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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Mar 21. 2023

나는 개구리다

나는 가끔 내가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양서류는 물과 육지를 오가며 산다.

육지에서도 촉촉한 피부를 유지한다.


육지에서 계속 지내도 멀쩡한 포유류와는 다르게 나는 가끔 숨 쉬기가 힘이 든다.

그럴 때 내 피부에 닿는 물은 남편이다.

가끔 마음이 소란스럽고 불안할 때 남편의 손을 잡으면 진정이 된다.


나는 가끔 사람이 많을 때 힘이 든다.

나는 집에서 숨죽인 듯 침대에 누워있을 때 좋다.

남들 다 하는 회사생활도 가끔씩은 힘이 든다.


밖에 나가있으면 모든 게 자극적일 때가 많이 있다.

하지만 남편의 손을 잡으면 집에 있을 때와 같은

자연 속에 있을 때와 같은 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완연한 포유류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밖에 나가서 뭘 해야 하는데 그 간단한 게 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변하는 환경에 적응을 못해서 도태되고 멸종되어버리고 싶지는 않다.

때로는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려고 한다.

막상 나가면 진짜 열심히 돌아다닌다. 한 공간에 있으면 결국 식량이 떨어지니깐 더 비옥한 땅을 찾아 헤맨다. 생존을 위해서 이곳저곳 돌아다닌다.


내가 결혼 전에 굉장히 두려웠던 게 하나 있다.

나는 사실 밖에 나가는 걸 피곤해할 때가 많았기 때문에 결혼할 남편이 활동적이어서 집순이인 내 모습을 싫어하고 종국에 이거 때문에 사이가 안 좋아질까 봐 걱정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야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참 감사하게도 집에서 독서를 하는 것도 좋아하고 밖에 나가는 것도 좋아하는 이상적인 남편을 만났다. 남편 하고는 시간을 내서 여행도 다니고, 함께 집에 처박혀있기도 한다.


결혼 전에 좋아하는 건 자연이었다.

하지만 자연 속에 있으면 결국 자연 속에 오롯이 있는 나 자신이라는 쓸쓸함이 있다.

결혼 후에 좋아하는 건 남편이다.

남편과 함께 있으니 집에 있어도, 밖에 있어도, 자연 속에 있어도 항상 좋다.


사람이 많아도 남편의 손을 잡으면 편안하다.

자연 속에 있어도 쓸쓸하지 않다.

혼자서 쉬는 게 편했던 집 안에서도 남편과 함께 있으니 더 즐겁다.


가끔씩 물에 들어갔던 개구리는 이제는 육지에서도 내내 살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개구리는 마법의 짝을 만나서 손을 잡으면 건조했던 피부가 촉촉해지고 숨 쉬기가 편해진다.

개구리의 짝꿍은 개구리를 생각해서 물속에도 들어가 준다.


육지에 사는 못생기고 이상한 개구리를 사랑해 주는 왕자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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