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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그 가을밤

해운대 밤바다에서 버스킹을

by 로에필라

가을의 초입에 해운대에 갔다.


숙소에서 저녁에 산책을 나가면서 바닷바람이 쌀쌀할 것 같아서 도톰한 외투를 챙겼다.


걷다 보니 선선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해변에서는 각양각색의 목소리로 버스킹을 하는 음률이 들려왔다.


남편과 손을 잡고 길을 걷다가 귀를 사로잡는 목소리가 들려서 발걸음을 멈췄다.



밤바다와 어울리는 감미로운 기타 선율에 간간히 연주하는 하모니카 소리

까만 밤하늘에 녹아들 것 같은 목소리였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이 이런 것일까...


그분은 몇 곡을 부르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공은 일본요리이며 해운대에서 이자카야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장사가 잘 안 되면 노래를 연습하고 이 자리는 가게를 홍보하려고 나왔다고 했다.


그분은 그날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버스킹 했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성숙해 보이셨다.


삶을 노래하고, 목소리에 감정을 담으셨다.

기타 연주의 사소한 실수에도 오히려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해운대의 밤을 선선하게 식혀주는 목소리였다.

촉촉한 감성이 담긴 노래가 마음에 단비가 되었다.


남편의 손을 잡고,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누군가는 살며시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곁에 항상 있어주는 사람에게 감사하게 된 밤이다.


남편 없이 혼자서 이 공연을 봤다면 쓸쓸함이 몸에 사무쳤을 것 같다.

혼자였던 내 삶에 같이 공연을 보고 함께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아직도 안 믿긴다.

이 순간순간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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