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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여행

사랑하면 닮아간다

by 로에필라

해운대의 밤이 다가왔다.


해운대에서 밤에 더 놀고 싶었다.

남편이 피곤해하는 게 느껴졌다.


같이 숙소로 돌아가자고 말은 하지만, 내 표정과 몸은 아니었다.

더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머물고 싶었으며, 더 해변을 거닐고 싶었다.


남편과 함께 손을 잡고 바닷가로 나갔다.


불꽃놀이를 하는 사람들

바다를 바라보며 나란히 앉은 연인들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


많은 사람들이 늦은 밤까지 해수욕장에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재미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남편한테 미안한 마음이 슬며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찍 자는 생활습관을 지닌 남편이기에 이렇게 늦게까지 안 자면 다음날 지장도 가고 많이 피곤할 것 같았다.


"우리 이제 들어가자."


"아니야. 더 있자."


저녁형 인간인 날 위해서 남편은 더 늦게까지 놀아주고 싶어 했고

아침형 인간인 남편을 위해서 나는 이제 그만 숙소에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내 마음대로 살면 더 좋을 것만 같았다.

나 혼자였으면 분명 더 늦은 시간까지 놀았을 것 같다.


그런데 날 위하는 남편의 마음이 고마웠다.

나 혼자만 생각하고 늦게까지 노는 것보다 어디 있든지 남편과 함께 있는 게 더 좋아졌다.


사랑하면 닮아간다고 한다.


나는 남편을 따라서 더 일찍 자려고 하고

남편은 나를 따라서 더 늦게 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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