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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Oct 29. 2022

월간 잡초 주간 고양이

지하철에서 읽는 책



냉이 제비꽃 지칭개 메뚜기 박새 고양이 비둘기 참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풀과 꽃, 새와 곤충을 관찰해서 세밀하게 그리고 색칠한다. 언제 봤는지 일기처럼 풀의 발자취를 따라 쓰고 그린 책.


월간 잡초 주간 고양이


책 제목이 특이하여 월간지인가? 주간지인가? 헷갈렸는데 저자 '이제'씨는 인왕산 자락에서 판화작업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산다. 이 책은 그림 에세이다.


산책하며 만나는 이름 모를 풀들을 검색해서 유래를 찾아보고 세밀하게 그린다. 엄마가 아끼던 덩굴로 엮은 바구니를 생각하다 지리산 자락에서 덩굴을 발견한다. 이름은 댕댕이덩굴이란다.


작년까지 근무했던 고등학교 화단에는 종류가 다른 덩굴식물이 여러 종 있었다. 꽃이 피어서 다른 걸 알았지 잎사귀만 봐서는 몰랐다. 보라색 하얀색 분홍색 작은 꽃을 피운 뒤에는 초록 잎들이 자라고 그 뒤로 열매를 맺는다. 해가 바뀌면 또다시 자라날 것이다.


덩굴식물의 맏형은 등나무다. 운동장 좌우 벤치를 덮은 등나무는 줄기도 대단하지만 봄에 연보랏빛 꽃을 피울 때는 마치 꽃 커튼처럼 장관을 이룬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면 씨주머니들이 꽃처럼 늘어져 거꾸로 매달린 콩깍지 같다. 씨주머니가 터지면 바둑알 만한 씨들이 탁탁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떨어진다.


고양이도 가끔 등장하고 어떤 날에는 족제비도 하수도로 들어와 음식찌꺼기를 먹고 간다.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근무하다가 연초에 사무실을 옮겼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생활하는 그곳이 참 아름답게 그려진다. 밤에는 쥐들이 왔다 갔다 하고 새벽에는 새들이 노래하는 곳. 인적은 드물지만 곤충들이 자라는 곳. 그런 곳에서 자연에 귀 기울이며 살아간다면 이따금씩 빵이나 커피를 사러 큰길로 내려간다면. 오가며 만나는 하늘과 바람과 나무를 보며 인사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답답한 사무실에만 있지 말고 하루에 한 번은 하늘과 나무를 올려다 보기로 마음먹는다. 어릴 적 뛰어놀았던 시간들도 추억해보리라 마음먹는다. 고마운 책을 만들어준 작가님과 채 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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