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컨추리우먼 Mar 08. 2023

안 보기로 다짐했건만(카지노, 최민식)

느낌 있는 일상



새해부터 넷플릭스 끊고 핸드폰 앱도 지워버리고 책 읽기에 집중하기로 다짐했다. 리치 마인드 장착을 위한 북클럽에서 부자가 되려면 갖추어야 할 7가지를 알려주어 흥미롭다. 예를 들면 부자는 지하철에서 영상을 보지 않는다. 식후 설거지를 한 뒤 음식 찌꺼기를 개수대에 남기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지개를 켠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 루틴인데 왜 이런 게 부자가 되는 조건일까?


 


처음에는 잘 버텼는데 며칠 뒤 신랑은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보다 더 다양한 영상이 있다며 앱을 깔았고 텔레비전으로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요즘 인기 있는 시리즈 제목은 <카지노>다. 영화 <올드보이>로 반한 최민식 배우가 배짱 두둑한 사기꾼으로 주연이다. 아으 난 결국 핸드폰에 디즈니플러스 앱을 깔았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술주정하는 아빠와 어렵게 식당 일로 고생하는 엄마를 보며 자란 차 무식(최민식 역)은 뒤늦게 공부에 눈을 떠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수준 낮은 대학에 들어가 적응하지 못하다가 지인 소개로 게임에 손을 댄다. 세금 한 푼 안 내고 영업하다가 탈세로 국세청 수배 중 필리핀으로 도주하여 무얼 할까 기웃거리다가 다시 카지노 관리를 한다. 극 중 차 무식은 사기꾼이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의리남으로 통한다. 신용을 잘 지켜서 거래처 관리를 잘하고 조직원을 잘 이끌고 필리핀 거물들과 유대관계를 잘 맺는다. 해외 영사나 경찰을 대하는 자세도 배짱이고 임기응변에 강하다.


 


“됐어. 어쩔 수 없지 모. 내가 가보께.”


 


보통 사람들은 어떤 원치 않는 상황이 생겼을 때 남 탓이나 조건 탓을 한다. 차 무식은 늘 긍정적이다. 핸드폰 통화할 때마다 나오는 대사가 ‘어쩔 수 없지 모’다. 자라온 환경이 뭔가 기대를 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일찌감치 체념하는 습관이 들었고 뭐든 ‘내가 감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듯하다. 난 왜 이 시리즈에 흥미를 느끼는가. 극 중 차 무식은 설득의 달인이다. 국세청 검사와 벌금형 딜을 하는데 7억을 2억으로 낮추었다.


검사님 상황을 좀 봐주세요. 제가 안 내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벌금을 조금만 낮춰주세요.” “알겠어요. 그럼 5억으로 해드리죠. 더 이상 안 됩니다.”


“아휴 조금만 더 낮춰주세요. 그렇게만 해주시면 제가 꼭 갚겠습니다.”


 


직업 특성상 아쉬운 소리를 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규정에 맞으면 하고 안 맞으면 안 하면 되는 딱딱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요즘에는 여기저기 전화해서 애걸한다.


 


“제발 사람 좀 구해주세요. 조리실에서 일할 직원이 없어요.”


 


배우 최민식의 맛깔난 연기를 나도 따라서 해야겠다. 근무환경은 상황에 따라 늘 변한다. 팀장은 때로는 장사꾼이 되어야 하고 아쉬운 소리도 해야 한다. 능청맞은 연기도 진지한 연기도 너무나 잘 소화하는 차 무식이 참 부러운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 3월 루틴을 지켜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