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을 잘 안 챙겨 먹는데 약을 먹기 위해서라도 아침을 꼭 챙겨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서 아침을 거른 적도 많다.
저녁은 꼭 먹기 때문에 저녁약은 잘 챙기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밥 먹기가 귀찮았다.
혼자 있으면 입맛이 별로 없을 때가 많다.
오늘은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지 못해서 통 입맛이 없었다.
어제 남편이 가져온 찹쌀떡을 몇 개 집어먹다 보니 배가 찼다.
떡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밥 하기 귀찮은 마음이 떡을 별로 안 좋아하는 취향을 이겼다.
떡으로 대충 배를 채우고 이것저것 하다가 저녁 늦게 남편이 와서 함께 이야기하고 나니 어느덧 잘 시간이 되었다.
자기 전 문득 오늘 저녁에 약을 먹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다.
혈당약은 밥 먹고 먹는 거여서 소화가 되어도 한참 되었을지금은 이미 늦었고, 적어도 항생제와 공복에 먹는 바이오아지니나 액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이오아지니나 액을 한병 까서 먹고 항생제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한 컵 가득 물을 먹었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쓰린 기분이 났다.
저녁을 먹지 않고 먹어서인지 계속 체한듯한 기분이 들어서 침대에 누워있다가 소화가 잘 되게 앉았다.
아마도 바이오아지니나 액 때문일 것 같았다.
바이오아지니나 액은 액상 아르기닌인데 밥 먹기 30분 전에 복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반대로 알약 아르기닌은 공복에 복용하면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 들어서 먹기가 꺼려졌었다.
지금까지 괜찮았던 바이오아지니나 액이었지만 아르기닌 성분이어서 그런지 약한 몸에 먹어서 탈이 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점심도 면요리를 먹었다. 제대로 된 쌀밥을 먹지 않아서 밥심이 부족한 오늘 빈속에 항생제와 바이오아지니나 액을 함께 먹다 보니 탈이난 것 같다.
갑자기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알약하고 액체영양제만 먹었는데 빈 속에 토할 게 있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하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이 정말 목구멍으로 올라왔다.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서 빈 속을 계속 게워냈다.
신 맛이 나면서 윗가슴에서부터 얹힌 게 다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병원 다니면서 약 먹는 건 잊은 적이 없었는데 제대로 저녁을 챙겨 먹지 않아서 식전과 식후 약을 복용하는 것을 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