 태도를 고양하였고, 내가 하지 못하는 일들과 문제들을 영웅적 인물들이 나타나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심리적 바람이 슈퍼맨을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초인적 힘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결사를 갈망하던 심리적 욕구가 만들어 낸 슈퍼맨은 집중의 시대, 규모의 시대, 물질의 시대를 상징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 및 서방의 패권주의와 이에 대항하는 세력구도 간 비정상적 욕구 충돌이 만들어낸 사회병리적 기형아라 해석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슈퍼맨은 패권주의와 이에 대항하는 세력구도 간 비정상적 욕구 충돌이 만들어낸 사회병리적 기형아



아바타, 나와 연결된 또 다른 내가 필요하다.


시간이 지난 후 또 다른 양상의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었는데 바로 '아바타'다.

영화 속 아바타의 경우 슈퍼맨과 같은 초인적 힘도 없고, 또 전지전능하지도 않으나, <나와 연결된 또 다른 나>라는 개념이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슈퍼맨의 새대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집중의 시대, 규모의 시대, 물질적 시대를 상징했다면 아바타의 시대는 일견 네트워크의 새대, 개인적 가치의 시대, 상상과 창의의 시대 도래를 선포하는 상징적 캐릭터가 아는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2009년 첫개봉한 아바타는 2025년까지 후속편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는 시대를 읽는 시금석인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 말하면 시대적 요구와 상황을 영화 속 캐릭터가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바타의 시대가 되면서 사실 모든 것이 가벼워지기 시작하였다. 작은 개체들의 연결들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작은 개체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연결들이 새로움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SNS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다.


필자가 하는 일은 건축이다.

이러한 경향은 건축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개인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큰집, 튼튼한 집, 비싼 집 등과 같이 집중, 규모, 물질의 의미에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더 이상 집은 무겁고 튼튼해야 하는 피난처가 아니다. 재산을 증식을 위한 투자수단도 아니다. 다만, 지역과 지역을 쉽게 연결하기 위한 세컨드 하우스가 될 수도 있고, 개인의 개성이 최대한 반영된 DIY 주택일 수도 있으며, 정신을 담보하고 힐링할 수 있는 쉼의 수단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그래서 작은 집이며, 그래서 가볍게 살기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본다면, 시대적 요구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 주거의 형태와 그 주거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 무엇일까? 내가 내린 답은 모듈화 주택(Modular Housing Systems)이다.


그래서 가볍게 살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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