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소셜 미디어 사이의 블랙홀에서 길을 잃은 나.
아티스트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누군가 나의 작업물을 알아봐 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아티스트 쪽은 그래도 전시를 하면서, 오픈 콜에 당첨되면서 그 전시나 오픈 콜 주최 측에서 홍보해 주는 것도 좀 있는데, 이 일러스트레이터 쪽은 본인이 얼마나 홍보/마케팅을 잘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2020년 처음 그림 인스타그램을 개설해서 그림을 꾸준히 올리기만 하면 자연스레 팔로워도 늘어나고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나이브하게 시작한 나의 계정은 4년 차가 되어가는 이 시점 아직도 153명의 팔로워밖에 없고, 뭐가 되질 않는다. 옛시 페이지도 만들어서 작업물을 프린트해 팔자는 계획이 있었지만, 부자재 사고 기타 물품들 사는데 돈만 쓰고 벌이가 없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수익 없이 이렇게 투자라는 명목으로 소비만 해서 나는 어쩌지라는 고민과 이렇게 반응이 없으면 내 그림이 안 되는 그림인 건가, 별로인 건가 하는 생각으로 발전까지 하게 된다. 그러다 요즘은 비디오가 대세다, 쇼츠를 찍어야 해, 틱톡을, 유튜브를! 하지만 동영상으로 뭘 찍지? 내 얼굴을 보여? 말아? 영어로? 한국어로?라는 고민만 오백만 번 하다 그래 비디오는 무슨 비디오, 그림이나 열심히 그려 올리다 보면 되겠지 -> 그 뒤에 수순들을 반복하는 굴레에 빠지게 된다.
구직을 하면서도 느끼지만 요즘의 세상은 멀티테스커를 원하는 것 같다. 그래픽 디자이너를 뽑는 구인공고에서는 프리미어 프로, 에프터 이펙트, ui/ux 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고 주니어 잡이라고 올라와 있지만 경력 3-5년을 요구한다. 그리고 아트. 일러스트와 같은 분야도 본인을 홍보하기 위해, 마케팅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유튜브나 쇼츠 영상도 후지지 않게, 세력 되게 만들 줄 알아야 하고. 하나만 잘 해서 잘 되는 시대는 끝난 것인가. 그렇다면 왜일까?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발전하는 프로그램과 앱들이 모두에게 approachable 해지면서 프로와 non-pro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모두가 아마추어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이유가 아닌가 싶다. non-pro는 없다. 모두가 아마추어가 되는, 그리고 강의 몇 번 들으면 준 프로가 될 수 있는 환경. 그렇다면 이제 드는 생각은, 과도한 발전이 문제인가 아니면 그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내가 문제인가?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멀티테스커였다. 웬만한 건 다 할 줄 알았는데 다만 대단히 잘 하는 게 없어서 그게 항상 콤플렉스였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의 환경은 내게 최적의 환경일 수 있는데 왜 나는 아직도 빛을 발하지 못하는가. 오호통재라!
최근에 청첩장 작업을 받아서 하는 중인데, 다시금 나의 청첩장 디자인에 놀라는 중이다. 너무 예뻐. 아이디어 너무 좋아. 청첩장 작업 쪽으로 확실히 입지를 다지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을 또 한 3만 번 하다가 정말 충동적으로 틱톡 영상을 두 개 올렸다. 너무 귀여운 청첩장에 대한 영상이니 사람들이 귀엽다고 댓글이라도 달아줄 줄 알았는데, 2명이 내 영상을 저장하고 몇백 명의 사람들이 영상을 봤다 이 정도의 결과. 남편은 영상이 틱톡용 치고는 너무 길었던 게 문제가 아닐까라고 의견을 줬고 사실 그에 동의하는 바. 역시 유튜브에 몸을 던져봐야 하나. 그간 만들고 기획만 하다 끝난 채널만 두 개. 세 번째 채널을 만들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무슨 영상을 올려야 내 그림도 홍보하고 돈도 벌 수 있을까.
1/ 드로우윗미. : 흠, 이건 별로 하고 싶지 않은걸...
2/ 주문받는 거 패킹하는 영상 : 주문이 없어서 탈락
3/ 청첩장이나 그림 작업물 소개 : 몇 개의 비디오가 나올 만큼 작업이 많은 게 아니라....
4/ 브이로그 : .....? 기승전브이로그 ㅜ 하지만 너무 많은 개인적 신상이 알려지는 건 또 원치 않아서.... 카메라 들고 여기저기 다니기도 난 좀 그래.....
5/그냥 이야기하기 : 무슨 얘기 하지?
오늘도 이렇게 결론 없는 고민을 하는 나는 다른 아티스트 선배님들 유투브 채널 공부하러 가야겠다. 다들 무슨 컨텐츠를 올리시나,... 흑흑
인스타 놀러오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