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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Mar 12. 2023

이렇게까지 해야 돼?

시험관 시작

조기배란 억제주사를 맞은 후 병원에서는 생리 3-4일 차에 방문하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주말이었기 때문에 생리 2일 차에 방문했다. 늦어지는 것보단 미리 약과 주사를 받아놓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가 다니는 난임병원은 오전에 시술이 행해지기 때문에 오전에 가면 사람들이 많아서 오후에 가곤 했다.

오후 4시에 도착하니 대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그날은 4시에 조퇴를 하셔서 다른 분한테 진료를 받게 된다고 했다. 담당하시는 의사 선생님께 쭉 진료받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선생님에게 갔다. 다른 선생님께서는 매우 친절하신 분이셨다. 생리할 때 초음파를 보는 건 난임병원 다니면서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긴 하다. 초음파를 보고 휴지로 피가 흐르지 않게 대주시는 면이 자상하게 느껴졌다.


주사와 약을 처방받았다.

첫 주사는 병원에서 맞고 그다음 날부터는 냉장보관하면서 나 혼자 배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사는 90도 각도로 맞아야 하나요?"


"상관없어요."


"바늘 끝에 주사액을 한 방울 맺히게 해서 주사기 안에 있는 공기를 빼내야 하나요?"


"아니요. 안 하셔도 돼요."


인공수정 주사처방 때 물어보지 못했던 배주사에 대한 궁금증을 간호사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약을 설명하는 설명서와 진단서를 들고 병원 건물에 있는 약국을 갔다. 약국을 갔더니 약사 선생님께서 항생제 처방이 빠진 것 같다고 하셨다. 난임병원 문 닫을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에 달려가서 다시 처방을 받아왔다. 남편과 나 둘 다 3일 항생제를 먹는 처방이 있었다.




배주사는 인공수정으로 한차례 단련이 되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해냈다.

다행히도 내가 처방받은 배주사는 일체형이고 주삿바늘도 얇아서 고생스럽지는 않았다.


배주사를 냉장보관 하려다 보니까 주말에 여행 가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보관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일정한 온도에 보관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갑자기 너무 얼거나 실온에 놔둬서 주사액이 변질되는 일이 없게 철저히 하고 싶었다.


주사와 약 먹는 시간에 맞춰서 알람을 맞췄다.

언제였지? 아. 전날부터 대기해 가면서 유명한 난임한의원에 갔을 때였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자연임신이 될 거라고 거의 확신을 하고 있어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생각했었다. 그것보다 더 힘들 수 있는 시험관 과정이지만 과학적으로 임신확률이 확실히 증가해서 그런지 안 힘들었다. 난 불확실한 방법에 나의 일상을 너무 희생하는 게 더 안 맞았나 보다.



병원에서는 오전이나 오후 일정한 시간에 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그래서 자기 전 저녁 10시로 시간을 맞췄다. 나중에서야 난임카페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보통 오전에 주사를 맞는다고 한다. 호르몬 약과 주사는 오전이 더 효과가 좋다고 한다. 내가 거의 일 년 동안 여러 산부인과에서 과배란약을 처방받을 때에 항상 아침밥 먹기 전에 복용하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내가 다니는 난임병원은 최대한 편의를 봐주는 건지 아무 시간이나 상관없다고 했는데 만약에 또 시험관 과정을 하게 된다면 배주사는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맞을 것 같다. 나는 배주사를 이미 저녁시간으로 시작을 해버려서 끝까지 같은 시간에 맞았다.  



병원에서 배주사를 맞는 위치를 사진 찍어와서 최대한 안 겹치게 했다.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가면서 골고루 몸속 곳곳 약물이 잘 흡수되길 바라며 천천히 주사를 놨다.





기대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자꾸 기대가 된다.

알면 알수록 걱정이 많아질 것 같아서 알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 알아보게 된다.


시험관 시술은 날 어디까지 데려갈까?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서 굴에 들어갔듯이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중간에 몸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이상한 일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어차피 다 모르는 세계이기 때문에 기꺼이 모험을 하겠다. 다만 나중에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단잠에서 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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