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소모를 위한 뉴욕 운동 (work out) 클래스 체험기
"미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많다. 안타깝게도 그중에서는 "비만"이라는 키워드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은 맥도널드, KFC, 버거킹 등 수많은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본고장이기도 하고, 미국식 디저트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맛보았을 때 머리가 띵 할 정도의 단 맛이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디저트에 대한 가장 수준 높은 칭찬이 "안 달다"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과 실제로 서양인 대비 12% 정도 작은 췌장을 지닌 우리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미국 음식에 첨가되는 설탕량에 대한 거부감은 당연지사다. 미국 마트에서 장 볼 때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식품들 대부분에는 과한 설탕, 기름, 콜레스테롤, 정제 탄수화물, 소금과 방부제가 첨가되어 있고 가장 흔하고 구하기 쉬운 단백질 역시 가공식품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간혹 샐러드 보울과 같은 건강한 선택지도 일부 있지만 과자 한 봉지보다 훨씬 비싼 채소와 과일을 일반 서민들이 자주 사 먹기에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식습관과 자동차 의존적인 미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이기는 하나 미국이 "비만 국가" 타이틀을 떨쳐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뉴욕은 달랐다. 뉴욕이 "미국 답지 않은"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하지만 그중 하나는 비만율이 (비교적) 낮다는 점이다. (물론 저 괄호 속 "비교적"이 중요한 부분 이기는 하다.) 지난 십 년 사이 뉴욕시 성인 비만율이 27.5%에서 32.4%로 증가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 시티는 미국에서는 비만율이 (혹은 과체중 포함 비율이) 가장 낮은 도시 상위 열 곳 중 9위를 차지했다. 사실 개인적인 인상으로는 뉴욕이 9위보다 더 상위권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활동적인 생활 습관을 자랑하는 하와이 호놀룰루 (Honolulu, HI)와 365일 대부분 햇살이 눈부신 날씨를 자랑하는 서부 사람들의 운동량을 간과해서다. 낮은 비만율을 자랑하는 곳들은 대부분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시애틀 등 미국 서부의 대도시들이고 동부에서는 그나마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과 뉴욕주의 뉴욕 시티가 있다. (역시나 미국 남부 도시들은 해당 리스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통계 자료뿐만 아니라 직접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이곳에는 비만인구가 훨씬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이전에 교환 학기를 보냈던 플로리다의 시골 마을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뉴욕에는 남녀노소 뜀박질을 이어가는 러너들이 많고, 도심 속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공원에는 산책하는 어르신들, 뛰어노는 어린이들, 그리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젊은 사람들을 쉽사리 볼 수 있었다. 뉴욕이 미국 답지 않은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walkability"인데 (한국어로 표현해 보면 "걸을만한 정도"라고 직역할 수 있겠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차를 보유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다. 사실 "몇 군데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기껏해야 보스턴, 시카고 그리고 뉴욕 정도가 있을 텐데 물론 해당 도시들의 대중교통 시스템 역시 아주 믿음직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잔고장도 잦고, 공사나 수리 작업 때문에 노선이 막혀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와 지하철 노선이 존재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워낙 땅 덩어리가 넓어 차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는 다른 미국적 교외 (suburban) 도시와 달리 뉴욕에서는 걷는 삶이 이곳의 지배적 라이프스타일인데 그 덕분에 뉴요커들은 굳이 따로 체육관에 가지 않아도 하루 10,000보 이상씩은 기본으로 걷는 삶을 영위하고, 비교적 건강하고 안정적인 허리둘레를 유지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비슷한 이유로 뉴욕에서의 포닥 생활을 선택했다. 차가 없어도 이동에 큰 불편함이 없는, 또한 평소 생활 운동도 실컷 하면서 도시를 탐험하는 삶의 방식이 나에게 잘 맞고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나 역시 길거리에 보이는 수많은 뉴요커들을 따라 걷고 뛰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널린 게 공원이었고, 전 세계 러너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조깅 코스나 공원이 뉴욕에 아주 많았기 때문에 나도 그들의 일원이 되어 뛰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혼자서 인내심과 지구력으로 체력 단련을 이어가야 하는 러닝과는 잘 맞지 않았다. 