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지났지만 진정한 시작은 3월부터다. 새해는 한겨울이라 너무 춥다. 무언가를 다짐하고 시작하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움츠린다.
새 학기 새봄. 봄은 다르다. 온도가 올라가기 땅속에서 얼었던 흙들이 기지개를 켠다. 웅크리고 겨울잠을 자던 생명들이 깨어난다. 개미도 집 단장을 하고 밖으로 나온다. 지렁이도 움찔움찔 움직이려 한다. 나뭇가지에도 새순이 나오려 꿈틀댄다. 이미 나무는 가을 낙엽을 떨군 자리에 새순을 숨겨 놓는다고 한다. 어느 순간 새순이 꼭지를 빼꼼히 내밀더니 쑥쑥 자라 어린잎이 된다.
작년 이맘때 사무실 내 책상 옆에 놓인 앙상한 고무나무 화분에 물을 주었다. 30일이 지났을까 고목이 된 줄 알았던 나뭇가지에 연둣빛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기해서 날마다 출근하면 물을 주고 싹이 얼마나 자랐는지 크기를 쟀다. 한 달쯤 지나니 어엿한 고무나무 이파리가 두세 개 생겼다. 나뭇잎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재미에 아침마다 출근 시간이 기다려졌다. 고마운 고무나무를 바라보며 쓴 글이 브런치 메인에 올라가서 조회수 3만을 넘기기도 했다.
나무는 힘이 세다. 묵직한 침묵으로 인내하다가 강한 힘으로 나뭇가지에서 싹을 내민다. 어미 닭이 알을 품다가 깰 때 어미 닭이 밖에서 기다리다가 껍질을 동시에 쫀다는데 나무는 도와주는 이 없이 홀로 우뚝 선다.
새봄을 맞이하여 직장에서는 자리 배치를 바꾸었고 난 고무나무 화분을 들고 안쪽 구석 자리로 이동했다. 문가에 있다가 안으로 들어오니 한결 조용하고 집중이 잘 된다.
이 봄에 내가 하고 싶은 건 여전히 글쓰기와 책 읽기다. 30일 글쓰기가 더욱 반가운 이유다. 덧붙여서 리치 마인드 장착을 위한 북클럽에 동참하고 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얄팍한 욕심에 앞서 마음 자세를 바꾸고자 한다.
날마다 아침 출근길에 화단 나뭇가지에서 움트는 새싹을 들여다볼 것이다. 사무실 화분에 고무나무 이파리 새순이 어떻게 올라오는지 관찰할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창문을 열고 호흡을 크게 한 뒤에 먼 하늘을 바라볼 것이다. 커피와 보리차를 동시에 챙겨서 책상 위에 놓고 출근길에 쓰던 글쓰기를 마무리할 것이다. 재미는 없지만, 월급을 받으니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고민과 보람을 찾아볼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남편과 두 딸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것이다.
글이 완성되면 맞춤법 검색에 들어가서 오류 검증을 한 뒤 네이버 글자 수를 헤아린 뒤 카페에 올릴 것이다. 2023년 봄에 글쓰기 루틴을 잘 지켜서 나를 돌아보고 지키고 보살피겠노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