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SMIN Aug 06. 2018

일상의 발견

짤막한 생각들이 이어지고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의미를 주고 받을 때, 그것은 이야기가 되고 시가 되고 삶이 된다. 마치 수 많은 '현재'들이 이어져 어제가 되고 오늘이 되고 역사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생각이 날 때마다 사소한 일상에 대해 몇 자라도 적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가치 있는 일이며 감사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생각은 '일상'을 주제 삼아  생활 속 사소한 부스러기들을  주섬주섬 모아오고 있는 나로서는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길이기도 하며,  삶을 바라보는 나만의 방식 이기도 하니  자주 이야기 할 밖에. 어느 때는 너무도 사소해서 무심히 지나쳤던 많은 것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눈물 나도록 고마운 일인지 깨닫기도 전에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다. 시간이 흐른 후, 문득 "그랬었지..."를 되뇌게 되는데,  바로 그 때가 놓쳐버린 '현재'를 재발견하는 순간일 것이다. 나는 그러한 순간을 가능하면 많이 기억하고 싶다.  나이 들면서 점점 더 그러한 상황을 자주 맞게 되는데 시간을 바라보는 태도가 변하여 그렇다 하여도 좋고, 과거 사건과의 분리 불안증이라 하여도 좋다. 그래서 인지 나는 지금 '일상'에 집착하고 있다.

젊음으로 대별되던 치열함이 점차 잦아 들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많아진 시간이 시시콜콜한 사소함의 발견에 쓰이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틀림없는 것은 지금 나는 작은 일에 미소 짓고 눈시울 붉힌 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의 경우 나이 들어 가며 여성호르몬이 증가하게 되어 좀더 여성성을 띄게 된다 하는데, 그런 연유로 과거엔 없던  공감하는 능력이 크게 늘어 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과거보다 훨씬 느려졌고, 둔해졌고, 둥글어졌고, 약해졌기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더 긴 시간 생각하게 됐고,  관찰하게 됐고, 공감하게 됐고, 조심스레 살피게 되었다는 것이다.

"젊음"속에는 힘껏 달려도 부족하지 않을 "미래"라고 하는  에너지가 존재 하기에 일상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이어도 충분하였으리라.  젊음이라는 에너지를 거의 다 쓰고 난 후 너무 빠르게 달리다 보지 못한 것들이 문득문득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때. 아마도 지금이 내 나이 정도의 때가 바로 그러한 시기이지 싶다. 하나를 내어주어 자리가 생기면, 그 빈자리를 채울 무언가가 생기는 것처럼, 빠른 속도감으로 생긴 빈 공백을 이제는 일상이라는 소소한 것들로 하나하나 채워가 볼 요량이다.

찰진 밀가루 반죽과 쫄깃한 면발은 적당한 속도와 힘이 기본 이라 한다. 힘으로만 반죽하여 요령 있게 치대지 못하거나 너무 빨리 면을 당겨 면이 끊기게 된다면 맛 좋은 면을 얻기 어려운 것처럼 삶도 마찬가지일 터. 젊음의 에너지와 미래라는 자원을 많이 소모해버린 이 즈음. 내게 남아있는 것들에 대해 좀 더 감사한 맘으로 바라보고 그것들을 재 해석해야 할 시점이 분명한 듯 하다.

아침 출근길,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
저녁 드리마 속 대사와 상황.
오가며 눈에 띄는 광고 속 카피.
우연히 넘기다 눈에 띈 책장 속 한 구절.
빠른 스크롤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남는 인터넷 속 이미지.
....
    
그래서,
오늘도 나는 주변을 살핀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급증의 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