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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Apr 12. 2023

드디어 생리를 했다

동결이식 준비

난자채취 후 두 번째 생리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두 번째 생리 후에 수정란을 이식해 준다고 해서 손꼽아서 두 번째 생리를 기다렸다.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유명한 맛집에 오픈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가, 밥을 먹는데 배가 너무 아팠다.

식당에서는 화장실이 수리 중이어서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한참 동안 화장실을 가지 못하다가 카페에 갔을 때, 아주 살짝 생리혈이 묻어있는 걸 보고 기뻤다.


생리 이틀째, 병원을 방문했다.


난자채취를 작년에 했으니 오랜만의 병원방문이다.



냉동배아이식 동의서를 받고 처방전도 받았다.

혈당약인 '피어리존정'과 배란유도제인 '피누엘정'이다.

혈당약은 오늘부터 14일간 저녁밥 먹고 나서 먹고, 배란유도제는 내일 아침부터 하루 2알씩 먹으면 된다. 


 



생리 11일째에 병원을 방문했다. 

난임병원 주차장부터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주차하고 남편과 함께 병원에 들어가면 대기가 더 밀릴 것 같았다. 나 먼저 내려서 먼저 접수를 했다. 토요일이어서 대기하는 소파가 가득 찰 정도로 대기인원이 많이 있었다.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먼저 오긴 잘했다. 사람들 많아요."


냉동배아이식 동의서와 혼인관계증명서, 신분증 사본을 제출했다.


혼인관계증명서는 3개월의 유효기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었다. 남편과 저번 시술을 받으면서 주민센터에 방문해서 2장씩 서류를 떼어놨었다. 바쁜 남편을 주민센터를 오가게 하거나 노트북으로 서류를 뽑는 작은 스트레스도 주고 싶지 않았다.

 

"혼인관계증명서 3개월 유효기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식일 기준으로 날짜가 지나면 다시 뽑아야 하나요?"


접수처에서는 내 질문에 친절하게 알려줬다.


"시술 시작일을 기준으로 3개월 넘지 않아서 괜찮아요."


"휴. 다행이네요."


오랫동안 대기할 각오는 되어있었다.

병원은 8시 30분부터 오픈이지만 8시 되기도 전부터 대기가 걸릴 만큼 난임병원은 특히나 토요일에 대기가 많다.


오늘 아침은 토요일이지만 7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찍 일어났다. 남편과 오픈시간에 맞춰서 병원을 가고 몇 시간 기다려서 진료를 보고 나서 아점으로 외식을 하고 장을 보고 돌아올 계획이었다.


새벽형 인간으로 항상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 있던 남편은 오늘따라 곤하게 자고 있었다. 핸드폰 알람을 급하게 끄고 남편이 일어날 때까지 남편 품에서 안겨서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소리 죽여서 남편의 단잠을 깨우지 않았다.


8시쯤 남편이 눈을 떴다.

"우리 병원 가기로 했는데 왜 안 깨웠어?"


"피곤하니까 더 자요."


요즘 회사에서 교육받느라 서울과 지방을 오가느라 피곤이 누적된 것 같다. 항상 일이 재미있고 안 힘들고 안 피곤하다고 말하는 긍정적인 남편이다. 남편이 늦잠을 자는 모습은 희귀해서 기록할만한 일이다. 더 재우고 싶었다.


우리는 씻고 준비를 마친 뒤 9시가 넘어서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대기가 많아도 함께 기다린다면 그 자체가 데이트이기 때문에 괜찮았다.


어플을 켜니 대기인원이 4명으로 나와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대기가 4명밖에 안 되네?"


남편이 주차를 마치기도 전에 내 이름이 불렸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께서 초음파를 보신다고 했다.


"왼쪽에서 하나가 자라고 있네요. 아직 작아서 한 번 더 와야겠네요."


이 평범한 말이 나에겐 굉장히 신기하게 들렸다. 일반적으로는 난포가 하나 자라지만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지닌 나는 초음파를 볼 때마다 난포가 여러 개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란유도제와 혈당약을 먹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과거에 배란유도제와 혈당약을 복용했을 때도 난포가 여러 개 커져있었기 때문에 신기했다.


'난자를 채취하느라 난자가 다 없어져버렸나?'

말도 안 된다는 건 알지만, 난자채취 후 몸이 많이 변한 것처럼 느껴진다.


다음 주 화요일에 방문하기로 하고 진료실 밖으로 나갔더니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 끝났어. 왜 이렇게 빨리 끝났지? 믿기지가 않네."


우리는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이 행운과 기적을 누리기로 했다. 

토요일에 난임병원 대기를 10분 이내로 하다니! 행복하다. 

스타벅스에서 이 글을 쓰고 있으며 옆에는 사랑하는 내 남편의 나의 곁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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