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도 방향만은 잃지 않기를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뒤돌아 바라보는 과거의 행적이 내 모습이라면, 아직 가지 않은 길에서의 내 모습은 일견 환상일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모습을 그릴 때, 미래의 내 모습이 마치 자신의 모습인양할 때가 많은데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나의 모습이 아닐터다. 앞으로 갈 길을 예측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요즘 같은 시절에 미래에 대한 예측이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선견지명이 있거나 미래에 대한 탁월한 감각이 있어야 예측 가능할 만한 일도 있겠고,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단순한 예견도 있겠지만,
요즘은 그 조차 쉬운 일이 아닌 일이 되어가도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칠흑의 어두운 시절을 걷고 있는데, 두 걸음 앞은 고사하고 단 한걸음 떼기도 어렵다 그런데 장래의 일이라니...
부정적 측면의 모습만 바라보는 경향이 없지 않으나, 감안하고 보더라도 암울하고 어둡게 느껴지고 있음은 어목 한 현실의 냉장한 반영일 터이다.
내일을 살기 원한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원한다.
가능하면, 그것이 이어졌으면 싶다.
단 한걸음 앞의 풍경조차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없는 현실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와중에 방향까지 잃지 않기를 바랄 뿐.
지금 이러한 생각이 그저 현재의 단순한 “감정”이기를.
감정이 우리가 소유한 것 중에 가장 변하기 쉬운 것임을 인정하는 데는 흔치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감정은 심지어 우리의 의견보다 더 변하기 쉽다.
여기에서 의견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의견으로, 차용한 견해 혹은 한순 간의 인상에서 비롯된 의견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런 의견은 자기 자신과의 제대로 된 토론 끝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감정은 그렇지 않다.
감정은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곳에 고여 있던 지하수에서 새어 나온 증기가 융합하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빛과 접촉하여 한순간 어떤 무지개를 흩뿌리지만, 이는 나타날 때처럼 순식간에 불가해한 방식으로 흩어지고 사라져 버린다.
진리의 발견, 마리아 포포바 , p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