좀 더 본격적으로 훈련하면 나아졌겠지만 러닝에서 큰 재미를 찾지는 못했고, 그저 퇴근 후 또는 주말 시간을 이용해서 뉴욕 도심을 걷고 또 산책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 외에는 요가매트를 사서 "홈 트레이닝"과 "홈 요가"에 도전했다. 사실 요가 매트를 펼칠 정도의 공간에서 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뉴욕에서 내가 계약한 집은 유독 마루 공간이 넓은 허드슨 강 뷰 스튜디오 형 아파트였기 때문에 나만의 요가 스튜디오처럼 잘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요가 동작, 또는 한혜진 홈트 영상을 곧 잘 따라 하던 초반과 달리 슬슬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집"은 따뜻한 밥을 지어먹고, 누워서 쉬는 공간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양심적으로(?) 동네 친구와 요일과 시간을 정해놓고 산책이라도 계속했다. 최근에 생일을 맞아 진정한 서른이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이렇게라도 안 하면 큰일 나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체력 관리는 럭셔리가 아닌 살기 위한, 아니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고 더 이상 체중 감소나 미용 목적이 아닌 노화를 늦추고 뱃살을 (더) 늘리지 않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국의 일광 절약 (daylight saving) 시간이 끝나자 해가 더욱 짧아졌고, 오후 4시 반만 되어도 어둑어둑은커녕, 암흑처럼 어두운 세상이 펼쳐지는 바람에 퇴근 후 바깥 산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예전보다는 많이 익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어두운 뉴욕을 누빌 정도로 깡이 세지진 않았기 때문에 우선 치안을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퇴근 외에는 매우 정적인 일상을 보내다 보니 어깨도 아프고, 허리는 뻐근하고, 목도 자주 삐었다. 승모근도 단단해지고, 정반적으로 상체도 앞으로 말리는 느낌을 받았고, 근력은커녕 유연성도 잃고, 실험실 건물에서 층간 계단을 이용할 때 숨이 더 빨리 차오르는 점을 발견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동네 주변의 요가 스튜디오를 모색했고 운 좋게 집 앞 5분 거리의 클라이밍 강습 센터에서 요가 수련도 함께 진행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새로 등록한 요가원은 가장 대중적인 요가 시퀀스인 빈야사 (Vinyasa) 요가를 수련하는 곳이었는데 산스크리트어로 "flow" 즉, "흐름"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빈야사 (Vinyasa)" 시퀀스는 동작 하나하나를 숨과 맞춰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심신 안정에 집중하고 유연성과 근력을 강화하기 좋은 동작들을 주어진 시간 동안 이어가는 요가 프로그램이다. 2018년 학부생 시절 교내에서 처음으로 요가 수업을 접하고 코로나 시절을 제외하고 나름 꾸준히 요가 수업에 다닌 덕분에 동작이 낯설거나 선생님의 지도를 따라가기 어렵지는 않았다. (그저 오랜 시간 수련을 쉬었기 때문에 내 몸이 전과 달리 굳어버린 게 느껴져 안타까울 뿐.) 다시 요가를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뻐근함이 사라짐과 동시에, 반드시 땀에 흠뻑 젖는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이 아니어도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건강을 위해 시간을 투자했다는 성취감도 느껴졌다. 게다가 부기도 쭉쭉 빠졌고 (한국에 있는 언니와 영상통화를 하는데 서로 인식할 만큼 변화가 뚜렷했다!) 특히 요가 수련 내내 혼자 하는 운동보다는 강사 선생님과 함께 하는 운동의 특별함과 그들의 존재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 이렇게 뉴욕에서도 열심히 요가 수련을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하던 찰나 문득 욕심이 더해진 호기심이 유발되었다. 뉴요커들은 또 얼마나 다양한 운동 클래스를 수강하며 땀을 빼고, 칼로리를 태우고, 근력을 강화할까?
평균 이상의 생활 운동량에도 불구하고 뉴요커들의 출퇴근 외 시간이 운동으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활동적인 뉴욕 사람들의 생활 습관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장면들 중에서도 자주 나타나는데 주인공이 운동 수업에 갔다가 운명적 상대를 만나는 경우도 있고, 당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예로는 2018년 영화 "아이 필 프리티 (I feel pretty)" 여주인공은 사이클링 수업 도중 낙하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치고 그 부작용(?)으로 과도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출퇴근 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집 근처 요가원에만 오고 갈게 아니라 뉴욕에는 또 얼마나 새롭고 즐거운, 그리고 활기찬 운동 수업이 제공되고 있을지 알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둘러 ClassPass (클래스패스) 어플을 다운로드하였다.
