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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Oct 03. 2022

'돌들이 말할 때까지'와 제주4.3 영화


먼저, <돌들이 말할 때까지>의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용감한 기러기'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내년도 '4.3과 친구들 영화제'를 진행해 볼까 하는 입장에서 더더욱이요. 


며칠 전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DMZ 영화제 프로그램 팀장님이 그러더군요. "제일 먼저 인터뷰 신청 딱 돼 있어서, <돌들이 말할 때까지>만 신청해 놓으셨길래 무슨 관계이신가 했어요." "무슨 관계는요, 올해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부터 북치고 장구친 사람이랍니다.", "아...". 올 4월 4.3과 친구들 영화제 메인 상영작은 지난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작이자 4.3 문제를 다룬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였습니다. 그리고 두어달 전, 올해 또 한 편의 4.3 영화가 DMZ에 출품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영화제 인터뷰 신청이 시작되자 마자 홍보팀에 연락을 했지요. 김경만 감독님은 거의 10년 전 인디플러스에서 상영했던 <미국의 바람과 불>을 보고 한국에 없는 유형의 푸티지 다큐를 만드는 희귀한 다큐멘터리스트라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반 걱정반이었습니다. 이 김경만 감독이 만드는 4.3 다큐, 피해자 인터뷰 중심의 다큐가 어떤 꼴일지, <수프와 이데올로기>와는 가히 정반대편에 서 있는 영화가 나올 거 같았는데 말이지요.


인터뷰 직전인 지난주 토요일 영화제 파티에서 먼저 뵙고 운 좋게 늦게까지 따로 맥주도 한 잔 했더랍니다. 원래 진중하고 조심스러운 분인 건 알고 있었지만 훨씬 더 그런 인상이 짙더군요. 저는 저 대로 4.3과의 인연을 말씀드렸고, 감독님은 감독님대로 2016년부터 이어온 4.3에 대한 자신의 의미를 설명해 주시더군요.


"저는 나 자신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차피 이게 다 연결돼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역사라든지 실제 세계를 사람들이 알아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겠죠. 나도 같이 연결돼서 살아가는 세상이니까."


그리고 지난 화요일, 직접 본 <돌들이 말할 때까지>는 완성돼서 제가 다 고마울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나중에 따로 글을 쓰겠지만, 각기 다른 사연과 색깔을 가진 5명의 4.3 피해자이자 4.3 수형인 피해자분들은 모두 여성으로 꾸렸고, 그들의 이야기들과 너무나 적절히, 예술적으로 조응하고 공명하는 푸티지들로 채워져 있더군요. 아는 만큼 보이는 덕에 또 중반부터 저 혼자 훌쩍훌쩍. 다행, 또 다행이다라는 마음을 먹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폐막식에서 '용감한 기러기' 상을 수상해 제가 다 기쁘더군요. 아직 배급사가 확정되지 않은 것 같은데, 여러 지역 상영, 공동체 상영을 준비 중이라는 <돌들이 말할 때까지>의 향후 행보에 이 인터뷰가 도움이 돼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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