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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Nov 15. 2022

행정사무감사

25년 차 직장인


이번 주는 전기관 행정사무감사 수감하는 주다. 교육지원청, 사업소, 도서관 행감이 끝났고 오늘은 시교육청이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국장님 요구한 자료 보완하고 내려왔다. 행감 시작 시간이 10시인데 5분 전에 부감님 비서한테 연락이 왔다. 아침에 난 보도자료를 보고  부감님이 자료 보고를 하라는 거다. 난 부랴부랴 보고자료를 챙겨 들고 시의회 행감장으로 갔다. 아직 시작 전이라 부감님께 자료를 드리고 신문도 챙겨 드렸다.


10시가 좀 넘자 의원들이 행감장으로 들어왔고 본청 간부들도 모두 참석한 가운데 행감이 시작되었다. 부서별 주요 사업 보고를 마치고 의원 자료 요구를 한 뒤에 오후 2시까지 감사 중지되었다.


우리 팀은 밥부터 먹자며 구내식당으로 몰려갔다. 그동안 앞줄에 서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막내들이 빨리 가서 미리 줄을 서 준 덕분에 일찍 밥을 떠서 여유 있게 식사를 했다. 메뉴는 낚지 수제비, 현미밥, 청경채 무침, 깍두기, 닭다리 찜, 고구마랑 감자랑 단호박 구이다. 모처럼 8명이 모여 팀 회식 같은 분위기로 점심을 먹었다.


팀원들은 카페에 간다 하고 난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번에 새로 읽기 시작한 소설 <카지노 베이비>가 흥미롭다. 강원랜드가 배경이고 전당포를 운영하는 할머니와 사는 10살짜리 아이가 있다. 아이의 아버지는 물건이 아닌 아들을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받아 갔다.


아이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궁금하지만 말해주는 이가 없다. 전당포 할머니와 엄마와 삼촌과 산다. 아이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정식으로 주민등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심심하면 근처 교회에 간다. 낮잠도 자고 혼자 공상에 빠진다.


"예수님은 열 살 때 뭘 했을까. 진짜 아빠가 누군지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54쪽)


이 부분을 읽으며 나를 돌아봤다. 나는 열 살 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초등학교에 왔다 갔다 하며 지냈겠지. 동네 친구들과 놀러 다녔겠지.


오후 두 시가 되어 행감이 재개되었다. 의원들은 질문하고 교육청 간부들은 답을 한다. 교육 현안들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하고 집행부는 답을 한다. 제시하는 의견은  수용, 검토하여 정책에 반영한다.


오늘 행감은 조용한 가운데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진행된다. 세련된 의회의 모습이다. 집행부를 다그치지 않고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잘 마치고 퇴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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