클래스패스는 한 달 구독형 서비스로, 사용자에게 피트니스, 웰니스, 뷰티 체험을 제공하는 앱을 가리킨다. 전 세계 여러 도시의 수천 개 스튜디오, 헬스장, 살롱, 스파와 제휴되어 있고 앱 하나만 다운로드하여도 다양한 시설을 예약할 수 있다는 편리성을 자랑하는 서비스다. 매월 일정량의 크레디트 (credit)을 구매해서 원하는 클래스를 예약하는 방식인데 물론 클래스나 서비스에 따라 결제에 필요한 크레디트 수가 다르다. 만약 집 근처 스튜디오에 매달 꾸준히 다니면서 고정 멤버십을 활용하는 스타일이라면 스튜디오 멤버십의 가성비가 더 뛰어날 수 있겠으나 여러 종류의 운동을 시도해 보며 내가 어떤 운동 스타일에 잘 맞는지, 특히 뉴욕처럼 다양한 문화권의, 난이도의 그리고 철학의 운동을 체험하며 체중과 체력을 관리하고 싶다면 클래스패스와 같은 어플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다.
클래스패스를 통해 첫 번째로 시도한 클래스는 바로 "핫 요가 (Hot Yoga)"다. 2023년 가을, 플로리다 게인즈빌에서 교환학기를 보내며 극도하게 심심해진(?) 나에게 유일한 돌파구가 되어줬던 곳이 바로 집 근처 요가원이었다. 그곳은 핫 요가를 전문으로 수련하는 곳이었는데 이는 약 35~40°C 정도를 오가는 높은 온도와 40~60% 사이 습도 환경에서 수행하는 요가를 가리킨다. 이처럼 강렬한(!) 조건에서는 불가피하게 땀을 굉장히 많이 흘리게 되는데 바로 활발한 땀 배출 덕분에 체내 노폐물 배출과 피부 정화에 도움이 되고, 따뜻해진 관절과 근육의 유연성 덕분에 동작 하나하나가 더 깊어진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물론 탈수와 저혈압 위험이 동반되기 때문에 물을 충분히 마시고 유독 힘이 들 때는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중요하기만 그만큼 심폐 기능과 코어 근육 강화, 그리고 집중도 상승에 도움이 되는 요가이다.
리뷰와 평점, 그리고 동네를 고려해서 선택한 곳은 바로 소호 (SoHo)의 SUI YOGA 원이다. 다양한 스파와 마사지세션도 함께 진행되는 이곳은 들어가자마자 카페로 잘못 들어섰나 싶은 인상을 받았는데 실제로 수련 전후 사용자들이 커피나 디톡스 (detox) 스무디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함께 제공되고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지하로 내려가니 "Entering Quiet Space" 즉 "조용한 공간이 시작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분위기가 다소 엄숙해졌는데 수련자 하나둘씩 요가매트와 타월을 챙겨서 뜨거운 열기와 수증기를 내뿜는 수련 공간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테크 프리 (tech-free)"를 지향하는 요가원의 정책으로 인해 수련장 모습은 카메라로 담지 못했지만 (나 역시 요가 수련 중에는 핸드폰 알람에 방해받고 싶지 않았고 말이다.) 어두운 조명 속 줄에 맞춰 ~40여 명의 수련자가 매트를 깔았고, 그 위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몸을 풀며 수련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시간에 맞춰 강사 선생님이 도착했고 모두가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하지만 또 하나가 되어 "흐름 (flow)"을 계속하며 뜨거운 공간에서 빈야사 수련을 이어갔다.
