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컨추리우먼 Apr 19. 2022

드디어 100일이다.

느낌 있는 일상


아이를 낳으면 100일 잔치를 한다. 100일을 넘기면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군신화에도 곰과 호랑이가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으면 사람이 된다고 한다. 수능 보기 전 100일 제를 지내며 합격을 기원한다.


100일은 무엇을 마음먹고 해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재작년 11월부터 100일간 글쓰기를 해서 작년 가을 책을 냈다.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올 초에 다시 100일 글쓰기를 시작했다. 당초 의도는 새벽에 모닝 페이지를 써야 되는데 피곤하고 일어나기 힘들어서 이러다가 모닝 페이지를 못쓰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100일 글쓰기를 모페 대신에 채우기로 한 거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난 핸드폰을 꺼내 카톡 내게 쓰기로 글쓰기를 시작한다. 노트 펜이 바쁘게 자판을 두드린다. 노트 펜으로 빠르게 글쓰기 대회를 연다면 난 상위에 랭크할 수 있다. 나의 아침 글쓰기는 주제를 정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무조건 쓴다. 모페도 그랬다. 노트를 열면 생각나는 대로 마구 쓴다. 3쪽을 써야 되므로 처음에는 양을 채우는데 치중했지만 나중에는 저절로 쓸거리가 생긴다. 쓰다 보면 3쪽을 넘기기도 한다.


주로 쓰는 내용은 어제 있었던 일이나 내 머릿속에 담고 있는 고민들이나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 이야기를 쓴다. 쓰다 보면 내 생각이 정리된다. 그게 참 묘약이다. 흥분이 가라앉고 차분해진다. 마치 진정제를 맞은 느낌이 든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천 개의 파랑>에서 말하는 휴머노이드에게 엄마가 말을 거는데 자식들에게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죽은 남편 이야기, 내 기분 이야기를 하면 로봇 콜리는 아는 대로 대응을 해준다.


글쓰기는 그런 거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글로 풀어낼 수 있다. 나만 보면 되니까, 나의 심정이 표현되니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그때를 생생하게 돌아볼 수 있다.


2022년 봄 나의 100일을 돌아보고 싶으면 열어볼 수 있는 보물이 생겼다. 내가 하루 동안 무얼 했는지 펼쳐보면 다 나온다. 난 다시 보물을 찾아 두 번째 100일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좀 더 즐겁고 신나는 보물을 찾아내기를 소망해본다.


나에게 100일 글쓰기는 보물 찾기다.

작가의 이전글 나만의 독서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