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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Oct 13. 2022

쓰기의 묘미

느낌 있는 일상


"오늘은 26년 차 결혼기념일입니다.

그동안 가족들 챙기느라 고생한 신랑님께 감사드립니다.

보물 1호 큰딸과 2호 작은딸도 잘 자라서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니 고맙고 앞으로도 쭉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끌어 갑시다."


아침에 가족 단톡방에 내가 남긴 메시지다. 26년 차 결혼기념일이라니 세월이 언제 지나갔는지 새삼 놀라웠다. 26이라는 숫자를 봐도 아이가 태어나서 어른이 되는 세월이다. 하긴 큰애가 벌써 25살이나 되었다. 20대 말에 결혼해서 30대에는 아가들 키우느라 세월이 가고 40대에는 대학입시와 내 승진 공부하느라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그동안 신랑은 부지런히 일해서 가족들을 챙겼다. 사계절 운동화를 신었고 캐주얼한 복장을 했다. 유일한 취미 겸 운동이 골프인데 지금은 다리를 다쳐서 쉬고 있다.


오전이 다 가도록 가족 단톡방에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내가 너무 경건하게 썼나? 아니면 지당한 말이라 댓글이 필요치 않은 걸까?


100일 글쓰기 글감에 올라온 최인아 책방 대표 칼럼을 읽었다. <글로 쓰지 않은 생각은 날아간다> 생각은 향기와 같아서 그 순간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고 한다. 나도 공감한다. 생각의 끄트머리를 실타래 뽑듯이 잡아당겨 글로 써야 남는다. 신호등을 건너고 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난 주로 출퇴근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글을 쓴다. 출근길에 서두를 작성하고 점심시간에 직원식당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짬짬이 추가한다. 핸드폰으로 한 화면이 꽉 차면 700자 분량이 나온다. 퇴근길에 정리해서 카페에 올린다. 내용이 괜찮다 싶으면 브런치나 인스타에도 올리고 독서기록은 블로그에도 올린다.


글을 마무리하면 작은 뿌듯함이 있다. 오늘 내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생동감을 얻게 되고 뭔가를 열심히 했다는 보람을 느낀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내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하여 작년 연말부터 내리 3회 연속 100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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