확실히 땀을 쭉 빼면서 빈야사 시퀀스를 이어가다 보니 한국식 찜질방에 다녀온 듯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이때 식혜 한 잔과 맥반석 계란을 한 두 개 까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대신 제공되는 시원한 물과, 간단한 샤워 후 땀을 식히기 위해 입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챙겨 온 책을 꺼내 잠깐의 독서 시간을 가졌다. 그 후 당일 오후에 또 한 번 예약해 둔 "소울 사이클 (Soul Cycle)"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또 발걸음을 옮겼다. 다소 힘든 게(?) 아닌가 싶지만 같은 날 오전 핫 요가 수련을 마치고 두 시간 후 소울 사이클 수업을 예약해 둔 이유는 생일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가 앞으로 삼십 대에는 이십 대보다 더 건강한 일상을 보내기 위한 스스로 다짐하고 의식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울 사이클은 2006년 뉴욕 맨해튼에서 처음 문을 열고 급속도로 인기를 얻으며 미국 전역으로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운동 종목인데 이는 실내 사이클을(스피닝) 기반으로 하지만 단순 자전거 타기가 아니라 음악, 코치의 지도, 동료와의 동기부여가 결합된 운동이다. 실내 자전거를 통해 심폐 지구력과 하체 근력을 강화하며 에너지 넘치는 음악과 리듬에 맞춰 운동하며 코치의 지도에 따라 다 함께 목표를 달성한다는 커뮤니티 감각 또한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운동 클래스인데 미국식 미디어에 수차례 노출되어 평소 궁금증을 품고 있던 소울 사이클 수업에 이번 기회를 통해 참여해 보기로 결심했다.
내가 선택한 소울 사이클 지점은 노호 (NoHo)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인싸력 넘치는 카운터 직원들이 나를 아주 활기차게 반겨주었다. "만나서 반가워!" "오늘 수업이 처음이야?" 등 이런저런 스몰톡을 이어가더니 곧바로 신발 사이즈를 물어봤다. 아직 미국 신발 사이즈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유럽기준 37-38 사이즈를 신으며 밀리미터 기준으로는 대략 240mm이라고 대답했더니 39호 신발을 건네주었고 너무 크거나 작으면 바로 말해달라고 했다. 겉보기에는 일반 운동화랑 비슷할 수도 있지만 소울 사이클에서 건네준 신발 바닥에는 특이하게 튀어나온 구조가 있었는데 나중에 검색해 보니 이는 "클릿"이라고 한다. 클릿은 실내 자전거 페달과 연결되는 구조인데 워낙 고강도로 페달을 밟고 안장에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유산소 운동을 이어가기 때문에 안전하게 고정되는 게 중요했다. 나의 경우 어두운 클래스 교실에서 클릿을 고정하느라 애를 먹긴 했지만 확실히 고정되고 나니 페달이 내 통제 하에 굴러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훨씬 안정감 있게 사이클을 탈 수 있었다.
역시나 교실 안 사진은 따로 촬영하지 못했지만 크게 넓지 않은 공간에 (이건 뉴욕의 노른자 땅에 자리 잡은 부동산 가격 때문인지 또는 원래 소울 사이클 수업 분위기가 이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40개 정도 되는 실내 자전거를 설치해 두었다. 그리고 함께 클래스에 등록한 사람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강사 선생님의 카운트다운과 지도에 따라 자세, 강도, 페달링 속도 그리고 저항을 조절하며 신명 나게 사이클을 탔는데 (솔직히 말해서) 내향인으로서 경험하기 다소 버거운 텐션이었다. 거의 클럽과도 비슷한 음악 소리와 비트, 그리고 어둡지만 반짝이는 조명까지, 게다가 선생님의 구호에 맞춰 소리를 지르고 곡이 바뀔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사이클러들의 텐션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나는 다소 수줍게 박수를 따라 치며 페달을 밟고, 고정된 신발이 분리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며 운동을 이어가 반면, 교실 내 많은 사람들이 페달 위에 올라서서 리듬을 타며 사이클을 이어가는 모습에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느끼며 감동받은 순간이었다. 분명한 점은 칼로리는 미친 듯이 태웠다는 점이다. 45분 수업 동안 350 kcal를 태웠고, 그날 나의 애플 워치는 활동량 200% 달성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잘해보세요! (keep up the good work!)"라는 칭찬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클래스는 마일하이 런 클럽 (Mile High Run Club)이다. 이는 뉴욕 기반의 그룹 러닝 스튜디오이자 커뮤니티로서 러닝과 HIIT (High-Intensity Interval Training,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결합한 수업을 제공한다. "달리기를 통한 자기 성장"과 "커뮤니티 중심 운동"을 강조하는 마일하이 런 클럽은 트레드밀 (러닝머신)을 활용한 인터벌 러닝과 고강도 훈련 세션이 핵심인데 다양한 속도 변화, 언덕 경사, 회복 구간 등이 조합되어 있어 운동 효과가 높고, 강도 높은 운동과 휴식의 반복하며 운동 후에도 칼로리 소모가 계속 이어지는 ‘애프터버닝(EPOC)’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대사율 증가에 매우 효과적인 운동이다. 