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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Oct 31. 2022

소설은 이 시대 마지막 수공업(김영하 작가님)

느낌 있는 일상



김영하 작가의 GMT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지인의 도움으로 원문을 볼 수 있었다. 적지 않은 분량의 기사에서 작가님은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저는 소설이야말로 ‘이 시대 마지막 수공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작가가 쓰면 그게 그냥 책이 되는 줄 알지만 사실 남들은 알아주지 않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고치기 위해 굉장히 오랫동안 다시 보기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해야 한 편의 작품이 나오거든요.”(인터뷰 중)


 


작가 스스로 고군분투하며 써 내려간 작품이 소설이다. 박경리 선생님도 박완서 선생님도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롯이 혼자 쓰고 지우고 고민해서 대작을 만들었다. 다만 시간이 문제다. 김영하 작가님도 20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소설을 쓰고 있다. 초기에는 아무런 고민 없이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글을 썼다가 나이를 먹게 되니 써야 작품에 투입해야 할 시간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을 쓰면 그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5년 전 직장에서 승진한 뒤에 난 남은 시간을 헤아려봤다. 정년퇴직까지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보내야 할지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우선 공부하느라 못했던 나의 취미를 찾았다. 그건 책이었다. 언제나 가방 속에 책이 들어 있었다. 시장 갈 때도, 미용실에 갈 때도, 출근할 때도 책은 늘 내 곁에서 날 지켜주었다. 책을 읽으며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책 속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김영하 작가님은 만년필로 일기를 쓴다고 한다. 사각거리는 펜촉을 느끼며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소설 기획도 한다. 소설을 본격적으로 쓸 때는 컴퓨터로 하지만 초안을 만들 땐 종이에 펜으로 한다. 이 시대 마지막 수공업은 그렇게 시작된다.


너나없이 글을 쓰고 책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백일 글쓰기를 하며 썼다 지우고 또 쓰고...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이 시대의 마지막 수공업자가 아닐까?


나도 작가의 반열에 오른 걸까? 갑자기 뿌듯해진다. 짬을 내서 읽고 쓰는 일들이 내게 너무 소중한 일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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