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급한뭉클쟁이 Feb 18. 2021

우리한테 지구는 단 하나뿐이라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고

기후 변화로 인한 슬픔, 즉 "기후 우울증"이 점차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해야만 한다고 소리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사회에 무기력같이 느끼는 것을 가리키는데 나 역시 약간의 기후 우울증을 겪게 된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가축과 고기를 섭취하지 않고 장보는 모든 순간 플라스틱 사용을 피하기 위해 천 가방을 챙겨 다니며 여행을 포기할 만큼 열심히 기후 보호를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만큼 이 사회의 한 개인으로서,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고 약속을 지켜나가기에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되는 안타까움이 계속되면서 무력감과 우월감이 강해지는 것 같다.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SNS에서 Green peace, WWF 등 다양한 환경 보호 국제기구를 팔로우하게 되었는데 운 좋게도(?) 나는 인스타그램의 광고 알고리즘 덕분에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 광고를 접하게 되었다. <비정상회담> 출연진 중 미국을 대표하는 출연진으로서 항상 맞는 말만 멋지게 해서 굉장히 인상 깊은 공부 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뛰어난 한국어 실력도!) 본인이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에 대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과 논평, 그리고 해결책 마련을 위한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평소에도 관심 있던 저자기 때문에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환경 문제의 핵심은 경제 활동의 외부 효과, 즉 externality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기후 위기가 몰고 올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경제관과 기업의 철학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결국 모두가 손해 볼 상황이라는 점을 목격하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못 본채 하고 코로나 19로 인해 잠깐 주춤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상 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게 되어 더욱 악화되는 환경 문제에 대비하여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와 기업이 그 손실을 먼저 고려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강력히 동의할 수 있었다.


타일러 라쉬는 우리 모두 기후 위기에 대해 의식을 높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중 하나는 “언어”를 통한 방법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우리는 봄철마다 반복되는 황사 시즌, 그리고 미세먼지에 대비하여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공기 청정기를 구매하여 당장 내가 숨 쉬는, 내가 소비하는 공기를 정화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미세먼지”는 대기 오염으로부터 촉발되었다. 우리가 “대기오염”이라 명명하지 않고 어디선가 날아와 쌓였다 어느 날 날라버릴 것 같은 뉘앙스의 “미세먼지”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오염”의 심각성을 간과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갖게 된다. 결국 “오염”은 ‘더럽게 물듦 또는 더럽게 물들게 함’을 의미를 갖고 있고 누군가가 오염의 원인을 제공하는 물질을 잘못 또는 대량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당장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더러워진 것이 명백한 사실 (fact)인데 말이다. 타일러 라쉬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문제를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이 닥쳤음에도 그것을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해결책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탄소발자국에 대한 정보를 기입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보통 식자재를 구매할 때 라벨 (label) 위 영양성분표를 확인하곤 한다. 칼로리는 어느 정도 인지, 당은 어느 정도 인지, 단백질 함량은 몇 퍼센트인지 등 관심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성분표를 자세히 읽어보게 된다. 하지만 이 제품이 당장 내 손에 도착하기까지 지구에 얼마나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으며 배출된 탄소량은 어느 정도인지, 즉 지구에게 친절한 (earth-friendly) 방법으로 생산된 제품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런 정보를 얻어 공유하기 위해서는 실제 상품이 얼마의 탄소를 배출하는지, 그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그리고 버려지는 과정까지 다 연구할 수 있어야 하고 비교 연구까지 가능해야 하는데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추가적 활동에 참여하기엔 어렵다. 따라서 여기서 정부와 환경 정책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이 타일러의 주장이고 탄소 발자국에 대한 정보가 궁금한 한 명의 소비자로서 나 역시 이런 정책이 하루빨리 도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정책의 중요성은 바로 ‘규모’ 즉 ‘스케일 (scale)’때문인데 아무리 많은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노력을 기울여도 글로벌 기업이 노력하는 것만큼의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100개의 글로벌 브랜드 기업이 전 세계 1차 생산물의 25%, 전 세계 총생산의 40-5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78억 명의 소비자가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보다 100개의 글로벌 기업이 에너지 생산을 전환하는 방안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결국 우리가 누려왔던 모든 자원과 그로부터 만들어진 가치들이 지속되려면 실제로 획기적인 방안과 큰 규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책의 출판 과정 역시 정말 인상 깊었다. 말로만, 글로만 외치는 환경 보호가 아니라 타일러 라쉬는 책을 출판하는 모든 과정에서 환경보호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보였는데 그는 종이부터 잉크까지 친환경적 출판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에 따르면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출판의 모든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했고 FSC (Forest Stewardship Council) 인증 등 친환경 제작 방식과 잉크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디자인을 제안했다. 나도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나의 믿음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저자가 더욱더 존경스러웠다.


나는 평소 주변 친구들과 여행 이야기를 할 때 (약간의 허세를 담아) “도시가 더 좋다”라고 선언한다. 대자연의 웅장함보다는 내가 구경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화려한 물건과 볼 것, 그리고 먹을 것이 가득한 도시가 더 흥미롭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그런 마음에 대해 약간 반성하게 되었다. 나 역시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우리도 자연을 잊은 양동이 속 개구리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싶었다. 앞으로도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은 더 많이 찾아보고 실천에 옮기고 싶다. 분리수거에도 더 깐깐한 기준에 따라야 실제로 재활용이 가능하듯이, 좀 더 불편하더라도 더 찾아보고, 이런 노력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렇게 소비자로서의 구매권을 행사하고 효과적인 환경 보호 정책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시민으로서의 투표권을 생각하며 나의 일상생활에 환경 기준을 세워나가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