개인적으로 평소 러너의 삶을 꿈꾸지만 지구력과 심폐력이 부족한 탓에 (또는 핑계로) 충분한 유산소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의 뜀박질은 어려워하는 편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강제로라도 숨찬 러닝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마일하이 런 클럽 역시 뉴욕에 다양한 지점을 갖고 있는데 처음 방문한 곳은 매디슨 스퀘어 파크의 북쪽에 위치한 (NoMad) 곳이었다. 이곳 역시 소울 사이클과 비슷하게 한 공간에 트레드밀 서른 개를 설치하고 어두운 (이곳 역시 다소 클럽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공간에 텐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네온 빛깔 조명을 설치해 두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도착해서 라커룸에 짐을 맡기고 낮은 속도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나 역시 배정받은 트레드밀에 올라타 천천히 산책을 시작했고, 수업 시간이 되니 마이크를 착용하고 들어선 강사가 강도에 따라 내가 느끼는 숨참, 즉 힘든 정도를 고려해서 속도와 경사를 조절하라고 안내해 주었다. 수업이 이어지면서 힘들어 죽겠다가도 1분 남았습니다! 45초! 30초! 15초! 를 외쳐주는 강사 선생님과, 옆자리 트레드밀에서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니 나 역시 쉽게 포기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속도를 낮추는 한이 있어도 절대 같은 자리에 멈춰 서지는 않았고, 그렇게 45분 동안 5킬로를 달리며 이번에도 300 kcal 넘는 칼로리를 태우며 땀을 흘렸다.
HIIT와 같은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시도해 보며 신기했던 점은 계절 불문 수족냉증에 시달리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수업 이후 한두 시간까지도 손 발이 뜨거웠다는 점이다. 물론 밖이 추운 계절이라 금방 땀이 마르며 찬기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애프터 버닝"이 계속된다는 게 느껴졌다. 이완과 호흡, 스트레스 완화에 좋은 요가 시퀀스도 좋지만 기회가 닿을 때마다 유산소 운동에 투자하여 체력을 단련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했다.
모순적이지만 러닝 수업을 마치고 시내에서 시간을 조금 보낸 후 예약 선물을 받은 생일 케이크를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으로 삼겹살도 구워 먹고, 케이크도 실컷 (홀케이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1/3를) 먹어치우며 기분 좋게 생일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생일을 맞아 더 건강한 30대를 맞이하고 보내기 위해 새로운 요가원에 등록하고, 클래스패스와 같은 어플을 통해 다양한 운동 수업에 도전해 보는 아주 건강한 "갓생" 생일 주말을 보냈다. 앞으로는 달디 단 뉴욕의 디저트 탐방보다는 고강도 운동을 지향해야겠다는 다짐도 잠시, 그저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며 내 몸이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켜 주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제한하는 대신 먹을 때는 맛있게 먹고, 운동할 때는 집중해서 열심히 하면서 말이다.
또한 뉴욕에는 워낙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 예술, 일자리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듯이 운동 역시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선택지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뉴요커들은 한 가지에 전념하지 못하고 간을 본다는 억울한(?) 평가를 받을 때도 있지만 이곳에서 지내보니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어떤 분야든 매력적인 선택지가 넘쳐나는 곳에서 마음을 정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도 하고, 오히려 이런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이용하여 (take advantage) 내가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 언제 기쁜지, 궁극적으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모험을 통해 발견하는 게 뉴요커가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방식이 아닐까 싶다. 계속해서 춥고 어두워질 겨울 동안 집에서 축 쳐지는 대신 시간이 날 때마다 수업에 등록하며 활동적인 일상을 보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