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컨추리우먼 Apr 22. 2022

내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지하철에서 읽는 책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284쪽)


문득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난 어떤 대답을 할까? 순간순간 시계를 보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바쁠 때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생각했고, 한가할 때는 느리게 가겠거니 생각했다. 책 속의 보경은 이렇게 대답한다.


“내 시간은 멈춰 있어.”


“왜요?”


“흐르게 하는 법을 잊었어.”


영화배우로 바쁘게 살던 보경은 화재 사고로 만난 소방관과 결혼해서 딸 둘이 있다. 소아마비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큰딸과 말이 없는 작은 딸을 키우던 어느 날 남편은 화재 현장에서 죽는다. 망연자실하던 보경은 죽은 남편의 보상금으로 경마장 근처에 식당을 연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생각지도 못하며 살아가던 그녀에게 죽은 남편과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그렇다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겠네요.”(286쪽)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멈춘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할 거라는 휴머노이드의 말에 보경은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잊었던 남편과의 시간이 그리움이 외로움이 살아난다.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시간이 치유를 받는다. 작은 질문은 큰 위로를 준다.


내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일하는 여자, 엄마, 아내의 시간은 늘 빨리 지나간다. 하지만 마주하는 나의 시간은 어떤가? 나의 시간은 가다가 멈추는 느린 시계가 되었다. 어릴 적 마루에서 울리던 괘종시계는 때가 되면 태엽을 감아주어야 했다. 시계가 멈추면 나의 시간도 멈춘다. 꾸준히 메모하고 움직이고 느끼고 반성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새롭게 보고 호기심을 갖고 나의 시간도 때맞추어 태엽을 감아주어야 한다.


왜 제목이 <천 개의 파랑>일까? 천 개의 단어만 알고 있던 휴머노이드는 천 개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나 때문에 엄마가, 동생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속으로 삼키는 큰딸이 있고 아무 말 없이 아무 관심도 못 받고 스스로 알아서 잘 자라는 막내딸이 있다. 돈이 없어 의족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큰애 때문에 막내를 잘 챙기지 못해 미안해하는 엄마가 있다.


나 역시 일하러 다닌다는 핑계로 집안일에 소홀하고 아이들은 알아서 잘 크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살아왔다. 시간이 흘러 사춘기가 지난 두 딸은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날개를 만들고 있다.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거야.”(205쪽)


이제 내 시간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작은 행복을 느끼며 충실히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

작가의 이전글 <기자의 글쓰기>를 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