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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Oct 30. 2022

인생의 베일 (서머싯 몸)

지하철에서 읽는 책


서머싯 몸의 소설 <인생의 베일>을 펼쳤다. 온 텍트 북클럽 10월 도서다. <인간의 굴레>나 <단편집>은 읽었는데 이 책은 처음이다.


결혼한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 남편은 지루한데 그 남자는 즐겁다. 여자는 남자를 구하다가 혼기를 놓쳤고 여동생이 결혼한다고 하니 부랴부랴 결혼식을 올리고 남편을 따라 홍콩으로 파견 간다. 남편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다. 그저 자기를 좋아한다는 말에 결혼을 수락했을 뿐. 그곳에서 여자는 다른 남자를 알게 되었고 둘만의 외도를 남편에게 들킨다. 그 후로 남편은 콜레라가 창궐하는 산 간 오지로 자원한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아내는 수녀들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인가? 친할머니가 말씀하길 여자는 그저 자기 좋다는 사람 만나서 결혼하는 게 제일 행복한 거라고,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라고 하셨다. 난 그 뜻을 헤아리며 누가 나를 좋아해 줄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여주인공 키티는 아무 생각 없이 자기 좋다고 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근데 왜 사는 게 재미가 없을까?



최근에 다시 보는 드라마에서 남자는 말한다. 지금의 아내는 아이의 엄마나 남편으로서는 손색이 없지만, 가슴 뛰게 하지는 않는다고. 주인공 키티가 그랬다. 남편이 아내에게 잘해 주지만 가슴 뛰지 않았고, 다른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며 이혼할 수 없다고 했고 여자는 남편을 따라간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주인공 여자는 남편보다 그 남자가 더 좋았지만, 그 남자는 아내와 헤어질 수 없다며 친구처럼 지내자고 한다. 그러다 수녀들과 아이들을 돌보면서 자신을 찾게 되고 그 남자와의 시간이 의미 없다는 걸 깨닫는다. 원장 수녀는 외딸이었는데도 부모님을 떠나 오직 봉사활동으로 여생을 보낸다. 주인공은 남편이 콜레라로 죽은 뒤 영국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난다. 지병으로 돌아간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다며 아버지와 함께 살기로 한다.


<인생의 베일> 가려진 장막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원장 수녀와 헤어지던 날 수녀는 말한다.


“의무를 이행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하지만 그게 당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걸 명심하세요. 그리고 손이 더러워지면 반드시 씻는 것보다 더 기특한 일은 없다는 것도요.”(278쪽)



어리석고 방황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주인공은 아버지를 찾아간다. 홀로 된 아버지와 이제 태어날 아이를 잘 키우기로 다짐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아내 엄마 직장인으로 사는 나는 그저 하루하루를 잘 보내면 된다. 때로 잘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비누로 잘 씻어야 하는 더러운 손처럼 깨끗이 잊고 다시 잘 살면 된다. 나는 성자가 아니다. 그저 한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여인이다. 내게 주어진 재량껏 즐겁게 살면 그만이다. 욕심을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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