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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Sep 19. 2023

마음 만큼은 이미 엄마였다

엄마가 되든 되지 않든

7개월에 이은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 끝에 임신을 했지만, 계류유산으로 아이를 보내야 했다.

마음이 아파서 오랫동안 글을 종결짓지 못했었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좌절 속에서 아이를 갖기 위해서 노력했던 과정조차도 다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다시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된 배아 사진과 죽은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도저히 다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다시 시험관을 할 의지조차도 없어서 한동안 썼던 글들을 보지 않았다.



내가 힘들어할 동안 남편은 나를 다독여주고, 슬픔에 함몰되지 않게 도와줬다.

점점 머릿속에서 유산의 고통이 희석되고, 서서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마음의 정리가 되어서 이 글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었다.



다시 글을 읽어본다.

그 순간의 감정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노심초사하고,

기대하고,

흥분하고,

행복하고,

좌절했다.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이를 만나기 위해서 진심으로 노력했던 나의 마음 만큼은 이미 엄마였다고.

엄마가 되든 되지 않든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고.



1부『맘이 되고 싶은 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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