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도둑이 생겼다.'
김소진 작가의 <자전거 도둑> 첫 문장은데, 국문과 선배 중에 이 문장에 열광하던 있었 더랬다. 이 얼마나 간결하고 매력적인 문장이냐며 일장 연설을 하던 그 선배는 운동권 하다가 빨간 줄 가서 아예 학원 국어 선생님으로 나가서 원장까지 했더랬나.
얼마 전, 지인과 대화하다 좋아하는 소설가 얘기가 나왔던가. 학교 다니던 시절 김소진 작가 전편을 탐독했었다. 62년생으로, 91년도에 데뷔했다 97년에 췌장암으로 사망한 젊은 작가. 서울대 인문대 출신이자 한겨레 교열부에서 일한 이력으로 우리 말을 참 맛깔나게 쓰는 '이문구 작가 계열'의 소설가.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서울 미아리에서 생활에 1970~80년대 민중들, 도시 빈민들의 생활과 시선을 90년대 시대 분위기 답지 않게 총체적으로 전망하던 드문 예술가. 그 시절 그 누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란 제목을 단편에 달았겠느냐고.
갑자기 책장을 스치다 김소진 작가 소설이 보여서 끄적끄적. 잊을 수 없는 작가일 수밖에 없는 것이, 짧은 가방끈을 자랑하는 개 유일하게 쓴 학부 논문 주제가 김소진 작가론이었으니. 그때 제목이 '민중적 전망과 문체 사이' 이 정도였던가. 와, 그 논문도, 한글 파일도 이젠 없다는. 저런 소설이 이제는 다시 나올까 싶기도 하고.
저 '자전거 도둑'은 '도전'이 공공연하던 그때 그 시절 아버지의 비애를 아들의 시선과 기억으로 그린 작품인데, 짐작 그대로 비토리아 데시카 감독의 동명작에서 영감을 얻은 게 맞을 것이다. 누군가는 쉬이 리얼리즘이라 규정하곤 했지만 결코 그런 쉬운 카테고리로 묶기엔 아까운 문학성을 자랑하던 젊은 작가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라서. '새꺄, 니가 자전거 도둑의 미학을 알아'라며 소주잔을 들이대던 그 선배는 애들 잘 가르치고 있으려나. 갑자기 비가 오니 더 그리워지는 국문과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