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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Mar 31. 2022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를 읽다.

지하철에서 읽는 책

무역업을 하던 60대 가장은 사업이 망하고 이일 저일 전전하다가 아파트 경비원이 된다. 나이가 많아 다른 일은 지원조차 할 수 없다. 나이가 자랑은 아니지만, 저출산에 수명이 늘어나고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이 시대에 건강한 노인 인력은 절실하지 않을까?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를 쓴 저자는 2018년에 아파트 경비원이 되어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5천 세대 아파트가 그의 직장이다. 집에서 지하철 5구간만 가면 된다.


저자는 3개월에 한 번씩 계약서를 갱신하는데 나이가 많아 혹여 그만두라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하면서도 막상 재계약이 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한다.


아파트 경비원의 주된 업무는 순찰하고, 주변 청소를 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주차위반 차량 점검을 하는데, 가장 힘든 일은 입주민의 민원 처리라고 한다. 층간 소음이 나서 관리사무실로 연락이 오면 경비원이 가서 양해를 구해야 하고, 체납된 관리비 청구서를 직접 입주민에게 전달해야 하고, 입주민과 대화 도중 불친절한 언행을 해서 민원이 제기되면 경비원의 입장이 아주 위태롭다고 한다. 무조건 친절해야 하고 무조건 사과를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니 그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몇 년 전에 읽은 <임 계장 이야기>에서도 공기업 퇴사 후에 아파트 경비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도 기억나는 문장은 선배 경비원이 저자에게 해준 말이다.


자네는 아파트 경비원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이 일을 할 수가 없네. 경비원은 사람이 아니네.”


때로는 분리수거장에서 분리가 되지 않는 물건을 내놓고 재활용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 입주민도 있고, 혹은 야간에 빈 스티로폼 상자 안에 음식물쓰레기를 잔뜩 넣어서 버리는 사람도 있어서 일하다가 기운 빠지는 날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비바람이 부는 날이면 완전 녹초가 된다고 한다. 긍정적인 성격의 저자는 분리수거 작업을 체력단련과 점검의 기회로 삼는다.


가끔은 좋은 일도 있다고 한다. 연로하신 할머니가 분리수거장에 있는 책장을 옮기려고 하길래 도와드렸더니 꼬깃꼬깃 만 원짜리 지폐를 한 장 주길래, 저자는 근처 빵집에 가서 빵을 사서 할머니 집에 전해드렸더니 옆에 있던 손자가 엄청 좋아하더라는 것이다. 남은 돈 2천 원은 아파트 청소하시는 미화원분께 드리고 나니 하루가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었다고 한다.


<나는~ >으로 시작하는 책을 좋아한다. 그런 책에는 자신의 직업 이야기와 인생철학을 생생한 저자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버스 기사입니다>, <나는 은행 경비원입니다>도 감명 깊게 읽었고, 그 덕분에 나도 용기를 내어 나의 직장 이야기를 책으로 낼 수 있었다. 자전적 이야기 속에는 감동이 있고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이 들어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이 있고 열심히 일한 대가를 받을 수 있고 4대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도 몇 년 뒤에 퇴임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내 책에도 썼듯이 난 노후에 뭔가를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안내하는 일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책 소개를 해주는 유튜버도 좋고, 봉사활동을 하는 강사도 좋다.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면 좋겠다.


아파트 경비원이든 다른 무엇을 하든 일단 건강해야 한다. 건강관리를 잘하면 나이보다 젊게 살 수 있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건강하게 살자꾸나.


#그래도직장은다녀야지

#컨추리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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