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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급한뭉클쟁이 Oct 01. 2019

에코백

디자인과 실용성, 일석이조 패션 템의 스웨그 (Swag)

필자는 '에코백 (Eco-Bag) 쟁이'다.


아직 학생 신분이지만 노트북이나 전공책을 가득 담고 다닐 수 있는 배낭보단 에코백이 좋고, 이제 슬슬(?) '백 (Bag)'에 관심이 갈 나이 (또는 인생의 시기라고 해야 하나) 일 수 있지만 필자는 무조건 천 소재의 가볍고 직사각형 모양의 (또는 가끔씩 정사각형 모양의) 에코 토트백을 좋아한다.


에코백은 디자인과 실용성을 한 번에 다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꿀 패션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에코백이 유행세를 타고난 이후로부터 그만큼 디자인도 다양해지고 사이즈도 다양해졌는데 에코백은 예쁠 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가끔씩은 욕심내서 개인 소지품을 담아도 괜찮을 만큼 실용성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필자처럼 가벼운 외출에도 챙기고 싶은 물건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제격의 아이템이다. (그래서 아직 '백 (bag)'에는 관심이 안 생기나 보다. 다행(?)이다.) 당장 읽고 있는 책이든, 끄적일 수 있는 일기장이든, 냉방이 심한 카페를 대비하여 얇은 카디건 하나를 곱게 접어 챙겨넣든, 에코백은 사소해 보여도 놓칠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소품을 전부 다 감당해준다. 물론 외출 시 짐을 꾸릴 때는 "'미니멀리스트 (minimalist)'가 되자" 주의지만 그래도 핸드백, 소위 말해 '퍼스 (purse)'와 같은 작은 여성용 지갑이나 '백 (bag)'은 너무 작고 수납이 불편해서 외출 용 이삿짐(?)을 꾸리고 싶은 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물론 에코백은 그 사용의 편안함 말고도 '예쁨'의 가치 역시 뛰어나다. 강한 패턴이나 전체 '아웃핏 (outfit)'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에코백 디자인도 많지만 보통 무채색과 같은 기본 톤의 에코백은 그날의 옷 스타일에 상관없이 웬만하면 다 잘 어울린다. 그래서 'OOTD (Outfit Of The Day)'를 구상할 때 그 선택의 고민도 줄여준다! (하루 동안 본인의 'OOTD'가 스스로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이라면 아이템 선택의 고통과 같은 심정을 잘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뭔가 하나 마음에 안 들거나 그날 전체 룩에 이질감을 주는 아이템이 있다면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는데 에코백은 그런 위험성(?)을 줄여준다. 게다가 실용성도 뛰어나고 예쁘기까지 하니... 패션 꿀템으로 인정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더 유행하는, 즉 신경 쓴 듯 안 쓴 스타일의 '꾸안꾸 (꾸민 듯 안 꾸민)' 룩 (look)을 완성하기에도 에코백은 딱 제격이다. 아웃핏의 '유종의 미'를 거두어 주는 에코백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캐주얼 하게 어디든 어울리는 에코백, 꾸안꾸의 정석이다

물론 에코백이라고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한 고집, 한 취향 타는 성향이라 스스로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준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가방 끈은 길어야 한다. '에코백'이라 함은 손으로 들지 않고 어깨 사이에 끼워서 들고 다니는 맛이 확실한 종류의 가방인데 끈이 짧다면 곤란하다. 확실하게 묘사하기 좀 어려울 수 있지만 감으로 설명하자면 필자가 특정 에코백을 멨을 때 그 가방이 대롱거리는 길이가 '때똑'하다면 그것은 불호다. 좀 '스웨그 (swag)'있는 대롱 거림(?)이 좋다. 두 번째로는 가방 안에 작은 수납형 주머니가 있어야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 주머니가 정말 큰 차이를 만든다. 직사각형 모양의 천 가방 속에 소지품을 집어넣고 다니는데 작은 주머니가 없다면 핸드폰이나 카드지갑, 또는 립스틱이나 열쇠와 같은 작은 소지품을 찾고 사용하기가 너무 불편해진다. 이상적으로는 가방 안쪽 위 끈 부분 사이에, 또는 바깥에 지퍼가 달린 복주머니형 수납공간이 하나 더 있으면 최고다. (물론 디자인이 너무 예쁘면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었지만 수납공간은 실용성까지 놓치지 않고 승부하겠다는 에코백의 포부에 필수인 디테일이다.)

토드 셀비전에서 기념품으로 데려온(?) 에코백과 마리몬느의 노란색 꽃 에코백. 여름 내내 잘 들고 다녔다
친구가 뉴욕을 좋아하는 필자를 위해 뉴욕 여행 때 Strand Bookstore에서 기념품으로 사다준 핀과 자석, 그리고 엽서들

그 외 기준으로 몇 가지 더 이야기해보자면 필자는 에코백을 고를 때 너무 때 타는 스타일은 피하는 편이다. 한 번 사면 거의 매일 분신처럼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마음에 쏙 들어서 샀는데 너무 빨리 더러워지면 그만큼 마음이 아리다... 그리고 천이 너무 얇거나 작은 가방도 곤란하다. 필자는 배낭 대체품으로서 에코백을 사용하는데 그러다 보니 은근히 담아 다니는 물건이 많다. (중간이 없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중간이 명확하게 있기 때문에 배낭보다는 에코백을 선호한다. 배낭은 두 손과 양쪽 팔이 자유로울 수 있지만 "오늘 진짜 무겁게 이것저것 다 챙겨서 들고 다닐 테니 각오해"라는 '바이브 (vibe)'를 풍겨서 개인적으로 별로다. 필자는 챙기고 싶은 물건은 챙기되 '천 가방에 들고 다니기는 무겁지 않을 정도로만'이라는 기준을 세워 그에 맞는 생활을 실천 중이다.) 그런데 천이 너무 얇거나 A4 사이즈 종이 조차 담아낼 수 없는 에코백이라면 그 가방은 결코 필자의 '최애 템'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용도나 그날의 아웃핏에 따라 선호하는 에코백 사이즈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특히나 아직 학생 신분인 필자는) 웬만해서는 A4 사이즈의 폴더 하나쯤은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가 좋다.


이제 마음에 드는 에코백을 선택했으니 '커스터마이즈 (customize)' 즉 필자가 원하는 대로 주문 제작(?) 까지는 아니어도 개성이 듬뿍 담길 수 있도록 꾸며주는 일만 남았다. 스스로 좋아하는 에코백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 이를 위해서 필자는 인형이나 핀과 같은 '꾸밈 인자 (factor)'를 통해 에코백은 커스터마이즈 한다. 예전에 친한 친구가 일본 여행에서 사다 준 에코백에는 필자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Pixar의 Toy Story에 등장하는 Mrs. Potato 인형을 걸어주었다. 인형 중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카카오 니니즈 굿즈 중 '죠르디'를 좋아해서 인형 고리를 걸어준 가방도 있다. 핀셋으로 가방을 꾸밀 때도 있는데 노트북에 스티커를 모아 붙이듯 하나씩 모아가는 재미도 있다. 지난 주말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글 초성 핀을 발견해서 필자의 이름에 맞는 핀 세 개를 (충동) 구매하기도 했는데 작고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핀 세 개를 더 붙였다는 이유로 그 에코백이 최소 열 배는 더 소중해진 기분이다. 얼마나 뭉클한 변화인가!

Mrs Potato로 개성을 살린 에코백 (왼쪽), 그리고 ‘ㅇㅈㅁ’ 필자의 이름을 초성화 해서 꾸민 핀이다. 가방은 언니가 도쿄 여행에서 사다준 블루보틀 에코백이다.

이렇게 에코백을 좋아해서 직접 구매하고, 선물도 받고, 오랜 기간 동안 수집하다 보니 필자의 에코백 '컬렉션 (collection)'은 나름 방대해졌다. 뿌듯하긴 한데 가끔 '에코 프랜들리 (Eco-friendly)', 즉 환경친화적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가방의 정체성 (identity)을 고려했을 때 살짝 무안해지기도 한다. (텀블러와 마찬가지로 '에코백'도 당연히 구매 자체로 자연친화적 효과를 낼 수는 없다고 한다. 에코백이 '에코' 효과를 내려면 비닐봉지와 비교 시 133번 재사용돼야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머니투데이, 2019).) 살짝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 필자는 그만큼 매일매일 가리지 않고 가방을 잘 들고 다니니 너무 자책하진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일 년이 365일이니 반 이상만 들고 다녀도 133번은 훌쩍 넘는다!) 사실 '에코백'은 비교적 콩글리쉬 느낌이 강한 개념인데 영어로 표현했을 때는 커튼 토트백 (cotton tote bag)' 또는 '캔버스 백 (canvas bag)'이라는 명칭의 패션 아이템이다. (구글에 Eco Bag이라고 검색해보면 다회용 시장바구니 이미지가 많이 보인다.) 패션 아이템이 된 '에코백'과 '환경주의'를 얼마나 연관 지어서 고려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필자가 이미 갖고 있는 에코백들을 좀 더 열심히 아껴주며 사용해야겠다는 마음과 다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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